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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간미드나잇은 1990년대 연재가 시작된 공도 폭주와 고속배틀을 다루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일 때 같이 본 이후로 얼마전 저녁 잠들기 전 쌍둥이 아들들과 다시 이 연재를 보았는데, 아이들은 그새 카트 레이싱을 하는 것도 그렇고 차에 대한 열정이 매우 높아져 이 에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차들의 배경을 잘 알다보니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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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고등학교를 유급하고 폐차장에서 S30Z를 가져와 다시 복원한 후 완간선이라는 순환도로를 밤마다 달리면서 고속배틀을 하는 내용이 주류인데, 이미 30년 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니 이런 만화가 등장할 수 있지만 요즘에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불법성을 내포하고 있어, 다시 보면서도 어떻게 이런 내용들을 다룰 수 있나?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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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점은 여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나누는 대화와 차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그리고 깜짝 놀랄 정도로 정제되어 있으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는 표현들입니다.

전문성을 이야기하자면 튜닝과 관련하여, 혹은 고성능 내연기관의 특성을 감안하여 이야기할 때 결코 가벼운 수준의 수박 겉핥기식이 아닌 정말 진지하고 구체적인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 아이들이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느낌입니다.

매일 차를 다루고 테스트 하고 복원 튜닝하는 것이 일상인 저에게도 이 정도의 깊이 있는 지식을 에니메이션을 통해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설명들에 공감하기 때문에 놀라운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냥 재거리로 보는 만화나 에니메이션이지만 더불어 배우는 것이 있으니 참으로 매니어들에게는 유익한 시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인공이 타는 S30Z는 L28(직렬 6기통 2.8리터)트윈터보로 600마력을 발휘합니다.
캬브레이터 방식의 엔진으로서 성능의 한계는 있고, 아무래도 오래된 샤시에 올려진 초강력 엔진이기 때문에 모은 힘을 속도로 승화시키는데 한계성은 분명히 있지만 90년대에 300km/h를 오버할 수 있는 차량의 숫자가 극히 적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에니메이션에서 보여주는 차량의 스펙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정도입니다.

중반부 이후에 등장하는 포르쉐 964터보와의 경쟁도 정말 흥미진진하고, 엔진을 오버홀 하거나 미세한 세팅을 바꾸거나 샤시를 보강하는 등의 튜닝이 가미되는데 정말 폭주적을 중심으로 한 주변의 튜너들의 더 빠른 차를 만들기 위한 원초적인 접근과 무모함, 어떻게 보면 비이성적이지만 이를 실현시키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

제가 이 모든 감정과 느낌을 너무 잘 알기에 참으로 공감이 가면서 남자라면 꼭 자동차로만이 아니더라도 때론 무모하고 때론 비이성적이지만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추구하는 그런 열정과 추진력, 이런 것이 없다면 다양한 인생에서 뭔가 이끌어낼 재미나 진귀한 스토리들은 참으로 제한될 것입니다.

에니메이션을 보는 내내 좀 유치하기는 하지만 내가 완간에 내차를 가져가서 일본의 고속 폭주족들과 붙는 상상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직접 튜닝한 고속에 특화된 유러피언을 가지고 가서 완간이라는 환경속에서 붙으면 어떨까?
다음편에서는 상상속으로 제가 그동안 수도 없이 300오버를 달려본 경험으로 가상의 대결을 한번 적어보려고 합니다.

저녁 때 맥주 한잔 하면서 단편으로 30분 정도 되는 완간미드나잇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