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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로는 사실 우리에게 아주 낯설지만은 않은 스포츠카였다.

3세대가 국내에 80년대에 돌아다니고 있었고, 전격 Z 작전의 주인공 키트의 원형인 파이어버드와 같은 하드웨어를 가진 차로도 알려져 있었다.

 

4세대 카마로도 매우 적은 숫자이지만 당시 덩치가 큰 미국 스포츠카를 좋아하던 매니어들에게는 가격대비 엄청나게 뽐내기 좋은 차였다.

5세대 역시 GM대우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가 되었고, 트랜스포머의 주인공차로 디자인에서만큼은 확실히 각인 시킨 모델이었다.

 

6세대 카마로가 부산 모터쇼를 통해 소개되었을 때의 반응은 정말 뜨거웠다.

5000만원 초반이라는 가격표는 그동안 전혀 주목받지 못했던, 그냥 겉모습과 실력이 별개인 그런 스포츠를 한번쯤 다시 뒤돌아보게 했고, 이후 시승을 해본 매니어들과 기자들의 반응이 매우 뜨거워지며 분위기가 엄청나게 상승해 한때 카마로 이야기는 정말 뜨거운 이슈였다.

 

특정 서킷에서 M4보다 빠른 랩타임이 나온다는 기록을 통해 독일 고성능 스포츠카를 위협할 수준의 핸들링과 기본기를 갖추었다는 평가들이 줄을 이었다.

 

지금은 좀 식은 카마로에 대한 열기이기는 하지만 이번 시승은 카마로를 좀 더 깊이 있게 평가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6.2리터 V8 455마력 직분사 자연흡기 엔진은 요즘의 다운사이징 추세에 대한 강력한 반항이라고 봐야 한다.

큰 엔진을 선호하던 AMG 조차 자연흡기 6.2리터를 단종시킨지 오래이고 지금은 4리터 터보가 바톤을 이어받은 마당에 6.2리터 NA엔진은 머슬카의 헤리티지를 지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더불어 소형 터보 엔진에 대한 거만한 비웃음으로 봐야 한다.

 

어찌보면 전통이고 뭐고 간에 뭔가 이슈가 있으면 엔진라인업을 순식간에 바꿔버리는 독일차가 줏대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다운사이징을 통해 공식적인 배출가스 기록을 줄이는 역할을 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 이미 최신형 엔진들이 가진 하드웨어를 송두리째 바꿔서 얻을 수치들은 아니라고 본다.

 

아무튼 내 기준에는 카마로에 얹힌 6.2리터 자연흡기 엔진은 정말 멋져 보인다.

균형미가 돋보이고 높은 벨트라인은 차를 강인하게 보이게하며 5세대부터 어떤 맥을 이어가는 전면부의 디자인은 뭔가 확실한 메시지를 주기 때문에 흔하다는 느낌이 없어 볼수록 멋지다.

 

시동을 걸 때 너무 제한된 배기음이 머슬카가 맞는지 의심을 하게 되지만 국내의 법규를 맞추기 위해 목청을 틀어막았을 것을 생각하면 이차를 사면 가장 먼저 배기부터 할 심산이다.

 

주행 중 들리는 사운드 역시 V8의 비트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조용하다. 조용하다고해서 큰 엔진이 돌 때의 존재감 마저 감춰지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큰 엔진이 주는 매력은 스포츠카에선 작지 않다.

 

길이 좋지 않은 시가지를 달릴 때의 승차감은 매우 단단한 느낌을 주지만 역으로 차체 강성이 상당히 견고하다는 느낌도 함께 받는다.

 

고속주행과는 거리가 먼 과거의 미국차들의 선입견을 깨는데 이미 캐딜락이 너무나 좋은 샘플들을 많이 보여줘서 카마로가 속도를 높이면서 보여주는 견고한 주행감은 아주 놀랄 일은 아니었다.

 

풀가속으로 속도를 높일 때의 호쾌함과 엔진의 반응성 그리고 제한되었지만 가속패달을 밟은 정도에 정확히 반응하는 사운드는 소형 터보 엔진과 분명히 차별된다.

 

8단 자동변속기는 그리 빠른 느낌은 아니고 다운시프트 때 요즘 최신 듀얼클러치나 스마트한 터크컨버터 기반 자동변속기보다 느리지만 기어비가 엔진의 특성과 매칭이 잘되어 있다.

 

풀가속할 때 3단에서 4단으로 넘어갈 때 6500rpm변속기준 5500rpm에서 다시 시작될 때 차가 튕겨나갈 정도로 이 덩치 큰 6.2리터 엔진은 고회전에서 훨씬 더 경쾌하게 돈다.

 

최대토크 62kg4400rpm에서 발휘된다는 점 그리고 엔진의 보어보다 스트로크가 짧은 숏 스트로크 엔진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맘먹고 스포티하게 만든 엔진임에 틀림없다.

 

4단에서 5, 5단에서 6단으로 넘어갈 때는 5000rpm에서 다시 재가속이 시작되는데 고속으로 가도 시프트 업 이후 박자를 놓치지 않고 당겼던 용수철이 튕기듯 속도가 끝을 모르고 상승한다.

 

긴 오르막에서 어렵지 않게 283km/h를 마크하는 것을 보아 300km/h를 달릴 수 있는 충분한 힘을 확보하고 있고, 히 알려진 엔진의 완성도 자체는 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고회전으로 갈수록 힘이 늘어나고 반응성이 좋아지는 느낌은 어찌보면 AMG6.2리터 V8(MPI)과 흡사한 면도 있다. 회전한도의 차이는 있지만 두 엔진은 분명 많은 공통점을 가진다.

 

미국차가 저중속 토크를 강조하며 고회전 고출력에 대한 의미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과거와 비교한다면 카마로 SS에 탑재된 이 엔진은 글로벌 시장 어디에서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엔진이라고 본다.

 

사실 포드의 쉘비 GT350R도 머슬이지만 8000rpm이상을 돌리는 엔진으로 진화한 것을 보면 미제 스포츠 엔진의 개념이 많이 바뀐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선입견은 깊이 있는 평가를 방해할 수 있으니 이 차가 어느나라 어떤 브랜드의 차라는 것은 그냥 잊어 버리는 편이 낫다.

 

고속으로 달릴 때의 안정감도 좋은 편이고, 풍절음이 속도에 비례한 것 이상으로 커지지 않는 것도 차의 조립과 강성이 견고함을 의미한다. 속도가 높을 때 묵직한 스티어링 감각도 운전자에게 상당한 자신감을 준다.

 

기본적으로 하체 소음이 크기 때문에 시끄럽기는 해도 도어 주변의 풍절음은 280km/h를 넘나들어도 어느 이상 커지지 않는다.

 

하체가 운전자에게 전해주는 믿음의 진위도 카마로를 몰면서 이게 진짜인가 아니면 어느수준까지 버티다가 애라 모르겠다 해버릴 것인가? 의문이 들었던 것은 그만큼 이 차에 대한 데이터가 내 몸에 입력되어 있지 않아서겠다.

 

130km/h 정도의 타이트한 롱코너에서 가속패달을 지긋이 밟았을 때 뒤가 감기는 정

도가 기대 이상이었다. 즉 코너에서 엔진의 파워를 걸었을 때 선회능력을 좋게 하는 능력이 탁월하며, 상당히 공격적인 세팅을 하고 있다.

 

높은 토크가 회전수 전반에 걸쳐있고 자연흡기 엔진이 특성상 미세한 컨트롤에 유리하기 때문에 급한 코너에서 가속패달 조작으로 선회라인을 조정하고 여기에 엔진의 파워만으로 가볍게 뒤를 던져버릴 수 있는 선택지를 운전자가 가지고 있다는 부분은 정말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서킷에 현재의 모습으로도 부족함 없이 달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엔진의 파워가 LSD와 어울려 언더스티어를 확실히 줄이고 리어의 그립을 최대한 한계까지 사용하기 편하게 세팅되어 있다.

 

서스펜션 세팅 자체가 짧은 스트로크를 가지고 있지만 바운스에서 수축할 때 어느 한도 이상에서 끝에 부딪치는 느낌 없이 약간 프로그레시브한 느낌으로 수축하기 때문에 매우 단단하지만 쾅쾅거리는 느낌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훌륭한 평형성을 보여주고 고속코너를 돌 때 예측가능 하다는 자신감을 주는데다가 스티어링 피드백도 아주 좋은 편이다.

 

어찌보면 최신 독일차들보다 아나로그적인 느낌이 많아 진짜 스포츠카를 몰고 운전에 몰입하는 느낌을 강하게 살려준다.

 

운전의 재미로 보면 금방 질려버리는 최신 M카들이나 AMG들보다 오히려 더 깊이 있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본다.

 

종합해보면 전체적인 완성도가 매우 높고, 빠른 주행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에 있어서 부족함이 전혀 없다.

일반 휘발류를 넣고 레드존을 쳐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이미 옥탄가 95세팅으로 되어 있으며, 규격 엔진오일의 점도도 5W 30 스펙이라 너무 노말할 정도이다.

 

정속주행할 때 4기통(V4)으로 바뀌고 가속이 필요할 때 8기통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그 어떤 이질감도 없이 부드러우며, 정속으로 달릴 때의 연비는 리터당 12km이상을 찍을 수 있다.

 

이런 실린더 컷 오프가 작동의 영역을 운전자가 모르게 작동한다는 것만 보더라도 한없이 아나로그 엔진처럼 보이지만 제어의 영역은 상당히 정교하다고 봐야겠다.

 

테스트할 때 관찰해본 결과 150km/h로 달릴 때와 170km/h로 달릴 때 순간 연비가 8km정도로 비슷할 정도로 부하가 적을 때 엔진의 크기에 비해 엄청나게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8단에 두고 2000rpm부근으로 달릴 때도 충분히 넉넉한 토크 덕에 답답하지 않으며 200km/h를 아주 편안하게 오르내릴 때 운전도 매우 편하고 쉽게 느껴진다.

 

이런 즐거움에 충분한 파워를 가진 스포츠카 대신 1억도 넘게 주고 출력도 낮은 독일제 스포츠카를 타는 것이 운전의 본질에서 바라보면 낭비로 느껴질 정도로 카마로 SS는 운전의 재미면에서 화끈하고 기계로서 빈틈이나 부족한 면을 쉽게 지적하기 힘들다.

 

투박하게 생긴것에 비해 나름 편안한 시트, 가격대를 고려했을 때 나름 구색을 갖춘 실내 구성과 아주 깨끗한 화질의 센터 모니터, 통풍시트,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선루프, Keyless entry & Go등등 옵션도 풍부하고 블루투스를 통해 음악 스트리밍을 들을 때의 음질도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가격을 떠나 카마로SS는 미국차의 불명예스러웠던 과거와 아무런 연관이 없을 정도로 차 자체에 대한 만족도와 완성도가 수준급이다.

 

실내의 품질에 대한 부분도 너무 까탈스러운 잣대로 바로보지 않는다면 그런데로 질감이 괜찮고, 바디 패널의 단차도 엉성함을 찾기 어렵다.

 

수퍼차져를 장착하면 650마력을 낼 수 있는 가능성도 카마로 SS 오너에게는 큰 혜택이다.

세상이 다운사이징과 직분사 터보 그리고 하이브리드가 아니면 망할 것 같이 그 난리에 호들갑을 떨지만 6리터가 넘는 대형 엔진으로도 세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캘리포니아 환경기준을 만족시키며, 리터당 10km이상을 달릴 수 있는 엔진이 400마력 오버 6기통 터보로 다운사이징 한 엔진보다 환경에 유해하다는 증거는 최소한 찾을 수 없다.

 

터보는 NA보다 두배는 복잡한 엔진은 열에 대한 문제를 비롯해 시간이 갈수록 신뢰성과 관련된 부분의 문제의 가능성도 높게 마련이다.

 

독일차들이 환경을 핑계로 고급성과 최대출력에만 초점이 맞춰져 순수한 스포츠 드라이빙에 대한 개념과 방향성이 희미해져가는 점을 고려하면 이노베이션보다는 전통과 순수한 운전의 재미 그리고 교감이라는 차원에서 잘 만들어진 미제 스포츠카들은 결코 실력으로건 완성도면에서 얕잡아 볼 수 없는 수준이 이르렀다.

 

이제 미제 스포츠카를 선택하는 것이 유럽차에 대한 막연한 반항심이나 거부감으로서가 아닌 충분히 이성적인 판단과 평가잣대로도 자연스러운 시대를 맞이한 것은 매니어들에게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카마로 SS를 통해 진짜 절충하지 않은 날 것으로서의 스포츠카에 대한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어서 좋았고, 수파차져 650마력 최강 ZL1에 수동변속기에 대한 동경을 좀 더 강하게 할 수 있는 계기였다.

 

미제 스포츠카가 이제 본토의 홈그라운드에서 뿐 아니라 적진에 가서 싸울 준비가 된 만큼 좀 더 공격적인 배틀과 도전을 걸어봄직 하다.

나에게 카마로 SS는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순수 스포츠카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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