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마지않던 R32를 어쩔수없이 떠나보내고

부인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맞이하게 된 C300.

복잡한 사정때문에 들이게 된 C300은 참 미웠습니다.

300마력으로 파워가 올라간 C350, 혹은 C클래스 쿠페만 되었더라도

그렇게까지 화가나지는 않았을텐데,,,

쿠페는 절대 안된다는 부인의 엄포, 그리고 C350 세단은 한두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딜러의 말에

정말 어쩔 수 없이 C300 세단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R32의 자리에 주차를 하던 그 순간은 참 서러웠습니다.


며칠동안 힘이빠져있는 저를 보고

부인은 '길을 막고 물어봐라...폭스바겐에서 벤츠로 바꾸고 이렇게 화내는 사람은 없을거다' 

라는 말을 하면서 성질을 건드리기 시작하였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 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고향인 C300의 이름을 '검둥이' 라고 지었고

길들이기 없이 6000rpm으로 혹사시킬 계획이었습니다. 

부인에 대한 원망을 검둥이에게 다 풀어버릴 심산이었죠.

하지만 이 녀석도 주인 잘 만났으면 예쁨받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어

2년동안 저의 발이 되어줄 검둥이를 조련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 300마일, 500여 Km 정도는 2000rpm 까지만 썼습니다.

R32의 매력적인 엔진음과 배기음에 익숙해졌던 저의 귀에는

C300의 엔진은 존재감 없는, 그야말로 전기차를 모는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3000rpm 까지 올리는 지금도 엑셀을 꽤 깊숙히 밟아야만 엔진음을 들을 수 있을정도로

좋게말하면 점잖고 정숙성있는, 나쁘게 말하자면 존재감 없고 재미없는 엔진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하지만 조용히 치고나가는 맛이 꽤 재미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가속을 하였을때 80km/h 에서 140km/h 까지의 3000rpm 이하로 유지하며

엑셀을 밟았을때 생각보다 빠른 가속을 보여주었고 안정감이 꽤 좋았습니다.

물론 가속을 하였을때도 엔진의 존재감은 그리 돋보이지 않았습니다.


서스펜션의 느낌은 정말 좋습니다. 

엔진은 C+ 정도이지만 서스펜션은 A 이상을 주고싶습니다.

거지같은 노면을 자랑하는 뉴저지의 지방고속도로에서 

R32같으면 차체가 꽤 흔들릴만한 요철을 넘을때도 부드럽게 넘어가고

고속으로 코너를 돌더라도 매우 안정감있게 돌아갑니다.

그리고 100km/h 의 속도에서의 안정감은 괜히 삼각별을 달고있는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합니다.

R32로 신나게 달리던 와인딩을 돌았을때 그때까지 밉기만 하던 C300을 조금 예뻐하게 되었습니다.

R32로 80km/h 정도로 진입하여 100km/h 정도로 빠져나오던 내리막 코너를

비슷한 속도로 진입하여 비슷한 속도로 돌아나오는 것을 경험한 후 많이 놀랬습니다.

R32가 타이어를 아스팔트에 박고 코너를 도는 느낌, 빠르게 회전하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라면 

C300은 이정도면 언더스티어로 갈것같은 아슬아슬한 상황에서도 덤덤하게 코너를 빠져나옵니다.

그리 빠른느낌은 없지만 계기판상으로는 비슷한 속도를 마크합니다.

의외로 빠르게 와인딩을 넘어가길래 계속하여 무리한 시도를 해보았으나

무덤덤하게 브레이킹 없이 와인딩을 소화하는 실력에 약간의 감탄을 하게되었습니다.

물론 진지한 전투모드로 들어간다면 R32가 빠르겠으나 

C300도 쉽게 지지않을만한 와인딩 실력을 가지고있다는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브레이크는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R32의 브레이크가 좋기는 하였지만 

C300의 브레이크는 페달의 스트로크가 매우 짧고 초기 브레이크 응답력이 약해서

꽤 힘을주어 페달을 밟아야 원하는 제동력이 나옵니다.

제동력 자체가 나쁜것같지는 않습니다만 응답이 너무 늦고 답답해서 

2001년도 어느 봄날, 제가 몬것을 마지막으로 생을 다한 

연식이 생각나지 않는, 10년 가까이 되었을법한 선배의 현대 엑셀의 브레이킹과 감성적으로는 비슷합니다.

제 차만의 문제인지 아니면 원래 이런것인지 궁금하기만 한데

2011년식 ML350은 이렇게까지 브레이크가 둔감하지 않은것으로 보아

C300 모델의 브레이크 특성이 둔감한것인지 궁금합니다. 

아직까지 스포츠모드를 써보지 않았는데 

스포츠모드로 바꾸었을때 브레이크의 응답력도 변하는 시스템인지는 두고보아야 하겠습니다.


디자인은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뒷모습은 이전모델과 비슷하지만 새롭게 바뀐 앞모습이 역동적인 느낌을 주는데

계속 보다보니 왠지 BMW 3시리즈를 보는것만 같습니다.

현행 E클래스 세단보다는 훨씬 잘생겼고 이전 C클래스보다도 스포티한 얼굴이 마음에 듭니다.

이전모델이 말 그래도 벤츠다운 모범생같은 얼굴이었다면 

신형 C클래스는 집안에 한명씩 있는 반항아를 떠오르게 합니다.


계기판은 약간 불만이 있는데 속도계의 바늘이 너무 굵어 작은눈금을 2개정도 가려버려

지금 25마일로 달리는지, 30마일로 달리는지 구분이 가지 않을정도입니다.

덕분에 25마일을 넘기면 바로 경찰출동하는 우리동네에서 운전하는것이 긴장됩니다.

디지털 페널에 속도가 표시되기는 하지만 버릇때문인지 바늘에 먼저 눈이갑니다.

새로운 디자인의 핸들은 참 마음에 듭니다.

이전 모델보다 스포티해진 핸들의 형상은 답답한 엔진반응을 잊게해줄정도로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ML350에도 장착된 패들쉬프트가 없다는것입니다. 

그리고 ESP(폭스바겐에 익숙해서...)를 해제하려면 

핸들의 버튼조작을 통해 계기판에서 설정을 바꾸어야하는데 이게 꽤 번거롭습니다.

그냥 열선버튼 옆에 버튼하나 더 달아주었으면 좋았을텐데요...아쉽습니다.


시트는 깊지도 않고 평평하지도 않은 말그대로 무난한 포지션입니다.

와인딩에서도 큰 불안함 없이 몸을 잘 고정시켜주었습니다.

하지만 헤드레스트의 탄성이 너무 높아서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붙이고 운전을 하다보면

왠만한 요철을 넘을때도 머리가 헤드레스트에 3~5차례 튕깁니다.

마치 제 머리가 호피티를 타고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연비...C300을 길들이며 가장 큰 불만이 생긴 부분입니다. 

윗급인 C350이 고속도로에서 30mpg 정도가 나온다고 하여

C300의 제원에 적혀있는 24mpg 보다는 더 나올것이라 생각하였는데

60마일로 크루즈를 하여도 25mpg을 넘기는것이 힘듭니다. 

경제성으로 보자면 미국에 출시된 C클래스들 중 가장 떨어진다고 볼 수 있을것같습니다. AMG 빼구요.

재미없는 엔진이 기름도 더 먹으니 이뻐보일리가 없습니다.

차라리 벤츠 4기통 터보모델을 데려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습니다.


워낙 기대없이 맞이한 자동차여서 왠만한 장점도 큰 장점으로 다가오지만

C클래스 차체가 가진 능력과 고속주행에서의 안정감, 

그리고 서스펜션의 멋진 셋팅에는 큰 감동을 받고있고 

C63 amg를 향한 갈망을 더욱 크게 만들었습니다.


C300으로 바꾸고 난 후 남.녀의 반응이 매우 상반되는것이 재미있습니다.

같은 아파트 주차창에 항상 세워져있는 에스턴마틴의 주인 할아버지는 

'원래 니가타던 귀염둥이는 어디있냐?' 라는 물음을 하였고

렉서스 SC430을 타는 할머니는 '지금 차가 훨씬 멋지네' 라고 말을 하였습니다.

렌서에볼루션 매니아인 발렛파킹 직원은 '결혼생활 힘들지? 그래서 난 결혼 안할거야' 라고 하더군요.

R32...좋은 주인 만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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