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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이라는 숫자가 유독 벤츠에서만 특별하게 각인되어가는 요즘이다.

벤츠의 두자리 숫자 네이밍은 특별하다, 빠르다, 혹은 비싸다는 인식(awareness)은 최근 몇 년 동안 아주 빠르고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국내의 높은 AMG판매 비율은 독일에서도 크게 호평하는 부분으로 이제 수입차를 인지하는 연령층과 세대층에서 AMG 뱃지는 전혀 낯설지가 않다.


8기통 이상의 모델에만 있던 AMG라인업이 이제는 6기통과 4기통에 조차 추가되어 거의 전모델에 AMG라인업이 완성되었고, 국내에도 제원을 다 외우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모델들이 판매되고 있다.

8기통 이상 AMG 모델은 특별하다.


벤츠는 전통적으로 여유있는 배기량에서 오는 토크와 묵직한 가속력 그리고 도로를 압도하는 사운드가 진정 고급진 스포츠 세단이 갖춰야할 최고의 덕목으로 여겨왔다.


동급과 비교해 항상 크고 토크가 넘쳐 무거운 엔진과 넘치는 토크에서 오는 언밸런스를 일부러 즐기라는 식의 수퍼 세단을 만드는 방식에 BMWM의 행보나 아우디의 터보엔진이나 콰트로 등에 전혀 자극을 받지 않았다.


W124 E클래스의 500E나 같은 바디의 V8 6.0유닛이 들어간 헤머를 타보면 그 사운드와 질감 때문에 주행 후 여운이 오래 남는 차이고, W202 C36의 직렬 6기통 엔진을 타고 6기통도 나쁘지 않네 하던 감각이 같은 바디의 C43을 타고 나면 C36에 대한 기억은 완전히 지워질 정도로 8기통 AMG의 매력은 4,6기통은 물론 12기통의 매력을 뛰어넘는다고 본다.


W204바디로 진화하면서 6.2리터 8기통을 C클래스 바디에 집어넣을 때 이러한 벤츠의 전통과 철학은 극대화되었고, AMG아이덴티티의 극상이었던 정점이었음을 부정하기는 매우 힘들다.


지금도 NA 6.2리터 엔진이 주는 사운드와 질감은 경험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몸속 세포에 입력이 될 정도로 강렬하고 귓가에 맴도는 사운드 때문에 정기적으로 경험해주지 않으면 안되는 마약과 같은 중독성이 있다.


다운사이징의 변화와 앞으로 변화할 자동차 시장의 지각변동에 가장 빨리, 아니 호들갑을 떨 정도로 빠른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는 독일 자동차 메이커들의 깊은 고민은 수출이 주력인 입장에서 절대 갑으로서의 위치에 서기 어려운 한계에 기인한다.


적당히 포장해서 이야기하면 기술선도로 다운사이징의 좋은 샘플들을 만들어 그 기준을 설정해 놓는 Rule maker로서의 지존인 것이고 조금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면 대안을 찾는 방식이 기존의 것을 개량하기보단 전혀 다른 하드웨어로의 급격한 변화로 메이커의 색깔을 희석시키는 변화를 너무나 태연하게 해낸다는 것이다.


W205 C63 AMG4리터 유닛으로 몸집을 줄이고 트윈터보를 달아 아우디와 BMW와 마치 짜고치는 고스톱처럼 오손도손 마치 브랜드별로 엔진을 바꿔치기해도 예민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예전의 AMG가 어떠했는지 하는 고루한 설교와 옛날 이야기를 꼰대들의 푸념으로 바꾸어 버렸다.


476마력에 66.3kg토크를 가진 일반 모델과 510마력 71.4kg토크를 가진 S모델로 나누었고, 동일한 유닛은 상위 모델들에 적용되었던 5.5리터 트윈터보 엔진을 이제 모두 대체했다.


457마력 61.2kg토크를 가진 NA 6.2리터 엔진 역시 모델에 따라 525마력 사양까지 뽑아낼 수 있을 정도의 여유마진을 가졌다는 것을 참고해보면 신형 4리터 유닛의 작아진 사이즈로 리터당 출력은 높아졌을 지 모르지만 여전히 한참 더 높은 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히 가졌을 것으로 본다.


W205와는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C63을 통해서 넉넉해진 바디에서 오는 여유와 무엇보다 주행 평형성이 매우 좋아졌고, 좌우로 흔들리는 현상이 매우 작아 고속도로에서의 편안함이 W204보다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점, 그리고 낮은 편평비에서 오는 둔탁하고 날카로운 충격을 제법 잘 걸러내는 유연성 있는 서스펜션 세팅이 가장 먼저 감지되었다.


가속을 해낼 때의 과정이 특별해야 한다는 AMG의 노력은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을 정도로 우왁스럽고, E63 AMG와 달리 여전히 후륜을 유지하고 있는 구성을 고려하면 약간의 공포를 줌으로서 그 경계를 넘나드는 재미와 짜릿함 그리고 조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했을 때의 뿌듯함을 잘 전달해주고 있다.


W204보다 저중속 토크가 훨씬 높은 특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파워가 분출될 때 후륜의 안정성이 기대보다 높아 과격한 액셀링에 뒤가 미끄러질 것 같은 공포감은 많이 억제되어 있다.


파워를 즐겁게 꺼내쓸 수 있는 여유속에서 샤시의 상당한 숙성을 느낄 수 있고, 제어에 대한 자신감을 일반인들에게도 전해준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의 배기음은 충분히 강렬하고 스피커에서 나오는 사운드를 들어야하는 신형 M3, M4를 비웃기에 충분할 정도의 음량을 차 안팎에서 경험할 수 있다.


터보차져에 부딪쳐 줄어든 비트를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을 총 동원해서 가짜가 아닌 진짜 사운드로 만들어 놓은 AMG의 노력을 BMW에서도 좀 배웠으면 한다.


MCT라 불리는 변속기는 듀얼클러치와 비교해도 스포츠 주행에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시프트 업다운이 경쾌하다. 특히 다운시프트할 때 뒤에서 팝콘 터지는 사운드가 잊을만하면 한번씩 진짜 AMG라고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다만 날 것이 아닌 뭔가 필터링 된 듯한 사운드, 그리고 엔진의 회전질감이 8기통임을 알기 어려울 정도로 부드럽고 6000rpm에 가까워져도 고회전으로 엔진을 돌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부분은 엔진 자체의 완성도의 여유를 느끼게는 하지만 박진감을 빠르게 올라가는 속도계의 바늘을 통해서만 만끽해야 하는 제한적 즐거움으로 약간 희석될 소지는 있다.


너무나 편안한 시트와 좋은 운전자세 그리고 탁트인 시야속에 도로에서 주변에서 함께 달리는 차들속에 최강자인 경우가 대부분일 주행경험을 감안하면 C63M3보다 개체수가 적고 주행의 평균적인 감각 자체가 좀 더 고급스러운 주행을 충족시키는 세팅이라 M3보다 0.5단계 정도 상위 개념의 차로 인식될 수도 있겠다.


높은 주행완성도는 빠르게 달릴 때의 편안함의 수준을 E클래스 이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여유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겠고, 감성적으로 실내의 디테일이 AMG가 고성능 뿐 아닌 차별화된 고급성에서도 기준이 될 만큼 남성뿐 아닌 여성들에게도 매우 강렬한 인상을 준다.


남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수퍼 스포츠 컴팩트 세단의 위치에 포지셔닝 되어 있지만 비단 빠른 것만으로 어필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하고, 와이프에게 사줘도 이제는 강남의 아줌마들 사이에서도 AMG뱃지가 익숙하니 센스 있는 남편 두었다는 이야길 들을 수 있다.


4리터로 가는 과정에 과도기적으로 벤츠가 사용했던 5.5리터 트윈터보 엔진과 비교하면 4리터가가볍고 경쾌한 느낌과 부스트가 터질 때 밋밋했던 5.5리터와 비교해 훨씬 화끈한 유닛이라 그 쓰임새가 더 폭넓고 앞으로 벤츠가 오랫동안 사용할 유닛일 것이다.


벤츠가 8기통 엔진을 여전히 C클래스에 적용시켜준 것만으로도 아우디와 BMW6기통으로 이미 다운사이징 해버린 스페셜 모델들과 비교해 AMG아이덴티티를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충분하다.


AMG가 벤츠의 브랜드 이미지를 리드하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에 S클래스가 벤츠의 이미지를 대변했다면 AMGS클래스라는 두개의 상징성은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더 견고하게 만들어주었고, 더욱 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여러가지 이슈들로 아우디는 RS는 커녕 S모델들도 국내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과 비교하면 벤츠나 BMW의 스페셜 모델들을 활용한 브랜드 이미지 다지기는 정도를 걸어왔다는 측면에서 그 구축시간이 비단 짧은 축에 든다 해도 편법이 아니어서 올바르다 하겠다.


벤츠가 나이든 노인네들이 즐기는 차가 아니라는 인식을 만드는데 공헌한 AMG의 노력도 궁극적으로 성능, 차의 본질, 특별한 차 소유의 가치, 등등이 적절한 비중으로 커뮤니케이션 되었기 때문이고, 니치 마켓에 대한 투자로 인해 더욱 돋보이게 된 것이다.


수입차 시장이 커진 덕분에 부담 없는 가격에 고성능 독일차를 당장 혹은 가까운 미래에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다운사이징을 트집잡기에 C63 AMG는 너무나 좋은 차였고, 그래서 손에 잡힐 순간을 분명 미래에 가지게 될 것 같은 강렬한 예감이 든다.


전기차에 뒤지는 경우를 만나기 싫어서라도 항상 밟으면 뒷타이어를 태울 수 있는 파워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 특별한 사운드를 안들어 본 사람들에게 들려주어야겠다는 초등학생과 같은 유치함과 무모함, 그런 뻔뻔할 정도의 무식에 가까운 남자들의 열정은 영원토록 무죄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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