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 Impression
페라리는 NA대신 터보를 올리던 말던 시대가 변하면서 받아들이는 기술적 변화가 어떤 것이든 페라리의 상품적 가치와 선호도에 그 어떠한 영향도 끼칠 수 없다는 것은 488을 통해 입증했다.
페라리의 터보화는 극렬 매니어들의 이슈이지 실제로 차를 구매하는 소비층에 차를 사고 안사고의 문제가 결코 될 수 없다.
때문에 모든 매체에서 다룬 488의 터보화에 대한 일부의 비난의 목소리는 일단 차를 평가하는데 살짝 못들은 것으로 하고 차를 바라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488과의 만남은 348스파이더를 경험한 2001년 이후 모든 세대의, 수동이 존재하는 것 포함 모든 종류의 스몰 페라리를 경험한 것과 비교하면 첫 기억에 비해 강렬함은 약하다 할 수 있지만 차 자체 주는 자극, 즉 페라리라는 뱃지를 떼고 차만 논했을 때 주는 강렬함은 348이나 심지어 355와도 비교가 될 수 없다.
일단 품질감에서 458이탈리아의 그것과 비교해도 향상되었고, 이 차를 우리 어머니께서 타셔도 편안하게 탈 수 있을만큼 편안하며 승차감이 좋아도 너무 좋아 수퍼카 레벨에 위치한 차가 맞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되물을 정도다.
좋은 차의 기준에 빠른차는 그야말로 일부다. 그만큼 빠르다는 것으로 이것저것 포기해야 할 만큼 부자들이 너그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고, 자극적인 맛 하나에만 매달리기에는 미드 엔진을 장착한 페라리는 막내로서 만능 엔터테이너의 역할을 해내야 하는 부담도 있을 것이다.
시동을 걸면서 들리는 음색에서 이차가 페라리답지 않다를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 음량이나 음색 어디까지나 세대별로 부드러워진 것은 맞지만 개인적으로 348때의 무미건조한 사운드에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사운드도 철저히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차가 페라리임을 자신있게 어필하는데 시동을 거는 오리엔테이션은 이 정도로 충분하겠다.
좀 더 부드러워진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458때와 다른 점은 가속시 시프트업할 때 임의로 파워시프팅하는 느낌을 줄여 앞으로 튕겨나가는 전진 지향적 변속충격 자체를 상당히 줄였고, 대신 너무 부드러운 변속에 대한 감성적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변속충격을 남겨두되 싱글클러치 방식의 변속기에서 연출되는 것과 흡사한 변속충격의 일부를 남겨두었다.
이러한 감성적 세팅 변화는 458이탈리아에 처음으로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적용되었을 때 개인적으로 전진지향적 변속충격이 밸런스를 흐트러트릴 수 있고, 너무 수동의 느낌보다는 자동의 느낌에 가깝다는 것을 이전 시승기에도 아쉬움을 어필했던 기억이 있다.
페라리의 차만들기에서 가장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런 미세한 조율과 세팅의 변경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능력과 그냥 빠른차를 만드는 브랜드와 다르다는 점을 프로들에 의해 평가 받겠다는 자존심이다.
이러한 세팅의 묘미는 엔진에서도 이어져 터보 엔진을 가진 670마력 V8 3.9리터 엔진을 비슷한 출력대를 가진 그 어떤 엔진과도 다른 묘한 느낌으로 완성시켰다.
기본적으로 터보 엔진의 장점이자 단점은 바로 부스트가 걸리면서 발생하는 플랫토크이다. 이 플랫토크는 한동안 유지되다가 꺼지게 되어있는데, 그래서 대부분의 터보 엔진은은 플랫토크가 시작되는 시작지점과 꺼지는 마지막 지점의 위치 차이만 있을뿐 거의 똑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런 플랫토크는 운전을 편안하게 하지만 드라마틱하고 짜릿한 맛을 주는데는 취약하고 회전한도 부근에서 힘이 얼마나 살아있느냐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NA엔진에게 일반적으로 밀리게 되어 있다.
밀린다는 표현은 상대적으로 토크의 하락 기울기가 크기 때문에 느껴지는 현상으로 절대 출력을 가늠하는 잣대는 아니다.
488은 이렇게 급격하게 솟아오르는 토크를 억제하기 위해 부스트의 급격한 상승을 오히려 억제해 자연스러운 가속 즉 NA와 비슷한 회전특성을 가지려는 노력을 했다.
터보래그를 느끼지 못할 정도의 유연성에 가속할 때 회전수가 상승하는 것에 비례해서 힘이 조금씩 더 실리는 그러한 세팅은 어쩌면 가진자의 여유, 즉 있는 것 없는 것 다 끌어다가 쏟아부어도 내지 못하는 출력을 488은 쓸 수 있는 힘을 다쓰지 않고 오히려 토크를 줄여서 차분하게 길들이는 그 여유는 페라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작업이다.
이렇게 터보화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한 노력은 실로 작지 않았고, 488로 급가속을 해보면 터보엔진이라는 느낌의 절반은 이러한 세팅으로 상쇄되었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급가속시의 488의 느낌은 그야말로 용수철 튕기는 듯한 팡팡 튀는 가속력이다.
그냥 차분히 몰 때는 느낄 수 없는 강렬함은 점진적으로 등에 가해지는 강력한 압력과 시프트업할 때 미세한 변속충격의 맛을 주는 듯 하다가 그 찰라에 또 다시 등을 때려버린다.
빠르기로 치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빠르고 0->100km/h 3초의 기록은 3.5초대의 차와는 또다른 세계를 만끽하게 해준다.
7800rpm 레드존에 대해서는 할말이 좀 많다.
9000rpm을 돌리던 458이탈리아와 비교해 짧다는 것을 문제시 삼고 싶지는 않다. 기계적으로 NA와 터보를 같은 선상에서 회전능력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간낭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7800rpm이라는 지점이 운전을 해보면 마치 급가속하던 차를 5000rpm에서 강제 변속하는 그런 느낌이기 때문에 한도를 너무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회전수를 보지 않고 운전하면 워낙 강력하기도 하지만 회전수의 상승에 쳐짐이 전혀 없이 레드존에 붙기 때문에 운전자가 몸의 미세한 감각만으로 회전수가 레드존을 때리기 직전에 맞춰 변속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쉽게 설명하면 이 엔진이 이대로 9000rpm을 돌릴 수 있을만큼 한계회전 부근의 토크와 힘을 가지고 있는데 일부러 너무 일찍 끊어 버리는 느낌이라는 뜻이다.
458의 경우에는 사운드가 레드존에 가는 과정속에서 지속적으로 변하고 톤이 높기 때문에 레드존 가까이에 가는 음색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터보 엔진을 가진 488의 감성적인 부분에서 핸디캡, 즉 엔진이 어느정도의 일을 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그널이 약한 부분이 이 부분에서 두드러진다.
쉽게 말해 터보 엔진은 급가속 중 가속패달 밟는 양에 비례해 사운드가 거의 변하지 않는다. NA처럼 가속패달을 밟는 양에 비례해서 으르렁거리는 톤의 깊이가 없다는 뜻이다.
때문에 풀가속을 해도 느낌상으로는 엔진이 너무 여유있게 돌고 사운드에 엔진에 걸린 부하가 실리지 않음을 의미한다.
F1이 터보화되면서 사운드와 느낌으로 레드존 직전에 변속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드라이버들의인터뷰를 감안하면 엄청난 힘을 가진차일수록 레드존 직전의 회전력이 너무 강력한데 비해 소리와 감성으로 숨이 끊기는 직전 상황임을 알아채기 힘든 특성으로 봐야겠다.
이
런 저런 특징으로 보면 488은 458에 비해 훨씬 강력하고 빠르기의 차원이 분명 다르며, 운전의 편의성에 있어서도 아스톤 마틴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하드탑을 열고 달려보면 외부로 뿜어져 나가는 배기사운드가 의도적으로 상당히 과장되고 증폭되었다고 느낄 정도다. 그만큼 실내에서는 그 정도의 음량이 전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오픈탑을 하고 달릴 때 488은 5배는 더 짜릿하고 자극적이다.
488의 의미는 나이가 많은 수요층이 수퍼카라는 불편함과 안락성의 부재에 대한 고민을 엄청나게 덜어주었다는 점, GT성격의 장거리 여행을 하는데도 488은 운전이 너무 쉽고 편하다는 점은 성능과 별개로 상당히 강조되어야 할 부분이다.
부스트의 상승 캐릭터를 조절해 급격한 중속토크의 상승을 억제하긴 했지만 7단 1500rpm에서 가속패달을 지긋이 누르면 숨어있던 토크가 쓰나미처럼 몰려와 이런 저속회전에서도 차를 너무나 가볍게 견인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욕심 안부리면 7단으로만 주행해도 웬만한 속도는 모두 커버할 수 있다.
설계가 잘된 엔진이면서 유연하고, 페라리의 상상력과 창의적인 도전으로 메이커의 의도대로 마음대로 움직여주는 그런 엔진을 가진 488을 터보화라는 명분으로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458이 오래타면 더 즐겁기는 하지만 488의 좀 버겁고 공포심을 주는 가속력과 폭발력은 궁극적으로 458에만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게 하지 못하는 짜릿함과 마약과 같은 중독성이 있다.
수퍼카를 빠르게 몰면 몰입되는 몰입도나 운전의 집중도가 일반차를 빠르게 운전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만큼 운전 이외에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할 여지가 없음을 의미하고, 이런 차원에서 일상과 완벽한 분리와 차단을 경험하는데 수퍼카를 빠르게 모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살면서 쌓이는 스트레스와 끝도 없는 고민을 페라리는 그 안에 있는 동안 끊어주고 차단시켜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세상에 몇 안되는 도구이다.
혈압과 맥박 체온 등이 페라리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운전자는 페라리에 압도되고, 누가 주도권을 가지고 지배하느냐에 있어서 페라리의 능력을 앞지르는 운전 자체가 상당히 난해하다는 점에서 페라리는 만만한 상대가 결코 아니다.
압도를 당해도 지배를 당해도 노예여도 좋다. 페라리와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지고 무엇인가로부터 그 순간 탈출할 수 있다면, 페라리가 타임머신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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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쌓이는 스트레스와 끝도 없는 고민을 페라리는 그 안에 있는 동안 끊어주고 차단시켜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세상에 몇 안되는 도구이다."
비록 페라리는 근처에도 못가봤지만, 마스터님의 이 문구가 "드림카" 혹은 "슈퍼카"의 감성적 정의가 아닐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이 글을 읽고 내가 차에 매료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