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dr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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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 니로, 아이오닉 등 상품성이 높은 국산 전기차들과 테슬라, 볼트, i3, 리프 등 특색 있는 수입 전기차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르노 트위지에 대한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어엿한 "고속 전기차"이지만 또 동시에 "초소형 전기차"로 분류되는 탓에 주행 가능한 도로에 꽤 제약도 많고 하여 아직은 업무용이나 배달용 수요가 월등히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내에서 혼자 타고 출퇴근하는 조건이라면 어쩌면 최적의 선택일수도 있다는 결론입니다. 시승기라기보다는 실제 소유하면서 느낀 소소한 점들을 위주로 사용기를 적어 보겠습니다.
1. 구입
차량은 9월 중순 쯤 구입하여 3개월이 조금 안 되었고, 그 동안 약 1100km를 주행했습니다. 처음에는 중고 매물을 알아보았는데 동일 지역의 차량만 구입이 가능하여 매물이 많지도 않았던 데다가 신차 구입비용과 크게 차이가 나지도 않는 것 같아 신차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구입 결정 후 모 르노삼성 전시장에 있던 차량을 생각보다 빨리 받아볼 수 있었고, 우려했던 전기차 관련 서류도 영업사원분의 도움으로 쉽게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차를 타고 거리에 나가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얼마예요?" 입니다. 2인승 모델인 "Intens"의 차량 가격은 1500만원인데 서울시 기준으로 정부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을 합해 750만원을 지원받았습니다. 거기에 영업사원 할인 등을 더하면 600만 원대 정도에서 구입이 가능합니다.
2. 주행 성능
트위지를 운전해보신 분들은 모두들 차가 정말 재미있다고 합니다. 첫 인상은 차폭에 비해 차고가 높아 불안하게 생겼지만 475kg의 공차중량 중 20% 이상을 차지하는 100kg의 배터리가 시트 아래 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에 무게중심이 정말 낮습니다. 덕분에 17마력의 빈약한 출력과 앞 125, 뒤 145의 안쓰러운 타이어로도 소위 '카트 같은' 느낌을 만들어 냅니다. 차를 세워 놓고 지붕 근처를 옆에서 밀면 차가 뒤뚱거려야 정상이지요? 트위지는 서스펜션은 꿈쩍도 하지 않고 타이어만 찌그러지면서 움찔거립니다. 굉장히 단단하고 직관적인 감각입니다. 특히 요즘 같은 노면 조건에서는 엑셀 조작에 따른 하중 이동과 언더-오버스티어 변화가 매우 극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재미있는 출퇴근을 할 수 있습니다.
그 반면에 수치적인 성능은 정말 딱 시내 주행에 필요한 만큼만을 제공합니다. 최고속은 계기판 상 85km/h이고 그 이상은 전자적으로 제한이 걸립니다. 내리막길에서 1km/h라도 넘겨보려고 하였으나 일단 제한이 걸리면 회생제동에다가 공기저항도 많이 받는 형상이라 그런지 84~85km/h 사이에서 머물러 있습니다. 제원 상 0-45km/h에는 6.1초, 30-60km/h에는 8.1초가 소요되는데, 체감 가속력은 125cc 스쿠터보다 살짝 부족해서 교통 흐름을 약간 리드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회생제동은 생각보다 강하고 주행 조건에 따른 전자적인 제어 없이 그냥 일정하게 저항이 걸리는 느낌으로 작동합니다. 그래서 느긋한 페이스의 주행에서는 완전히 정지하는 순간까지 전혀 브레이크 작동이 필요 없는 진정한 의미의 원 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아무런 운전 보조 장치가 없습니다. 파워 스티어링도 없고 브레이크 부스터도 없어서 정말 날것의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세 제어장치는 사치지요! ABS도 없습니다!
3. 편의성
자동차가 아니라 지붕 달린 스쿠터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대시보드에는 스위치가 딱 세 개 있습니다. D와 R, 그리고 비상등이지요. 그냥 D 누르면 앞으로 가고 R 누르면 뒤로 갑니다. 중립은 D와 R 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됩니다. 스티어링 컬럼에 달린 레버로는 등화류와 와이퍼를 조작할 수 있고 경적 버튼은 등화류 레버 끝부분에 달려 있습니다. (스티어링 휠에는 아무런 부가 기능이 없습니다) 재미있는 기능으로 보행자 대상 경적이 따로 있는데, 아마 메인 경적 소리가 너무 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안개등처럼 달려 있는 보행자 경적 스위치를 켜면 띠딕 띠딕 하는 전자음이 납니다. 메인 경적은 사실 사용하기가 조금 부담스러운 것이, 경적을 누르면 소리가 차 안으로 많이 들어와서 귀가 아플 정도입니다. 음량 자체도 큰지 경적을 살짝 눌렀더니 옆 차량 운전자께서 움찔 하시는 것을 두어 번 목격했네요;
또 많이 듣는 질문이 "히터나 에어컨은 있어요?" 입니다. 아무 것도 없습니다. 여름에는 창문을 열고 (아예 떼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주행풍만 맞아야 하고 겨울에는 그냥 패딩 입고 타야 합니다. 겨울용으로는 순정 옵션으로 스쿠터용 워머처럼 생긴 전기담요를 구입할 수 있는데, 공간 제약 상 최적의 선택이었다고 합니다. 사실 옷을 잘 입으면 추위는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요즘 날씨에는 손이 조금 많이 시립니다. 문을 닫아도 바람이 조금씩 들어오거든요.. 여름은 순정 상태로는 딱히 방법이 없어 USB 선풍기를 달아 놓고 타시는 분도 있고 하던데 아직 한여름을 안 지내 봐서 내년이 걱정되긴 합니다. 그리고 바람이 조금씩 들어온다고 적었는데, 문을 닫아도 완전히 밀폐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때문에 비가 오는 날은 가급적이면 타지 않습니다만 카쇼 날 부득이하게 조금 강한 빗속에서 달렸더니 바지 종아리 부분이 약간 젖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 명만 탈 수 있을 것 같은데 놀랍게도 2인승입니다. 운전석 뒤쪽의 좁은 공간에 바이크처럼 다리를 벌리고 앉는 구조입니다. 뒤에 앉으면 앞 시야는 운전석 시트에 막히고 좌우랑 뒤까지 모두 막혀있으니 그리 쾌적하지는 않습니다. 운전경력 1년 정도인 아내가 앞 뒤 모두 타 보더니 운전석에 앉으면 작고 경쾌하고 재미있어서 기분이 좋은데 뒷좌석에 타면 기분이 나빠진다고 하였습니다. 덧붙이기를, '만약 연애할 때 남자친구가 이 차를 타고 30분 이상 가자고 하면 진지하게 싸울 듯' 이라고 하더군요..
그 외 편의성 관련 내용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시트 등받이 조절 안 됨. 앞뒤 슬라이딩만 됨.
- 차량 문이 잠기지 않아 물건을 모두 가지고 내려야 함.
- 대시보드 좌우 상단에 수납함이 있음. 한쪽은 차키로 잠글 수 있음.
- 트립 컴퓨터는 주행가능거리-적산거리-구간거리-ECO점수-시간세팅 의 5개 메뉴.
- 키 온 후에 스타트 위치로 한 칸 더 돌렸다가 돌아와야 “GO” 표시가 켜지면서 주행이 가능한데, 쓸데없이 계기판 키 온 세레모니가 긴 데다가 세레모니 중에 스타트로 돌려 버리면 다시 껐다 켜야 함. (바쁠 때 짜증납니다)
4. 잡소리
이 내용을 따로 항목을 만들까 말까 하다가 편의성 내용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분리해 보았습니다. 정말 온갖 잡소리의 집합체입니다.
가장 크게 들리는 소리를 몇 가지로 나눠 보면, 일단 파워트레인 소음이 꽤 큽니다. 전기차라고 하여 조용한 모터 소리를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건 뭐 거의 지하철 인버터 소음에 맞먹는 휘이이잉 소리가 납니다. 엑셀을 떼면 히이이잉 하고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힝힝힝힝히이잉 하고 흔들리는 듯한, 평기어 미션과 비슷한 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 기어박스 소음 같기도 합니다.
두 번째로 큰 소리는 창문 떨리는 소리입니다. 순정 옵션으로 제공되는 창문은 유연한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인데 아랫부분만 문에 나사로 고정되다 보니 주행 시 엄청나게 떨립니다. 창문 윗부분을 (무려) 벨크로 끈으로 A필러와 천장 부분에 붙이도록 되어 있는데 꽤 큰 창문의 중간 지점 이후로는 고정 부분이 없어 덜덜덜 떨리는 소리가 굉장합니다. 90년대 시내버스 창문 떠는 소리 상상하시면 됩니다.
마지막은 경고음입니다. 경고음이 왜 잡소리냐 싶으실 수도 있는데, 크리핑이 없는 차량이라 그런지 (아니면 프랑스 감성인지) D나 R 레인지에서 아무 페달도 밟고 있지 않으면 3초 안에 떼떼떼떼 소리가 끝없이 납니다. 해외의 어느 유튜브 리뷰에서도 정말 annoying 하다고 표현하던데, 엑셀이나 브레이크를 밟거나 주차 브레이크를 채워야 소리가 멈춥니다. 브레이크 페달이 조금 무겁고 딱딱하여 힘이 꽤 들어가기 때문에 평지의 짧은 신호대기에서는 엑셀에 살짝 발을 올리고 있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주차센서 소리도 정말 큽니다. ABS도 없는 차에 후방센서를 넣어준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인데, 소리가 어찌나 큰지 지하주차장에서 주차 중에 보행자가 지나가면 민망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방향지시등은 또 의외로 세련되게(?) 삐빅 삐빅 하는 독특한 소리를 냅니다.
그 외에도 매우 다양한 잡소리가 나서, 시트 슬라이딩 위치에 따라 등받이에 몸무게가 실리면 팅팅거리는 금속 소리가 나기도 하고, 어느 날은 브레이크 슥슥슥슥 갈리는 소리가 갑자기 이상하게 크게 나기도 하고, 겨울이 되니 고무 몰딩에서 찍찍거리는 소리가 나고, 뭐 그렇습니다.
5. 전기차
완충 후 주행 거리는 시내에서 편하게 달렸을 때 50km 정도입니다. 브레이크를 많이 사용해서 회생제동이 충분히 되지 못하고 속도 변화가 크면 40km 정도밖에 못 달리기도 하고 50km/h 전후로 일정하게 정속주행하면 60km를 훌쩍 넘겨 달리기도 합니다. 80km 가까이 타시는 분들도 있다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가 잘.. 이 주행 가능 거리라는 것이 출퇴근 거리가 5km 이내일 때는 정말 편하게 다녔는데 한 달 쯤 전에 이사하면서 편도 15km 정도가 되자 슬슬 스트레스가 되더군요. 덕분에 교통 흐름을 최대한 읽어 브레이크 사용을 줄이고 언덕과 내리막을 충분히 이용하는 연비 운전이 몸에 배어 가고 있습니다.
완충에는 약 3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니 쉽게 계산해서 4~5분 충전에 1km씩 달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이게 전기차 전용 단자가 아니라 220V 플러그를 사용하다 보니 전기차 충전기를 이용하지 못해 오히려 충전할 곳이 더 없습니다. 그래서 아파트나 사무실 등 관리소에 전용 태그를 신청해서 주차장 내 콘센트에 붙여 두고 단말기로 태그를 찍으면 사용한 전기만큼 요금이 부과되는 “파워 큐브”라는 완속 충전 장치를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태그 발급에 시간이 만만치 않게 걸리고 관리소에서 거부하는 경우가 있어 (주민 동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저는 포기하고 그냥 직장에서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콘센트를 이용해 충전하고 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6. 요약
10km 전후 이내의 편도 거리를 혼자 출퇴근하시는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 드립니다!
- 다만 메인 차량 소유는 필수입니다.
- 지방에 거주하시는 분들에게 더욱 추천 드립니다. 자동차 전용도로를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서울에서는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를 제외해 버리면 비효율적인 경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7. 덧붙임
정말 특이하게 생긴데다가 소리도 없으니 시선 집중이 엄청납니다. 번화가에서 천천히 지나가면 거의 슈퍼카 급의 시선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차를 세우고 내리기라도 하면 위로 열리는 문이 어우......
(어느 유튜브 채널에서는 “500만원으로 ‘핵인싸’ 되는 법” 이라고 하더군요;)
감사합니다.
2018.12.07 21:53:18 (*.64.79.10)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중간 중간 빵 터져서 와이프랑 웃으면서 읽었네요 ㅎㅎ 이십대엔 꿀잼이던 바이크가 언제부턴가 무서운 저에게 트위지가 좋은 대안이 될수도 있을것 같네요.
2018.12.07 22:23:13 (*.206.244.188)
저도 처음에 관심 있었는데, 어떤 리뷰의 "자동차의 단점과 오토바이 단점의 절묘한 앙상블" 이라는 말을 보고 포기했더랍니다. 작아서 위험해 보이던데, 안전운전하세요!
2018.12.08 08:28:01 (*.79.207.78)
시승기 잘봤습니다. 국내에서도 이와비슷한데 에어컨히터가 달린놈이 나온거 같운데 그건 좀 어떨까요 많이 비교해보셨을거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