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나와 영동선으로 갈아탄 뒤 차량흐름에 맞춰 달리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호법분기점까지는 4차선도로이니만큼 차선만 잘 타면 목적지까지 약간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상황이다.

1, 2차로는 이미 많은 차들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고 3, 4차로는 군데군데 빈 공간이 보인다.
뭐.. 급한 일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마냥 관광모드로 앞차 뒤만 졸졸 따라 갈 수는 없는 일 전방상황을 주의 깊게 살피면서 3, 4차선 빈공간을 찾아 가속을 해나간다.
그려 바로 이게 운전의 맛 아닌감?  아님 말고~~~

도로가 꽉 막힌 상황이라면 계속되는 차선변경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겠지만 지금처럼 상위차선은 꽉 막히고 하위차선이 널널한 상황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여주휴게소를 지날즈음이었나?
왠지 뒤통수가 가렵다는 느낌이 뇌리를 쌔린다.
뭔가하고 룸미러를 보니 육중한 덩치의 흰색차량 한 대가 강렬한 포스는 발하며 다가오는게 보인다.

흐미, 저것이 뭣이당가요?
큼지막한 로고가 달려 있어 아우디인 줄은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차인지는 당최 모르겠다.

외관상으로는 여느 아반떼와 아무 다를 바 없는 썪음썪음한 내차를 굳이 뒤따라올 이유가 없을텐데 계속해서 내 뒤를 따라오는 건 무슨 뜻일까? 사뭇 궁금하다.
무슨 급한 일이라도? 설마 내게 볼일이 있는 건 아니겠쥐?

그렇군....

현재로선 내 주행라인이 그런대로 이상적인 궤적을 그리고 있는 상태라 어쩔 수 없이 내 뒤에 붙어서 호시탐탐 추월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게로군...
좋아....
따라올테면 따라와 보라지....ㅋㅋ

차의 성능만으로 비교할 경우 도저히 상대가 안 될 거라는 걸 잘 알지만서도 차선 선택을 잘한 덕분에 호법분기점 근처까지 계속해서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
계속 앞서 나가면서 룸미러를 통해 보니 이따금씩 그 차가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보이곤 한다.
아마도 두 대가 동시에 끼어들 수 없는 상황을 만나 한 템포 늦췄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나 보다.

에혀~~~

이렇게 계속해서 아우디 차량을 뒤에 달고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쫓기는 것 보다 쫓는게 훨씬 더 스릴 있고 위험부담도 덜하지 않은가?
어차피 허접한 차로 고성능 차량의 앞길을 막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단지 이 차의 능력이 어느정도인지 확인해볼 생각으로 3차선에서 4차선으로 길을 내주며 아우디 차량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이윽고 아우디가 3차선으로 지나감과 동시에 4단으로 쉬프팅, 바로 후미에 붙었다.
드디어 모델명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아우디 A6 3.0 TDI.....
이 차량에 대해선 아무런 사전정보가 없다. 고저 디젤 터보엔진을 장착한 차량이라는 정도 밖에....
디젤이니 토크빨이 엄청나겠군.

소통이 아주 원활한 상태라면 멀어져가는 뒷모습만 보게 될 것이 틀림없겠지만 이 정도 흐름에선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들목 코너를 돌아 중부고속도로 본선에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달리겠쥐.
오늘 제대로 임자 만났다는 생각에 벌써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변속 미스를 없애기 위해 최대한 물기를 닦아내야겠기에 연신 무릎팍에 대고 손바닥을 비빈다.

올커니....

아니나다를까 중부고속도로 본선에 합류하자마자 A6 힘차게 가속한다.
나도 놓칠세라 4단 이빠이 때려 밟았다.
아직은 별반 가속력의 차이를 모르겠다.
순식간에 RPM이 레드존 직전이다. 5단 변속 후 계속해서 풀 악셀!!

흐미...
어지간해선 페달이 바닥에 닿을때까지 쌔리밟는 경우는 드문데 오늘은 초장부터 지대로 밟아대고 있다.^^
Y00을 넘어가면 가속이 조금 더디긴 하지만 똥꼬에 힘을 주고 한번 더 쌔리밟으면 Y20까지는 그런대로 올라가니 최선을 다해봐야겠다.

오늘은 도로 사정상 170~Y00 내외의 속도로 아기자기한 승부가 펼쳐질 것 같다.

A6, 맹렬하게 달려나간다.
5단 풀악셀로 쫓아가보지만 조금씩 힘에 부친다는 느낌이 든다.
배기량이 깡패라는 말을 실감하면서도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나 역시 끝까지 밀어부친다.
다행히 앞서 가던 A6의 브레이크등이 점멸되며 속도를 줄이는게 감지된다.

휴~~~~
겁나 다행이다....ㅋㅋㅋ
이때다 싶어 열심히 쫓아가 다시 또 뒷꽁무니에 붙었다.
아우디 차주 쪼매 기분이 나쁠 것도 같다.
웬 허접한 아반떼가 죽어라 따라오니 어이가 없을 수도....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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