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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탈 일이 은근히 많은 편인데, 직업이 자동차이다보니 차에 올라타면 자동으로 다양한 정보들이 몸전체를 통해서 쏟아져 들어옵니다.
가장먼저 습득되는 정보는 차량의 청결상태와 냄새, 운전기사분의 청결도 그리고 승객을 태우기 전에 흡연을 했는지 등등이겠고, 두번째는 차가 출발하고 첫번째 정차할 때 브레이킹을 어떻게 다루는지입니다.
제가 운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quality입니다. 운전에도 품질이 있다고 믿고, 정교하고 정확한 운전을 추구하기 때문에 거기에서 벗어나는 운전인 경우 동승하는 것이 곤욕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택시를 타면 편안하게 어딘가에 다다른 적이 거의 없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운전을 잘하시는 분인 경우에는 말을 걸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보통은 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타이밍 벨트는 얼마마다 교환하시느냐? 변속기 오버홀은 해보신 적 있느냐? 이전 모델과 신형 모델의 차이점은 뭔가? 등등 보통 개인택시도 1년에 4만킬로 이상을 달리니 내구성에 대한 기준이 택시 기사분들에게는 훨씬 크게 다가온다는 점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른 경우는 운전 자체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오늘 탄 택시 기사분의 내공은 상당했습니다.
제동을 할 때 차가 정지하면서 미세하게 울컥이는 것은 앞으로 향했던 무게중심이 차가 정지하면 원래의 무게중심의 위치로 돌아가면서 생기는 충격입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 정차 직전에 제동량을 줄여 차가 정지하는 것에 맞춰 무게중심이 원래의 위치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면 도움이 되는데 이러한 기술은 그 충격을 0으로 만들 때 까지 연습해야 정확한 운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분이 그 정도의 수준으로 브레이크 패달을 다루는 것을 보고 말을 걸었습니다.
"택시 하시기전에도 운전관련 일을 하셨는지요?"
혹시 VIP를 모시는 기사를 하신 분들이 보통 운전의 질이 아주 높기 때문에 던진 질문이었는데요.
"신성일씨가 무스탕 탈 때부터 기사를 했지요"
"무스탕이요? 그럼 몇년도인가요?"
"71년도경 부터니 오래되었지요ㅎㅎ"
올해 80세이신 이 기사분은 신성일씨가 머스탱을 타던 시절 당시 다른 머스탱을 가진 어떤 VIP를 모셨었는데, 그 분은 김두환씨의 후예 정도 되는 그런 분이셨고, 70년대 어떤 한 분야에 나름 우두머리급의 지위에 계신 분이셨던가 봅니다.
그렇게 수행기사로 4년의 경력, 일반 VIP가 아닌 주먹계 VIP의 운전기사는 일반인 기사를 사용하는 법이 없습니다.
결국 기사와 VIP가 가장 최종적으로 남기 때문에 기사들도 주먹 꾀나 쓰는 인원을 차출하는 것이 보통이지요.
아무튼 이 기사분은 4년 동안 부동산과 해양관련 다양한 사업들을 간접경험하셨으나 VIP의 일신상의 이유로 더이상 기사일을 할 수 없어 그때부터 택시를 몰게 되었고, 올해로 개인택시만 만 30년을 하시는 경력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군대에서 운전을 배웠고, 군용차를 다루다가 승용차를 몰게 되었는데, 보통 운전경력과 운전실력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 부드럽고 편안한 운전을 갈고 닦을 시절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전을 수동으로 배우신 분들은 클러치를 다뤄야하기 때문에 왼발은 물론 오른발도 가속패달을 섬세하게 다루는 것에 대한 훈련이 처음부터 오토로 운전을 배운 사람들에 비해 월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반클러치 상태에서는 가속패달을 만지듯 다뤄야 부드럽게 출발이 되는 원리에서 근거하는데, 수동을 오래 하신 분들이 모는 차를 타면 출발할 때 훨씬 차분하게 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브레이크 패달을 다루는 것에 못지 않게 스티어링 휠을 다루는 섬세함도 일품이었습니다.
램프를 돌 때 수정없이 원턴으로 부드럽게 돌아나간다든지, 차선을 바꿀 때 미리 차의 방향을 살짝 틀어 스티어링 조타각을 최소화시킨다든지 하는 나름의 고급기술들이 몸에 배어 있으신 분이셨지요.
부드러운 운전이 몸에 배어 있으니 앞타이어를 10만킬로를 탔는데 아직도 타고 계신 점, 22만킬로를 타면서 브레이크 패드를 한번밖에 바꾸지 않은 점, 어찌보면 말이 돼? 하지만 이분이 운전하는 차를 타보면 조작의 낭비, 즉 차를 다루는 것에 있어서 과한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고 느리게 가지도 않으니 아주 이상적인 운전을 구사하고 계신 것이지요.
80세 나이에 이런 감각을 유지하신다는게 대단하시다고 칭찬을 해드렸는데, 사실 70년대 스토리를 더 듣지 못한 점이 정말 아쉬웠습니다.
아마도 영화 시나리오 2,3편은 나올 정도 분량의 사람들 날라다니던 리얼 스토리들이 잔뜩 나올 것 같았으니 말입니다.
앞에 신호등이 붉은색으로 바뀐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가속패달을 밟고 가다가 강한 제동을 걸거나 쉴 세 없이 가속패달을 밟았다 놨다를 반복하는 경우, 브레이크를 발는 힘이 초기보다 차가 정지하기 직전에 유독 더 강해지는 운전,
출발할 때 온오프 스위치 켜지듯 퉁 하고 튕기듯 출발하는 경우, 정말 차에서 토할 것 같은 그런 운전입니다.
한국의 택시 90%, 위와 같은 운전에서 벗어나는 법이 거의 없습니다.
결국은 운전자가 문제이지 차 탓을 할게 못됩니다. 거지 같이 운전하는 마이바흐 보다 22만킬로를 달린 소나타로도 이렇게 훨씬 편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대략 30분 정도의 시간 남이 운전하는 차에 몸을 맡기는 그 순간 스티어링 휠을 잡은 사람이 내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것입니다. 안전도 결국은 편안함이라는 베이스를 갖춰야 확보할 수 있는 것이지요.
운전에 뜻을 두고 연구하지 않는 이상 스스로 실력이 느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어떤 계기를 통해 자신의 운전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그 이후 평생을 훨씬 더 뛰어난 품질의 운전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니 그 기회를 우연찮은 기회에 맡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운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신과 남의 안전을 위해 아주 의미있는 일일 것입니다.
빠르게 달리는 것을 가르치는 것 말고 이런 섬세한 운전을 가르키는 학교나 기회가 없다는 것도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오늘 제게 훌륭한 택시 서비스를 제공해주신 기사분의 만수무강을 기원합니다.
-testkwon-
운전 경력이라 해봐야 몇 년 안 되는 초보운전이지만 수동 차량을 몰고 다니는 저, 그리고 운전할 일이 잘 없는 저희 형이 운전할 때 마스터님꼐서 말씀하신 부드러운 컨트롤 차이가 나는 것 같더군요.
감히 제가 남의 운전을 평가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만은 언급하신대로 수동 차량을 타던 사람들의 그 악셀을 어루만지는(?) 습관의 차이가 큰 것 같아요.
오토만 타던 사람들은 운전 시 악셀 페달을 쭉 밟고만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저의 경우에는 오토차를 타더라도 변속 시점에 맞춰서 발에 힘을 살짝 풀어주던가 하는 식으로 변속 충격을 줄이거든요.
정지 시 차량의 쏠림을 최소화하는 것은 저희 아버지께서도 평소 하시는 습관이며 그걸 제가 보고 자란 덕분인지 동년배들과 차로 이동 할 때도 부드럽게 정지하는 것이 신기하다고 얘기를 들었던 일도 있었네요. ㅎㅎ
동승자가 편안한 운전이 고급 운전 스킬이라는 말씀에 적극적으로 동의합니다.
개인적으로 잦은 브레이킹보다 멀리 내다보며 악세레타로 가감속을 조절하니 동승자들이 편해하는 것 같더라구요!
특히 정차해야 하는 상황일 때 서서히 브레이크를 밟으며 노즈다운 없이 멈출 때 편안해 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영입한 F56 미니로도 동승자가 편한 운전을 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는데요...
싼타페 신형보다 승차감이 좋다는 칭찬은 제가 스무스한 드라이빙을 한다라는 칭찬으로 들어도 될까요?ㅎㅎ
동승자가 있을 땐 모든 동작에 신경을 쓰게 되더군요.
모든 동작의 시작과 끝을 점진적으로 매끄럽게 증가/감소시키는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M/T 차만 타다가 토크컨버터 A/T로 넘어왔을 때 출발과 정차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출발할 때 왼발 클러치와 오른발 악셀의 조합으로, 정차할 때 클러치 밟은 채 브레이킹 하다가
클러치 없이 오른발 악셀로만 출발하고 D 레인지에서 정차할 때 멈추기를 매끄럽게 하는게
한동안은 뜻대로 되지 않아서 꽤 스트레스 받았었습니다.
지금은 별 스트레스 없이 잘 타고 있습니다만,
A/T 차를 다루는 것도 그 나름대로 꽤나 테크니컬한 영역이라는 생각이 늘 드네요.
섬세하게 다루는 건 M/T와 다름없이 여전히 어렵다는 느낌이예요.
특히 주차하면서 요철 등을 넘어갈 때 등등 좀 더 좁은 범위에서의 힘 조절이 필요할 땐
저는 M/T보단 A/T가 여전히 어렵네요.
M/T만큼 손쉽게 예쁘게 넘어가려면 좀 더 연습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편, 위의 기사님 사례를 보며 고령 운전자에 대한 생각도 해보았는데...
저는 연세 드신 분이라도 운전에 정말 문제될 정도라면 스스로 운전을 꺼려하는게 당연하고,
그 정도가 아니라면 오히려 운전이 서툰 초보 때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부 고령 운전자의 실수에 의한 사고가 대서특필 되는데서 과장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70세 이상의 고령 택시 기사님들의 운전이 특별히 나쁘다고 느꼈던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운전 잘 하시던 분들이 운전대를 놓으신 후 기력이 확 떨어지시는 건 몇 번 봤지만요.
80세 넘으시고도 정정하신 분들은 운전 잘 하시더군요.
운전은 사회인으로서 일정이상 익혀야할 기술이지만, 일정이산 부분으로
가려면, 역시나 재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점도 많은것 같습니다
운전장치들을 부드럽게 다루는 것도 어떻게 보면 오랜시간 꽤나 공을 들여야 하는 정성이라 생각합니다.
연대장 및 대대장 운전병을 거치며 몸으로(?) 배운 운전을 일반인들에게 이해 받기란 쉽지 않죠. 수도 없이 운전석 창문으로 머리통이 들락날락 했습니다.. 왜냐하면 운전교육하는 수송관이 전화번호부를 들고타서 yaw 또는 G가 느껴지면 그대로 가격했거든요. 심지어 앞에가는 교육차량의 운전석으로 동기의 머리통이 들락날락 하는걸 보기도 했지요. 그러함에도 교육이 되는 사람과 맞아도 안되는 부류가 존재하긴 했습니다. 그 차이는 기계에 대한 이해라고 보고요. 최근 다시 본 영화 폭풍의 질주에서도 기계를 모르는 운전천재(? 빠르기만한) 탐크루즈가 기계를 이해하면서 탑 드라이버가 되는 과정을 보며 자동차라고 하는 기계와 물리적 요인의 제어 사이의 중요성을 굳이 다시 한번 어딘가 떠들고 싶어지지만 말할 곳이 없었습니다 ^^
그러한 이유로 여러대의 차를 업무로 운영해야하는 상황에서 반드시 한대는 수동을 지켜오면서 지금 시점에 신차로 살 수 있는 가장 큰 수동모델인 아반떼 N을 구입하여 운영 중이고, 이를 아들한테 물려줄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소한 5년 후의 일입니다. 아들한테 아반떼 N을 넘기는걸 아내가 허락할지는 모르겠습니다. ㅠㅠ
운동을 하는 물체가 가지는 물리적 힘(yaw, pitch, roll)을 기계적으로 제어하는 것에 대한 대화를 아들과 하고 싶거든요. 아내와 딸은 혀를 끌끌 찰테지만요.
좋은 글 올려주셨습니다. VIP 운전사는 과속방지턱 넘을때도 하중이동 계산하지요. 여기저기 자동차 관련 게시판 돌아다니다 보면 가끔 보게되는 질문글 유형 중에 하나가 '동승자가 차멀미가 심한데, 멀미 안하는 승차감 좋은 타이어나 차량으로 바꾸고 싶으니 추천해 달라'는 것입니다. 저는 멀미의 원인은 운전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걸 핸들 잡은 본인만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의 경우지만 지금도 기억에 남는 운전기사님은 거의 10년 전 서울-청주간 고속버스를 운전하셨던 분이였는데, 3초 간격으로 가속페달을 밟았다 뗐다를 하면서 무수한 가감속 상황을 만들더군요. 이 버스는 가속페달이 연료펌프라서 펌프질을 안하면 버스가 멈추는건가 의심이 들 정도로 전구간을 그렇게 운전을 하는데, 어지간해서는 멀미 안하는 저도 정말 중간에 내리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엔진 마운트가 얼마나 견딜까 싶기도 하고... 운송회사에 편지라도 썼어야 했나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