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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식 996터보를 소유한 지 9년이 지나 내년이면 10년차가 됩니다.
그런데 제가 이쁘게 찍어준 사진이 마땅치 않아서 얼마전에 맘 먹고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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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 GT3 3.8과 함께 이당시에만 해도 메츠거 3패달은 인생에서 무조건 소장해야하는 차라는 신념이 있었었고,
같은 메츠거라도 8500rpm돌리는 NA엔진과 터보로 우왁스럽게 밀고 나가는 느낌은 같은 뿌리라는 공통점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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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3터보와 비교하면 출력차이가 없지만 993은 우왁스런 느낌보다는 매끄럽게 지속적으로 뻗어내는 감각이라면 996터보는 오히려 아날로그 꽝터보의 느낌으로 폭발적으로 가속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매우 가벼운 클러치 패달과 가벼운 무게감의 체인지레버 덕분에 벨로스터 N보다 운전이 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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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이트 때문에 996을 혹평했던 사람들이 많은데, 996을 제대로 타보면 혹평을 할 수가 없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빠르게 달리는 포르쉐의 앞모습을 기억하기 보다는 추월해나가는 뒷테를 감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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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 18인치에서 19인치 HRE로 교체한지 2년 좀 넘었는데, 사실 그 사이에는 제대로 와인딩을 해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순정일 때 인재 트랙도 한번 타본적이 있는데, 가속할 때 언더와 코너 진입할 때 오버의 두 끝 사이에 정말 다양한 모션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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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은 295mm 뒷타이어를 사용하는데 현재 305mm 뒷타이어는 정말 뿌듯합니다.
뒷타이어의 폭은 남자에게는 자존심일 수도 있는데, 원초적인 남성의 본능과 뒷타이어의 폭에 대한 욕구는 비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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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추월해가던 그 포르쉐
바로 이 모습을 보면서 포르쉐가 스쳐가네 하는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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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낮지도 않고 높지도 않은 중음정도로 회전음이 올라가는 것만큼 빠르게 멀어집니다.
터보의 사운드는 높지 않지만 소리가 멀리가서 멀어져도 소리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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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추월한 포르쉐와 거리가 멀어지면 결국 이 낮고 넓은 엉덩이를 보게 됩니다.
터보와 4S만이 오버휀더를 가지고 있는데, 실제로 어깨 근육을 연상케 하는 넓은 휀더 때문에 사이드 미러 시야를 상당부분 가립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사이드 미러보다 뒷 휀더가 더 넓게 보이는게 보이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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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카레라도 터보이지만 911에서 터보 뱃지는 상당한 Heritage와 Pride를 동시에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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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420마력이지만 현재 SKN ECU튜닝으로 480마력입니다.
300은 아주 손쉽게 점령이 가능하고 250이후 미친 듯이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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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크가 길어서 숏시프터를 이용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전 전혀 그럴 필요성을 못느낍니다.
그냥 이대로가 좋고, 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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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타보다 가벼운 클러치 패달은 GT3나 GT2처럼 무겁고 직결감 좋게 아예 오페라 실린더 제거하는 튜닝도 가능한데, 굳이 그럴 필요성을 못느끼며 GT 스타일의 터보에는 가벼운 클러치가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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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에 제대로 모는 시간이 몇 번 안되지만 그래도 항상 타고 나서 생기는 사소한 문제점들을 모두 잡기 때문에 늘 풀 액셀할 수 있으며, 996, 997을 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성향상 탈 때마다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간직합니다.
고장이 거의 없다는 점도 큰 행운이며, 장거리 연비까지 좋으니 GT로서 필요한 모든 조건을 모두 오버 충족시키는 차입니다.

운전이 어려운 부분은 차의 구조와 질량에 대한 이해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전혀 다르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제동을 한 후 브레이크 패달을 놓는 타이밍과 스티어링을 턴하는 타이밍의 박자를 맞춰서 운전하지 않으면 항상 오버라는 복병을 만나게 되는 것이고, 반대로 이 박자를 잘 맞추고 가속해서 스티어링이 펼쳐질 때 미세한 언더스티어를 맞이한다면 996을 아주 잘 이해하면서 운전하는 경우입니다.

반대로 탈출하면서 자꾸 파워 오버스티어를 경험한다면 이는 탈출 효율이 떨어지는 주법입니다. 즉 차를 완전히 돌려놓고 스티어링을 좀 빠르게 풀면서 가속해 나가는 것이 가장 빠른 주법입니다.

발테리 보타스가 용인에서 F1 머신을 타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가장 큰 감동은 정말 인내심을 가지고 차의 방향이 돌아올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린다는 점이고 모든 F1 드라이버들의 주법은 동일합니다. 

996터보는 운전자를 가리지만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전 딸이 대학에 가면 벨로스터 N수동을 어느정도 다룰 줄 알면 바로 996터보를 운전시켜보려고 합니다.

자꾸 쉽고 편한쪽으로만 운전에 익숙해지면 품격있는 주법을 익힐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달리는 것과 품격있는 주행은 구분됩니다.

996은 이런 고급주법을 익히기에 아주 좋은 교본과 같은 스포츠카라고 생각합니다.
996, 997의 진가를 알면 991의 진가도 알 수 있습니다. 

방향성이 다르고 주행 특성이 다르지만 그래도 여전히 포르쉐 리어 엔진 패밀리 안에서 공통분모가 더 큽니다.

제가 그동안 996터보를 혼자 즐기는 그런 차였다면 앞으로는 아이들이 이 차를 완벽하게 다룰 수 있는 실력을 전수하는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어서 기대가 됩니다.

오준 오탁이 카트를 다루는 실력이 예사롭지 않고 차를 느끼는 감각이 무척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면 소망을 실현시킬 날이 이제 많이 가까워진 느낍입니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모두들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라며, 공기압을 자주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