벤츠가 W220을 통해 선보인 ABC(Active Body Control)는 기본적으로 유압방식으로 작동하여 같은 바디의 하위 차종에 장착된 에어매틱과는 구조가 완전히 다릅니다.

이 시스템은 CL, SL등의 AMG모델에도 적용되었으며, 현행 모델 역시 MBC(Magic Body Control)적용 이전 모델들의 최상위 모델에는 에어매틱 대신 ABC가 장착됩니다.

이 시스템에 대한 복잡한 구조와 작동 원리보다는 실제로 도로를 주행하면서 느껴지는 이 시스템의 장단점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에어서스펜션과 유압을 베이스로 한 액티브 서스펜션이 어느쪽에 우위에 있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난해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느쪽이 어떤 특성과 장단점이 있는지는 다른 글을 통해 다루기로 하고 이번에는 ABC에만 집중해보고자 합니다.

보통 에어서스펜션의 차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압력은 3.5~5바 정도입니다.

1바가 14.7psi이니 100psi도 안되는 압력으로 차의 무게를 받치고 있는데, 사실 에어서스펜션은 스프링 역할을 하는 에어부와 실제로 댐핑역할을 하는 하단 쇽 업소버부가 분리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ABC의 경우 내부에서 작동하는 압력이 190바입니다. 즉 에어서스펜션과 단순히 내부에 형성된

압력만 비교하면 20배가 넘지요.

에어서스펜션 ABC를 차고를 높이는 스위치를 눌러 차가 오르내리는 속도를 비교해보면 ABC쪽이 몇 배 빠릅니다.

ABC의 로데오 테스트라고 진단장비를 이용해 각각의 댐퍼가 정상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기능으로 차가 로데오 춤을 추는 장면을 보시면 내부 압력이 얼마나 높은지 가늠이 됩니다.

즉 높은 압력을 이용해 엄청나게 차고를 빠른 속도로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은 코너 혹은 승차감이 필요한 상황에서 매우 빠르게 댐퍼의 압력을 극과극으로 조절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ABC는 승차감을 높이는 역할과 코너에서 평형성을 높이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엄청난 압력이 분배기를 통해 각각의 댐퍼에 전달되는데, 압력이 찼다가 빠지는 동작이 엄청나게 민첩한 편입니다.

내구력이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는 것도 이처럼 엄청난 압력이 내부에 존재하기 때문에 수시로 고장이 나거나 정비를 요하는 부분은 절대로 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ABC가 장착된 차로 고속도로의 램프를 빠져나올 때 처럼 긴 코너를 돌거나 아니면 고속으로 코너를 돌 때 차의 롤링이 현저히 적게 느껴지는 이유는 눌린쪽에 압력을 보내 평형을 유지하는 기능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CL55 AMG로 와인딩을 타보면 상당히 길고 무거운 체구에 비해 롤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매우 가뿐하게 코너를 도는 모습에 상당히 놀라게 됩니다.

이보다 가벼운 E55 AMG의 에어매틱보다 와인딩에서의 전투력이나 만족도는 월등히 높고 몸이 기울지 않기 때문에 운전자나 동승자의 쾌적한 기분도 월등히 높습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롤링을 0으로 만드는 경우 지면에서 수직으로 상승하는 힘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렇게 롤링을 없애는 것만으로 절대 코너링 스프드의 한계를 혁신적으로 높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고속에서 역시 코너를 돌 때의 자신감과 승차감 등 ABC쪽이 월등히 좋습니다.

하지만 결정적 단점이 있는데, ABC를 장착한 차로 고속을 달릴 때 노면에 상당히 까다롭게 반응하는 편입니다.

노면이 아주 매끄러운 도로에서 급차선 변경을 할 때나 고속코너를 돌 때의 초고속에 대응하는 능력은 정말 이 급에서 최고라고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노면이 우둘두툴하고 노면의 이음새가 있는 곳에서 고속코너를 할 때 자칫 상당한 히스테리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ABC가 고속으로 달릴 때 기본적으로 상당히 하드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이렇게 하드한 상태로 유지한 상태에서 노면의 거친 부분을 지나는 엄청난 고속댐핑 상황에 처하게 되면 댐퍼가 스스로 힘을 푸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에어서스펜션의 경우 이러한 충격이 댐퍼와 에어부가 나누어서 감당하지만 ABC는 댐퍼가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하는데, 코너에서 롤에 버티기 위해 엄청 높은 압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은 당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다시말하면 댐핑을 하면서 수평유지를 해야하는 부담을 함께 지고 있는데, 고속에서는 수평유지를 통해 차의 자세를 안정감 있게 컨트롤하는 것이 우선순위라는 것이지요.

예를들어 경인고속도로나 올림픽 대로의 특정 구간을 고속으로 달릴 때와 영동고속도로 신갈IC에서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 덕평휴게소까지의 구간을 비교해보면 그 만족도는 하늘과 땅차이가 납니다. 전자는 좀 거친 노면의 예이고, 후자는 고속도로중에서도 아주 고품질의 매끈하고 깨끗한 도로 상황의 좋은 예입니다.

후자의 경우 차의 무게를 전혀 느끼지 않고 고속으로 모든 상황을 커버할 수 있다면, 전자의 경우 차가 좀 헤맨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떤 특정 상황은 형편없는 댐핑을 발휘합니다.

두번째 상황은 초고속으로 달리면서 코너를 돌 때 수평유지로 자세를 잡는 과정속에서 스티어링 앵글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240km/h이상에서 느껴지는 이 현상은 고속으로 달릴 때 자연스럽고 차분한 롤이 발생하는 그 시점에 조심스럽게 수평유지를 위해 눌린쪽 댐퍼의 압력을 높이면서 롤의 양에 대한 변화가 생길 때 자연스럽게 조타각에 변화가 생기는 바로 그 과정인데, 이 현상은 200km/h이하에서는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초고속이라는 환경에서 ABC는 그 움직임이 상당히 조심스러운 방식으로 바뀌는데, 이 부분 때문에 개인적으로 ABC가 상당히 잘 만든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초고속에서 조타각에 영향을 주는 미세한 움직임은 자칫 차의 주행 밸런스를 깰 수 있고, 좌우로 스티어링을 연속으로 꺽는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반응하지 못하면 주행안정성에 큰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ABC의 개입의 정도와 양도 속도에 따라 능동적으로 변한다는 부분은 고도의 시스템 제어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수평유지라는 것이 인위적 개입이 있으면 그에 따른 피드백이 있는 것이고, 초고속 롱코너를 진입할 때의 조타각이 코너에 진입한 직후 스티어링을 살짝 풀어주는 쪽으로 조작하게 만드는 요인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ABC에 대한 메인터넌스는 분명 복잡하고 고비용을 야기시키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승차감은 물론 안정성을 오히려 헤칠 수 있는 소지도 다분합니다.

하지만 스틸 스프링과 가스 댐퍼의 한계를 극복하고 차의 컨셉에 맞는 편안함에 무게를 덜 느끼게 하는 다이나믹을 연출한다는 목표에 ABC의 진화는 나름 의미가 있었다고 봅니다.

이미 잘 만들어진 에어매틱보다 뭔가 더 나온 기능과 성능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도전이었음을 감안하면 에어와 차별된 무엇을 이야기할 만한 꺼리는 충분하며, 이런 상위 브랜드의 기술개발이 원가절감에만 초점이 맞춰지기 보다는 뭔가 내세울만한 확실한 발명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맘입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