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챔피언 결정전 9회말 시작 무렵 용인 와프에 도착했다.
잠시 일손을 놓은 미케닉들과 9회말을 함께 시청하지만 맘속에 한일전은 내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동점 적시타가 터진 9회말을 바라보면서도 내맘은 RS2의 엔진 내부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노트에 실린더를 숫자대로 적었다.
그리고 물었다. 게이지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으니 압축비 9:1의 RS2엔진의 압축이 얼마가 나와야 합격이냐고?
그동안 동일한 게이지로 신차 수준의 새엔진은 물론 각종 튜닝엔진을 측정했던 그들의 경험으로 150psi이상이 나오면 아주 훌륭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실린더가 균일하게 나와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표현은 안하지만 이미 인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플러그 5개의 상태가 우윳빛으로 연소점수는 일단 완벽하게 합격했다.



1번 실린더 165psi


2번 실린더 160psi


3번 실린더 160psi


4번 실린더 160psi


5번 실린더 165psi


와프의 정부장님이 "내가 뭐라고 했어요? 압축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잘 나올거라고 했지요?"
난 말없이 정부장님을 살포시 안아드렸다. 비록 야구는 졌지만 난 이겼다는 만족감에 하늘을 날 것 같았다.
압축은 5개의 실린더가 오차없이 거의 완벽하게 나와주었고, 순정 압축비를 고려할 때 와프에 있는 게이지로 나올 수 있는 거의 최상의 압축이 표현되었다.


압축이 엉망이었다면 오일소모도 많았을 것이고 연비가 안나오는 것은 엔진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지 못했을 것이다.


압축테스트를 마치고 엔진을 밑에서 꼼꼼히 살펴 혹시 이상이 있는 곳은 없는지 제차 살폈다.


이제 RS2를 손에 넣은 2007년 5월 이래 최상의 엔진 내부 컨디션을 확보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오일압력도 엔진이 완전히 열을 받은 상태에서 공회전시 2.2바이고 회전수가 1800rpm에 도달하는 순간 최대 오일압력인 5바를 사정없이 때려주었다.

압축이 제대로 나오고 오일압력이 완벽하게 나오는 이상 엔진은 달릴 준비가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모든 것을 확실히 하는 차원에서 서둘지 말고 1000km길들이기를 채우고 오일을 교환한 후 추가로 2000km를 초기보다는 좀 더 빠른 페이스로, 하지만 여전히 전부하 운전을 피하는 2차 길들이기를 하기로 맘먹었다.




압축테스트를 마치고 며칠 후 야간에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해 약 300km거리를 한번에 달렸다.
시속 130km/h(6속 3500rpm)에서 140km/h(6속 3750rpm)로 꾸준히 정속을 해주었고, 주유를 한 후 300km는 고속도로 나머지 100km는 시가지를 주행한 연비는 정확히 리터당 9km가 나왔다.

시간이 흘러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 RS2는 리빌트 후 900km를 달렸고, 오일체인지까지는 100여km를 아직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작업이 끝나고 독일에 Hamon motors에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설명했고, 무지 화가 난다고 했다.
그들은 자기들의 작업 자체에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 맞다. 너희 기준에 너희가 약속했던 작업을 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크랭크 샤프트에 있던 손상이 결국은 엔진을 한번 더 오버홀하게 만들었고, 엔진을 조립할 때 블럭과 헤드에 대한 컨디셔닝 작업이 내기준으로 수준미달이었다. 네가 원하면 관련 사진 수백장을 보내줄 수도 있다.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나의 차분한 목소리에 그쪽에서 딱히 변명을 하진 않았다.
자기들이 뭐를 어떻게 해주면 좋겠냐고 물었다.
난 딱히 뭐를 어떻게 해달라고 전화를 건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들이 꼼짝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자료를 준비하고 어떻게 반박을 하는지 지켜볼 심산이었는데, 뭔가 보상을 해주고 싶은 의도를 간접적으로 표현하는데, 솔직히 뭐를 어떻게 요구해야할 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난 이것으로 만족한다. 지금 어떤 보상을 받는다고해서 이미 벌어진 일들이 덮어지는 것도 아니고 나 자신이 이번 경험을 통해서 아주 값진 경험과 소중한 지식을 얻은 것에 대해서 만큼은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

Hamon motors측에는 나중에 뭔가 생각이 나면 전화를 하겠다고 했다.
난 여전히 Hamon motors측의 기술력과 노하우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네들도 하고 싶지 않은 작업을 내키지 않는 맘에 하다보니 덜 꼼꼼해졌을 것이고 그러한 상황이 된 것이 내 잘못은 아니지만 자기 자식 다루듯이 정성을 쏟지 못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었던 것을 유치하지만 서로의 궁합문제일 수도 있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Hamon motors를 평가하는 목소리들은 한결같이 기술수준에 대한 신뢰로 일관되었다.
내가 운이 없어서 개떡같은 상황에 직면한 것 때문에 그들을 저급 미케닉으로 평가절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모든 작업의 90%공정을 모두 직접 챙겨주신 이웅걸 이사님의 장인정신과 기술수준은 유럽에서 제법 알려진Hamon motors의 하드웨어를 다루는 그것을 훨씬 압도하는 수준이었다는 것을 확신한다.

앞으로 또 어떠한 불운이 찾을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일단 RS2 3rd engine rebuilt 스토리는 이번편에서 완결하지만 여전히 to be continued... 상태로 남겨두고 싶다.

RS2의 오버홀을 위해 혼신의 열정과 노력을 아끼지 않으셨던 와프의 이웅걸 이사님, 정병진 부장님께 이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to be continued...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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