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3294.jpg IMG_3295.jpg IMG_3296.jpg IMG_3297.jpg IMG_3298.jpg IMG_3299.jpg IMG_3300.jpg IMG_3301.jpg IMG_3302.jpg IMG_3303.jpg IMG_3304.jpg IMG_3305.jpg IMG_3308.jpg IMG_3309.jpg IMG_3310.jpg



페라리를 운전하면서 느끼는 짜릿함은 페라리를 실제로 소유한 오너들보다 나처럼 어쩌다가 시승기회를 통해 접할 기회가 있는 객들에게 더 클 것이다.



명품을 소유할 기회를 가진 소수의 사람들의 특권은 이 세상에서 사람이 만든 물건 중 가장 잘 만든 무엇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바로 그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가지고 싶을 때의 소유욕이 가졌을 때의 만족감을 앞지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페라리는 자동차라는 카테고리에서 가장 잘 만든 차에 최고봉이기도 하지만 열정과 감성이 기계적인 완성도를 압도하는 몇 안 되는 그런 브랜드일 것이다.



비단 모터스포츠에서의 업적까지 들추지 않아도 페라리에서 만든 차들은 모두 하나같이 작품의 성격을 띄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페라리 중에서 360모데나 이전 모델들의 완성도와 기계적인 안정성에서는 크게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348이나 F355등의 차의 실내 내장의 품질이나 가죽의 가공방법 및 내구성, 그리고 바디의 견고함 등은 사실 90년대에 나온 차로서는 독일차의 완성도와 비교해 상당히 조악한 수준이었다.



360모데나을 기점으로 F430으로 이어지는 바로 그 시점에 페라리의 완성도가 가파르게 상승해 나가는 시점이라고 본다.



현재의 페라리는 어떠한가?


그동안 조악했던 품질의 한계를 솔직히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안팎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페라리로 Daily drive를 하는 부류가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여전히 하이 마일리지에 대한 검증 자체가 쉽지 않고, 아무리 품질 부분을 비약적으로 올렸다해도 페라리는 파워트레인과 여러가지 부품들의 신뢰성 문제에 있어서 그리 자유로운 브랜드는 아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차를 선택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아닌 이상 현재의 수준 이상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없다.



700마력이 넘는 양산 NA엔진은 지구상에 눈을 씻고 찾아보려 해도 F12베를리네타 이외에 어떤 차종이 있는지 쉽게 파악이 안된다.



12기통 엔진에 대한 페라리의 애착은 8기통 미드쉽이 페라리의 상징화되고 있는 요즘의 페라리 트렌드에 페라리의 상징은 여전히 12기통이라는 강력한 메시지일 지도 모른다.



매니어라면 누구나 회자하는 엔초페라리 이후 12기통 엔진을 장착한 599 FF등이 세상에 나왔지만 사람들은 온통 458이탈리아 이야기만 하는 이러한 상황이 페라리에게는 신경이 쓰였을 수도 있다.



F12와의 만남은 설레임과 두려움의 공존이었다.


차를 받는 그 순간 여전히 스노우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었던 2월말의 상황과 수시로 테스트를 위해 달리는 그 곳의 노면이 전혀 740마력을 뿜어내며 달릴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12월부터 3월 중순까지의 테스트는 고성능인 경우 반드시 자주 달렸던 곳 그것도 아주아주 익숙해서 노면이나 차선간 차이까지 아는 그런 곳에서 시승을 해야 한다는 나만의 원칙이 있다.



생애 마지막 시승이 될지도 모르는 두려움을 피하기 보다는 최대한 안전하게 시승을 끝마칠 수 있기를 기도한 후 안전마진을 어느 정도 두고 최대한 적극적인 시승을 해야 하지만 그러기에도 740마력은 너무나 큰 부담이었다.



F12로 시가지를 빠져나가는 상황은 458이탈리아 때도 그랬지만 위화감이 없다.



편안하기는 458이탈리아보다 훨씬 편하고,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부드럽기와 자연스러움은 조금의 과장을 보태어 폭스바겐 골프 DSG와 같았다.



가속패달이 밟히는 깊이가 조금 깊어지면 이내 배기음이 급격하게 증폭되지만 여전히 8500rpm에서 어떤 소리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었다.



일반적인 고급차들의 12기통 엔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도 페라리의 12기통 엔진은 전혀 다른 성격의 사운드를 선사하기 때문에 12기통 엔진이 8기통에 비해 전반적으로 재미가 없다는 통념은 페라리에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고속화도로에 올려 놓고 200km/h의 속도대로 달리면서 가감속을 반복하지만 가속패달을 바닥까지 밟기가 쉽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간 크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나지만 가속패달을 밟아 내려가는 그 0.1mm의 움직임도 몸으로 느껴지는 그런 상황 즉 패달을 조금씩 깊이 밟음의 기울기와 쏟아져 나오는 힘의 기울기가 터무니 없을 정도로 차이가 크기 때문에 터보와 같이 급격한 파워 가파르기가 아니더라도 뒷바퀴에 실리는 토크의 양과 추진력은 엇비슷한 최대 토크를 마크하는 500마력 후반대의 터보 엔진의 그것보다 더 강렬했다.



예를들어 6000rpm에서 최대출력을 발휘하는 트윈터보 500마력대 엔진의 최대토크보다 절대수치는 약할지도 모르는 F12의 최대토크이지만 최대토크 근처의 큰 힘으로 가속해나가는 그 회전수의 길이가 훨씬 길기 때문에 맹렬한 느낌의 회전수 사용시간 면에서 일반적인 고출력 엔진보다 압도적으로 길다.



좀 더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실제 운전상황을 묘사하자면 4단정도에서 가속패달을 끝까지 밟고 가속해나가는 6000rpm을 지날 때 이 힘의 크기와 추진력이 아직도 2500rpm을 더 돌려 8500rpm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공포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체감상 최대토크가 나오는 시점을 지나도 힘의 크기가 줄어들기는커녕 더 커지는 듯한 느낌으로 가속되기 때문에 앞에 있는 물체가 나를 향해 날아오는 듯한 느낌에 장애물을 피하듯 운전하는 느낌이다.



차를 운행한지 1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4단에서 풀액셀을 할 수 있었는데, 5단으로 변속되고 6단으로 넘어가며 280km/h를 달리는 그 상황에서는 정말 숨을 쉴 수 조차 없었고, 선택했던 모드가 트랙션 컨트롤이 최소한의 서포트만 하는 Race모드여서 그런 상황이라 여간 위험한 것이 아니었다.



거리 40km정도의 구간의 노면 상태가 극과 극으로 변화무쌍했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립을 살리면서 풀액셀하는 조건을 찾는 것이 엄청나게 힘들었다.



노면이 좋다면 풀액셀에 두려워할 상황은 전혀 아니었다.


하지만 시승당일에는 5 220km/h에서도 가속패달을 꽉 밟으면 바닥에 닿기 전에 뒤가 흔들리는 그런 상황이었다.



일반적인 출력대의 차량만을 몰아본 경험으로 겨울의 노면이 얼마나 미끄럽고 위험한지는 400마력 이상의 후륜구동을 자주 다뤄보지 않고서는 알길이 없다.



200마력 이하의 차량으로 겨울에 노면 때문에 시껍할 일은 상대적으로 적다.


740마력의 숫자에 대한 책임감이 얼마나 크고 얼마나 큰 Risk인지 글로 옮겨 적는 일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힘의 크기와 토크감 그리고 초고속에서의 추진력은 정말 로케트와 같은 힘으로 밀어붙이고, 엇비슷한 가속감으로 가속할 때에도 458이탈리아와 비교하면 육중함과 뒷바퀴에 훨씬 큰 토크가 걸려있다는 느낌을 선사할 정도로 속도의 상승이 끝도 없이 뻗어나가는 그런 느낌이다.



6.3리터 배기량이지만 8500rpm을 돌리는 엔진의 특성상 최대토크의 크기와 회전의 상승에서 과격함은 과급에 비할바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70kg의 토크가 6000rpm에서 발생하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4000~5000rpm에서의 펀치가 상당하다.



그래서 4단으로 가는 상황과 같은 속도 5단으로 가는 상황에서의 가속패달을 때리는 그 초기의 반응은 고단에서도 확실한 견인을 해주어 풀액셀이 아닌 상황에서는 가속을 위해 구지 다운시프트를 요하지 않을 만큼 걸려있는 기어의 단수에 관계없이 치고 나갔다.



밸런스적인 면은 과격한 코너링을 시도해볼 수 없는 시승여건상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GT개념의 투어러인 바디 구조를 고려하면 장거리도 상당히 편안하고 고속에서의 풍절음이나 노면소음도 적절해 노부부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타고가도 그다지 피곤할 것 같지는 않다.



풀가속할 때의 배기음은 F1과 매우 흡사하고, 실내로 파고드는 음량도 상당하다.



2014년 시즌부터 F1은 사운드를 잃어버려 존재감이 사라져버렸지만 페라리가 사운드를 잃을 가능성은 회사가 살아 있는 한 없을 것이다.



부밍음이 없는 건조한 음색으로 하이피치를 만들어내는 그런 독특한 사운드 튜닝은 페라리가 아니면 거의 불가능한 영역이라 사운드에 고회전에서 찢어질 듯한 음색에 적절한 무게감을 싣는 그 절묘한 조화가 만든이들을 존경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최고속도는 340km/h 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 362km/h를 달릴 수 있는 능력의 차로 280km/h대를 달린 것은 엔진 입장에서는 F12가 가진 능력을 제대로 경험했다 하기에 힘든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수퍼 스포츠카들의 과급화 과정속에서 NA엔진의 지존이 하나 뚝 떨어졌다는 바로 그 의미와 엔진의 완성도와 감성, 터널에서는 F1의 그 현장감을 맛볼 수 있게 한다는 그 상징성이다.



지구상에 이런 차가 있다는 것을 알고 느끼고 경험했다는 것은 너무나 소중한 것이다.


세상을 모두 돈으로 살 수 없고, 물질 만능주의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 가치를 알고 지불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세상에 둘도 없는 이런 차를 소유하는 과정은 너무나 정당한 지불일 것이다.



F12의 현재와 미래의 고객들을 위해 진정으로 미리 박수를 쳐줄 수 있을 만큼 나는 F12에 지나치게 매료됨은 물론 기술적 수준과 이 시대에 이런 차를 경험할 수 있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testkwon-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