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미국 출장을 갈 기회가 있어 항상 가는 루트대로 부산히 움직였습니다. (폰티악 --> 렉싱턴 --> 휴스턴)

위와 같은 일정을 단 3일만에 마치고 돌아가는 날(나흘째)은 조금 여유가 있어 기본적으로 부탁 받은 물건, 가족들 선물,

그리고 애플스토어를 구경을 위해 근처 유명(?) 쇼핑몰(갤러리아)에 들렀습니다.

그리고 나서도 여유가 남아 인근에 있는 아웃렛으로 향할까 하다... 해가 가면 갈수록 점점 줄어드는 옷 욕심과 견물생심인데...

괜히 갔다 필요도 없는 물건을 구매하게 될까봐 마음을 바로잡고... 머물던 숙소 근처에 있는 VW 매장에 찾아갔습니다.

날이 갈수록 올라가는 유가를 생각하며 다음 차로 넘어가게 되면 디젤차를 구매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제가 찾아간 딜러샵에 제가 원하는 Golf 2.0 TDI M/T 모델이 있어 시승을 부탁했습니다.

딜러는 계속해서 찾아드는 고객들 때문에 바쁜지 키를 저에게 넘겨주면서 알아서 시승하라고 부탁을 하더군요.

해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티구안 가솔린 터보 수동 모델도 있으면 그 차도 꺼내달라고 뻔뻔하게 요청을 했습니다. ^^;

 

5도어 모델이 인터넷으로 검색했을 때는 딜러 재고로 떠 있었는데 현장에 가니 다 팔리고 3도어 수동모델만 남아 있어

아쉬운대로 그 모델을 시승했습니다. 본질적으로 똑같은 차니 큰 불만은 없었지만요.

아무리 6세대 모델이라 해도 제가 가지고 있는 5세대 골프와 실내가 거의 달라진 것이 없어 운전석에 앉아 익숙하게 조정이

필요한 것들을 만져주었습니다.

그리고 1단을 넣고 바로 딜러샵 주차장을 빠져나왔죠.

그런데 흠... 지인 분들이 지금의 GTI를 팔고 디젤차로 넘어가면 후회할꺼라 말씀들을 많이 하셨는데... 어차피 거의 운전도

하지 않으면서 운전을 한다 손 치더라도 관광모드로 운전하는 내 스타일을 비춰보았을 때 기우라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2.0 터보디젤을 몰아보니... 기존 차의 터보빨에 익숙한 저에게 참 와닿지 않는 낮은 출력 및 토크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RPM을 아무리 높여도 시원하게 뻗어나간다는 느낌이 나질 않고 적정 RPM, 적정 단수에서 가속을 하더라도 생각보다

크게 느껴지지 않는 토크빨... 뭐 여러모로 가솔린 터보 엔진과 가솔린 디젤 엔진의 차이를 경험하게 되었네요. (물론 디젤

고성능 버전은 아니지만요)

출장 오기 전까지 제가 느끼기에 제 차가 너무 나가지를 않아 어디가 고장났나라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다른 차를 시승해보니 개인적인 가속감, 그리고 물리적인 가속감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제 차가 멀쩡하다는 얘깁니다)

얼른 highway에서 내려와 시내 주행으로 모드를 바꾸고... 조용조용 운전해 딜러샵 주차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차의 운동성능에 대한 큰 불만은 없지만... 어떤 fun car 요소는 상당히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차를 소유하게 된다면 운전의 재미보다는 (없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 경제성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겠다라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특히나 미국 현지 가격대를 놓고 본다면 Golf GTI 깡통모델과 비슷한 수준인지라... 갤런당 기름값이 4불을 훌쩍 넘는 상황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굳이 TDI 모델을 살 필요는 없겠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 같이 GTI를 소유해본 사람이라면 다른 차를 소유하고 싶은 욕심에 디젤 Golf로 갈 수도 있겠지만요.

 

이런 조금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티구안 수동 깡통 모델로 옮겨 앉았습니다.

아무리 깡통 모델이라 하지만 안전옵션을 모두 갖춰져 있고 크루즈, 수동이지만 8way로 조절할 수 있는 시트

(운전석/조수석 모두, lumbar support까지 포함), 브레이크 패드 마모율 보고 기능등이 갖춰져 있어 나름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215/65 H급의 작은 휠타이어, 우레탄 재질에 아무 조정 버튼이 장착되어 있지 않은 깡통 스티어링 휠, 그리고

운전석/조수석 뒤에 응당히 달려있을 줄 알았던 시트포켓이 없어 좀 깼습니다.

그래도 미국에서 몇 개 남지 않은 수동으로 살 수 있는 SUV 모델을 언제 타보겠냐는 심정으로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운전자세가 골프와 유사할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운전석 높이가 일반 세단보다는 높아 운전이 좀 편안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수동변속기도 이런 운전자세를 반영해 골프보다 기어봉이 좀 높았습니다.

얼른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놔보니... 역시... 평범한 2.0 터보디젤보다는 2.0TSI의 성능이 많이 낫다는 것을 바로 느낍니다.

킥다운과 동시에 래브매칭을 하면서 가속페달을 밟아보면 골프보다 무거운 차체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차가 꾸준히 속도를

높여나갑니다.

5리터 8기통 엔진을 탑재한 차들이 무수히 많은 휴스턴의 고속도로에서도 티구안이 부족하지 않은 성능으로 열심히

잘 달려주더군요, 아마 같이 고속도로를 달렸던 분들이 쥐방울만한 SUV가 칼질하면서 달리는 모습을 보고 좀 의아해

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GTI 순정에서 느꼈던 브레이크 성능의 아쉬움도 별로 느껴지지 않았고 (물론 GTI를 탈 때처럼 미친 듯이 운전하지는

않았지만) 차량 자체의 강성이 좋아 운전의 재미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내려와 일반 시내길을 운전하는데... 확실히 차 무게가 좀 나가는데 16인치 평범한 타이어를 앞바퀴로만

굴리는 차답게 형편없는 그립감이 좀 아쉬웠습니다.

특히 신호등 앞에서 ESP를 해지하고 가속성능을 테스트하는데... ㅎㅎ 차가 앞으로는 나가지 않으면서 어마어마한 토크

스티어와 휠스핀만 일삼아 이런 실험을 포기하고 천천히 관광모드로 시내를 주행했습니다. (옆에 정지했던 분들이

조금 비웃는 표정으로 제 시승차를 바라보았습니다)

만약 이 차를 소유하게 되면 칩튠정도 바로 해줄 생각을 가졌었는데... 이런 식의 튜닝은 이차의 소유목적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수동변속기의 변속질감은 VW/Audi 계열의 다른 차량과 비슷하게 큰 불만은 없으나 뭐라 그럴까요? BMW, Honda만큼의

체결감, 직결감, 부드러움 등은 모자란 느낌입니다.

그래도 태생적으로 수동만 고집하는 저의 아집때문인지 몰라도 미국에 혹시라도 살게되어 티구안을 구매하게 된다면

지금처럼 수동깡통모델을 주문해 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차 시승을 마치고 엔진후드, 해치, 뒷자석등을 열어보고 차를 찬찬히 뜯어본 후... 너무 더워 딜러샵 안으로 들어와

담당 영업사원과 10분 정도 얘기를 했습니다.

티구안 수동모델은 찾는 사람들이 없어 장기 악석재고로 분류 되었는지 판매 push가 엄청 나더군요.

섭섭하지 않은 조건을 제시하겠다는 영업사원의 말을 듣고 얘기가 길어질까봐 나는 현지 주재원으로 7월 말경이나 되어야

나오니 그때 다시 방문을 하겠다고 대충 둘러대고 모멘텀 VW 딜러샵을 나왔습니다.

 

오늘 시승 총평을 하자면 Golf 2.O TDI M/T는

- 운전재미는 GTI와 비교가 안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의 기본기는 역시 골프인지라 운전재미는 있다.

- 고유가 시대에 프리우스 같이 하품나오는 차보다는 훨씬 재미있으며 기회가 된다면 구매하고 싶다

 

티구안 2.0 TSI M/T는

- SUV를 수동 모델로 사야할 이유가 있는가?

- 개인 취향이므로 나는 수동을 사야할 듯... 다 좋은데 만약 저 깡통 모델을 사게 된다면 18인치 훨타이어로 꼭 순정휠을

  교체해주고 (그립감 확보를 위해서라도)

- 휑한 느낌을 주는 스티어링 휠을 어떻게든 바꿔줘야겠다.

 

이렇게 요약이 되네요.

참고로 렌트카로는 닛산 알티마 2.5 CVT 모델을 탑승했는데... 중형차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해주었음에도 불구 어떤 감성이

2% 부족하다는 느낌을 개인적으로 느끼게 되어 향 후 구매대상 차량 리스트에는 올라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독일차에서는 아무리 보급형이라 하더라도  느낄 수 있는 차체 강성, 섀시의 단단함, 그리고 운전의 즐거움이 제가 시승했던

대부분의 일본차에서는 느껴지지 않아 일본차를 살 계획은 당분간 없을 것 같습니다.

이상 허접하고 엄청 주관적인 VW 차량 시승기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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