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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오랜만에 글을 써보네요.
제가 좋아하는 커뮤니티인데, 요즘 통 글이 업데이트되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에 저라도 거들고 싶어 포스트해봅니다.
이번 봄에 미니 JCW 컨버터블을 출고했습니다.
여러 차종을 거쳤지만, 애 둘에 업무 활용을 위한 최적의 차량은 카니발리무진이어서 5년 남짓 카니발 리무진을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평소 제 취향이던 '작고 다부진' 차량에 대한 갈망이 커서 골프 GTI를 계약 걸어놓고 기다렸는데. 기다렸는데. 기다렸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출고가 안되는겁니다.
그러던 와중에 평소 '드림카'로 꿈만 꾸던 미니가 곧바로 출고 가능하다는 말에 구매 결정과 동시에 3일만에 차량을 받았습니다. 이 정도면 뭐 거의 충동구매라 봐도 되지만.. 사실 지난 20년 가까이 과거의 카라이프를 보니 미니를 언제나 원해왔더라구요. 그간 찍었던 사진들만 봐도 알 수 있었구요. (제 앨범을 뒤져보니 포르쉐나 페라리 같은 차량 앞에서 찍은 사진들보다 미니와 함께 찍었던 사진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그래서 깨달았죠. 아.. 내가 원했던 차량이 이 차량이었구나. 바로 미니였구나.
이번에는 정말 내가 타보고 싶은 차 타보자. 여태 '아빠가 운전해줬으면 좋을 것 같은' 차량만 운전해왔으니 이번에는 진짜 내가 타고 싶은 차로 타보자. 해서 과감하게 질러버렸습니다.
가족의 허락도 받지 않고, 출고하고 집에 올때까지 식구 그 누구도 몰랐습니다.
다음 날 아침 외출할 때, 주차장에 리본과 함께 주차된 차량을 보고 와이프는 '우리 아파트에 누가 결혼하나..' 라면서 차 귀엽다고 했고. 제가 키로 뽁뽁- 하면서 뚜껑을 열면서 '이거 내 차야'라고 했을 때 놀람+놀람+황당함+분노+기쁨 뭐 복잡미묘한 감정이 실린 얼굴로 저를 한참 쳐다봤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그 날 저녁 잠들때까지 잔소리 들었지만 역시 유부남의 진리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렇게 출고한 이후로 아무래도 뚜껑 열리는 미니로 출퇴근은 무리라는 판단에 또다른 출퇴근용 차량을 영입하고, 미니는 그야말로 주말 '취미용 장난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비 오는 날은 타지 않았고, 정말 펀드라이빙용으로 활용하고 있으니 뚜껑을 닫고 운행한 적도 거의 없습니다. 항상 오픈.
지난 주말에 드라이빙 때에는 드디어 2,000km 길들이기 구간을 돌파해서 스포트 모드로 넣고 운행했는데 와... 그야말로 청룡열차를 탄 듯 미친듯 도로를 움켜쥐면서 튀어나가더라구요. 물론 실제 성능이 대단한 수치의 차량은 아니지만, 미니 JCW 특유의 성격에서 뽑아져나오는 주행감각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객관적인 성능상으로는 차이가 많이 나겠지만 제겐 포르쉐 박스터 그 이상의 감각입니다. (911은 운전해본적이 없어 비교가...ㅠㅠ)
최근 하고 있는 일이 여러가지 고비들이 많아서 삶이 참 고달프고, 또 개인적인 여러가지 일들이 겹쳐서 참 힘든 시기인데 마침 미니 JCW 컨버터블이 곁에 있어서 저녁에 시동걸고, 탑 오픈하고 드라이빙하면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함께 스트레스도 확 날아가서 기분이 좋습니다. 누가 얘기하더군요. 삶에 지치면 포르쉐를 타라고. 제게는 미니가 딱 그런 느낌의 묘약입니다. 요즘은 주말 아침마다 해안가 드라이빙 후 9시에 오픈하는 카페에 앉아 모닝 커피 한잔하고 귀가하는 패턴을 즐기고 있는데 일주일 중 가장 즐거운 순간이고 이 즐거움 때문에 마치 학생마냥 주말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
별 재미없는 사적인 글이지만, 혹시나 저처럼 평소 꿈꿔왔던 드림카가 있다면.. 그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면 정말 용기있게 한번 질러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럼 기분 전환도 되고, 울적함도 날아가고, 삶에 새로운 활력소가 됩니다. 유부남분들, 우리 여태 '남을 위해,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았잖아요. 그럼 이제 '나를 위해' 뭔가 해도 괜찮을 때가 된 것 같아요. ㅎㅎ 그리고 허락보다 용서가 쉽습니다. ^^ 아마 지금 제 곁에 미니 JCW가 없었다면 우울증 때문에 치료비라던가.. 술이라던가.. 뭔가 다른 방향으로 해소한다고 헛돈 많이 썼을 것 같습니다만, 아주 건전한 방향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커뮤니티를 자주 들어오시는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또래이고, 또 비슷한 처지가 많을 거라 생각해서 한번 끄적여봤습니다. 여기서 많은 카쟁이들의 글을 자주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그리고 혹시 부산에 계신 자동차 매니아분들 계시면 주말 새벽 드라이빙 후 커피 한잔하며 자동차 수다 떨 수 있으면 참 좋겠단 생각도 해봅니다. TRS 부산점 오픈하시는 그 날까지, 저는 테드 응원합니다!!
M5와 미니의 조합이라면 상당히 근사한데요? 특히 e39 디자인은.. BMW디자인의 절정이라 생각됩니다. 군더더기없고 딱 독일스러운 느낌? 오래도록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얼마전까지 3세대 SD 잘 타고 다녔는데 팔고나니 많이 그립네요ㅠㅠ
축하드립니다!
“아주 건전한 방향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도 비슷한 이유로 펀카를 들인 덕분에 나름의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에 아주 공감되는 말입니다^^
들인 차량도 trs를 통해 들여왔기에 언제 글 한번 써야지 싶은데 육아와 드라이브와 정비를 하느라 영 시간이 안난다는 핑계를 대봅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