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drive
예전에 하이브리드카로 Lexus CT200h 초기형을 한동안 탄 적이 있었습니다. 컴팩트한 실용성과 조용함등이 매력이었으나 고속주행에서는 매우 안스러운 성능이 문제여서 시내용으로 주로 쓰고 있었는데, 집이 먼 곳으로 이사가면서 출퇴근 거리가 길어지면서 처분하고 디젤 세단으로 갈아탔었습니다.
그러다 다시 집이 서울로 오고 출퇴근거리가 짧아지고 나니 작은 차에 대한 필요가 다시 커졌습니다. 더 이상 디젤차를 타고 싶지는 않았고, 다시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같은 것을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몇가지 후보들이 있었는데, 현대 아이오닉 (가벼운 느낌, 옵션들이 풍부하지만 뭔가 내구성이 좋지 않을 것 같은 느낌), 렉서스 CT200h 신형 (더 비싸고 옵션은 아이오닉에 비해 부족, 디자인은 좋음), 프리우스 신형 (너무 못생겼음), 아우디 이트론 (너무 비쌈. 대신 성능은 좋을것 같아보임), BMW i3 (충전이 걱정됨) 등등의 선택지가 있었는데 어느 하나 딱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 보류상태로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예전 아우디 이트론을 시승잡아볼까 문의했었던 딜러에게 연락이 옵니다. 이트론 국내에 남은 물량들을 모두 소진처리하다가 한대가 계약취소된게 있어 할인을 많이 받을 수 있는데 관심 있느냐? 조건을 들어보니 솔깃해져서 일단 차를 한번 타보기로 합니다. 그리고 다음주에 제 손에는 한국 마지막 이트론의 차키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성능]
아우디 이트론과 골프 GTE 의 동력구조는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1.4 터보엔진을 붙여 200마력정도를 내는 구조입니다. 이론상 GTI 급의 가속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데, 이거라면 예전 CT200h 의 고속도로에서의 아쉬움을 훨훨 털어버릴 수 있을만한 수치이고, 제로백은 7초중후반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차에 타서 운전해보면 시내에서는 가솔린 엔진이 전혀 필요가 없을정도로 필요충분한 성능을 EV 모드만으로 내줍니다. 오르막길을 가건 추월가속을 해야 할 일이건 스트레스는 제로에 가깝습니다.
특히 전기차로 동작할 때에는 가속페달의 조작에 차가 반응하는 것이 매우 즉각적이기 때문에 한번 그 느낌에 익숙해지면 가솔린이나 디젤로 다니는 것이 싫어집니다. 내가 발목을 움직여서 차의 연료분사량이 늘어나고 그게 폭발해서 가속이 일어날때까지의 미세한 랙이 사라진 전기주행의 느낌은 저에겐 60fps 가 나오는 게임과 30fps 가 나오는 게임의 차이만큼이나 큰 차이로 와닿았습니다.
계기판에 보면 회전게이지 대신 최대 출력의 몇프로 사용하고 있는지 게이지가 있는데 100% 의 바깥쪽에는 부스트가 있습니다. 악셀을 킥다운할정도로 누르면 부스트까지 작동해서 전기모터와 1.4 터보엔진이 모두 최대출력을 발휘하는데, 체감적으로는 골프 GTI 를 풀악셀할때의 느낌정도와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대신 문제가 2가지 정도 있는데 이런 부스트는 배터리를 빨리 소모한다는 것과, 전륜구동이라 그런지 풀악셀시 토크스티어가 느껴져서 약간 차체의 거동이 불안하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후에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고속도로에 올라서 몇백키로를 주행해봤는데 시속 140km 까지는 별 스트레스 없이 올라가고, 부스트를 열심히 쓰면 그 이상의 스피드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배터리가 얼마나 남아있냐가 관건이 됩니다. 적어도 프리우스나 ct200h, 아이오닉 같은 100마력 초반대의 차와는 확실하게 다른, 고속도로에서 충분히 탈만한 차입니다.
[배터리]
예전 하이브리드 차를 탈때마다 느낀건 좀 더 배터리가 커졌으면 좋겠다라는 점이었는데, 막상 PHEV 를 타보니 플러그인이 안되는 하이브리드에서는 배터리를 크게해봤자 쓸 일이 없습니다. 회생제동이나 엔진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시킨다는 것이 매우 어렵거든요. 보통 하이브리드 차가 0.5KWh 정도의 용량을 갖고 있다면 이트론같은 PHEV 는 8.8KWh 의 용량을 갖고 있고, 테슬라같은 전기차는 80KWh, 100KWh 같은 엄청난 용량을 갖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모델명은 배터리 용량을 의미하더군요) 하이브리드차의 0.5 KWh 정도로 갈 수 있는 EV 거리가 2km 이 안되는 반면 PHEV 는 50km 정도까지 기대할 수 있고 테슬라같은 차는 500km 이상을 갈 수 있지요.
어쨌든 이트론의 배터리는 외국사양대로라면 50km 정도를 갈 수 있는데, 한국에 들어온 이트론들은 50km 을 가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법규제상으로는 배터리 10만키로 10년 보증(? 정확한 거리와 기간은 기억이 잘 안납니다) 을 의무적으로 해주게 되어 있는데, 배터리를 오래 쓰려면 완전 방전이나 완전 충전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배터리를 완전 충전해도 어느정도 여유공간을 비우고 끝나고, 그 배터리 용량도 완전히 방전되기 전에 차단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시내에서 운전해보면 30키로나 그 이하정도의 주행이 가능합니다 (가속 정도, 에어콘, 히터사용등에 영향받음)
대신 테슬라 같은 큰 차보다는 작은 배터리이기 때문에 220v 일반 충전기로 4시간정도면 충전이 끝납니다. 집과 회사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면 2-3일에 한번정도 회사 주차장에 있는 충전기로 충전을 해주면 엔진을 켜지 않고 전기차로 다닐 수 있습니다.
이트론에는 4개의 주행모드가 있는데, 첫번째로 EV 모드는 전기만 써서 다니는 모드입니다. 짧은거리 시내에서만 다니게 된다면 ev 가 가장 좋습니다. 두번째 하이브리드 자동 모드는 전기를 써서 연비도 향상시키는 모드입니다. 이걸 쓰면 좋긴한데, 이 모드에서는 에너지를 쓰는게 중심이고 다시 회수는 거의 안된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이 모드로 50km 이상 주행하게 되면 결국 배터리를 소진하게 됩니다
세번째는 하이브리드 유지모드인데, 이 모드에 진입한 시점의 배터리를 기준으로 필요하면 엔진을 더 돌려서 전기를 충전하고 있는 전기를 써가면서 성능을 내거나 연비를 높이거나 하는 모드입니다. 배터리가 방전되는걸 보기 싫으면 이 모드를 써야 하므로, 100km 이상 장거리운전을 하게 된다면 이 모드를 켜놓고 다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하이브리드 충전모드인데 연비를 희생해서 전기를 더 충전하는 모드입니다. 애초에 하이브리드가 연비를 얻기 위한 목적인지라 뭔가 이 차의 성격과는 맞지 않는 것 같지만, ev 를 써야 할 필요가 예상된다면, 아니면 부스트를 쓰고 싶은데 배터리가 방전된 상태라면 이 모드를 이용해서 배터리를 채워줘야 합니다.
[승차감과 서스펜션]
이트론은 시내 주행에 좀 더 무게를 둔 차입니다. 서스펜션은 부드러운 쪽에 속하고 과속방지턱을 넘을때도 충격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편입니다. 와인딩로드에서도 어느정도의 그립은 보여주지만 차선변경을 연속으로 하게 되면 부드러운 서스의 한계를 금방 나타냅니다. 뒤쪽에 배터리와 연료탱크가 실려있고, 앞쪽에 엔진과 모터가 들어있는 구조라서 앞뒤로 중량이 나뉘어져, 차가 한덩어리로 도는 것이 아니라 두개의 덩어리가 연결된 것처럼 따로따로 가는 느낌이 듭니다. 이부분은은 이트론에 가장 아쉬운 점이기도 합니다. 즉각적인 가속능력과 부스트능력을 가진 엔진, 빠르고 직결감 있는 드라이브트레인에도 불구하고, 서스펜션과 하중 구조는 펀 스포츠 해치로서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합니다.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 버튼이 있지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핸들의 저항감뿐이고 서스펜션은 부드러운 상태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편의성]
실내는 무난한 편입니다. 편의기능으로는 스마트키가 지원되고, 오토홀드도 지원됩니다. 은근히 하이브리드 차중에 오토홀드가 없는 차들이 있습니다. 렉서스의 오토홀드는 작동때마다 지이잉 하고 뭔가가 느리고 거치적거리게 작동하는 느낌이 들어서 좀 별로인데 CT200h 는 그나마 오토홀드도 없고 nx 부터 지원됩니다.
스톱앤고 시스템이 장착된 디젤차를 타면 엔진이 켜지고 꺼지고 하는게 매우 짜증날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정차를 하고 엔진이 꺼졌는데 앞에 있던 차가 찔끔하고 3m 정도 움직이면 공간을 비워놓기도 뭐하고 앞으로 가야 하는데 그 거리를 가기 위해 엔진이 켜졌다 꺼졌다하는게 아주 불편합니다. 그래서 스톱앤고를 꺼놓자니 정차시 디젤의 진동과 연료소모가 문제인데, 이트론은 그 부분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모범답안을 보여줍니다.
국내의 이트론은 외국판과 달리 고급 오디오 시스템이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같은 옵션이 없는 것으로만 들어왔습니다. 시내 정체 주행을 많이 하게 되면 어댑티브 크루즈와 고급 오디오 둘다 매우 요긴하게 쓰일텐데 오디오는 튜닝으로 해결한다고 해도 어댑티브 크루즈는 많이 아쉽습니다.
[총평]
차 두대가 한대 안에 들어있는 느낌입니다. 전기차와 가솔린 해치백. 전기차는 아주 훌륭하고, 가솔린 해치백은 그냥 그렇습니다만 전기차가 자기 출연시간이 끝나갈때 교대해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제가 이 차를 개조할 수 있다면, 엔진을 2.0터보엔진으로 바꿔서 엔진 + 모터의 출력을 300마력대정도로 맞추고, S3 의 가변 서스펜션과 4륜구동계를 조합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물론 그렇게 하면 안그래도 비싸서 외면받은 이트론이 더욱 비싸져서 팔기는 힘들어지겠죠.
그래도 좋은차 같습니다. ㅎㅎㅎ
바라시는것처럼 2리터 고성능 터보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붙여놓은 차가
신형 볼보 XC90 T8로 알고있습니다.
물론 차는 더 크고, 엔진300마력 모터100마력이긴 하지만요. ㅎㅎ
그래서 비싸기도 하고요.
좀 더 비슷한 크기의 차가, 양산을 기다리는
푸죠 308R 이죠. 1.6터보가솔린 270마력에 115마력 모터 앞뒤로 하나씩.
그래서 500마력. ㅜㅠ
너무 갔군요. 어쨌든 컨셉은 비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