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G 2.4를 갖고 온 지 이제 석 달이 되었습니다.
차를 갓 받았을 때도 폭풍감가된 가격 대비로는 괜찮았지만, 조금은 조심스러웠습니다.
그 때에 비하면 최근에는 컨디션이 좀 좋아져 있었습니다.
물론 엔진오일과 타이어 외 딱히 수리한 곳은 아직 없습니다.

얌전히 탈 생각으로 가져온 차이지만, 차를 좀 더 알고 싶어졌고,
이쯤이면 조금 스트레칭을 시켜봐도 되겠다 싶어서 가끔 가던 산길을 다녀왔습니다.
고부하 여건에서 악셀, 브레이크, 핸들 조작을 타이어 한계 내에서는 해보자.
어딘가 정상이 아니라면 더 고장이 나서 확연히 알 수 있을 만큼 증상을 드러낼거고
고민할 필요 없이 그걸 수리해서 타면 되겠다.
이런 생각이었지요.

먼저, 엔진...
돌리라고 있는 레드존이니 좀 돌린다고 해서 부적절한 사용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고회전을 유지하면서 가속페달은 편하게 꾹꾹 밟았습니다.
악셀 반응이 세밀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약/중/강 정도는 구분되는 듯 했습니다.
회전질감은 부드럽되 소리는 왠지 밟으면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었고,
밟았다고 정말 부서진다면 안 밟아도 언젠가는 부서질 불량품 아닌가 싶어서...

새 순정 패드와 새 브레이크액으로 교체되어 있었던 브레이크 네 짝...
처음 가져왔을 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당황스러울 정도로 쭉쭉 밀렸습니다.
레이싱용도 아니니 길들이기 한다고 나아지겠냐 싶어서, 다음 로터 교환 주기 때
캘리퍼와 함께 한 사이즈 올려보자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체는...
차를 꾹꾹 누르면서 요리조리 돌다 보면 터진 건 큰 소리를 내겠지...

퍼지면 셀프로더에라도 실어다가 정비소에 넣고 싹 고치자...


...아무 일 없이 잘 다녀왔고 고장난 곳은 전혀 없으며 오히려 뭔가 고쳐졌습니다.

꾹 밟으면 부서질 것 같아 조심스럽던 엔진은 의외로 6천2백rpm까지 쌩쌩 잘 돌았고,
1.6톤에 가까운 차가 오르막 급커브에서도 제법 꾸역꾸역 재가속이 되더군요.
스포츠 모드에서 거의 D 레인지로 운행했습니다.
여전히 락카통 흔드는 느낌의 노킹은 전기 스파크 튀는 정도로 수그러들었고
일상주행에서 가속할 때 끈질기게 1,500rpm 언저리를 고집하던 노멀모드 변속도
이젠 악셀 좀 건드리면 바로 쉬프트다운 할 정도로 좀 나아졌습니다.
쌩쌩 돌리고 난 뒤, 당연히 갤갤거리든 할 줄 알았는데 더 조용해졌습니다.
태핏 치는 듯, 저널베어링 나간 듯 간헐적으로 땅땅 하던 소리가 나던게 없어졌습니다.
'이게 가능한가???'
쇠가 한 번 닳아서 소리가 나기 시작한 걸 쎄게 돌리면 더 닳아서 더 큰 소리가 날텐데.

하체의 덜걱거림은 연식과 주행거리가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신경 안 썼지만,
전체적으로 상하 움직임이 좀 뻑뻑한 느낌이던게 완화되고(쇼바 터져서 그런가 의심 중)
특히 과속방지턱 넘을 때 전륜 좌우 스트로크 편차가 나던게 정상이 되었습니다.

브레이크는 워낙 밀리던 관계로 안전 관계상 아주 일찌감치 꾹꾹 끊어 제동했는데,
그렇게 여유롭게 조작했음에도 차를 세워두고 보니 패드 탄 냄새가 좀 올라왔습니다.
한바탕 스트레칭을 마치고 내려올 때는 브레이크 안 바꿔도 되겠는데?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잘 듣습니다.

집 가까이 왔을 땐, 이젠 정말 온전히 편안하게 몰 수 있는 차가 되어있었습니다.

지금껏 여러 중고차들을 거쳐왔지만, 이렇게 해서 컨디션 개선이 확연히 체감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서 좀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기름값+톨비만으로 해결된 것 같아
기분이 산뜻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건지 좀 궁금해집니다.
주행거리로 보면 전 차주께서 차를 너무 안 쓰셨던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너무 천천히만 다니셨던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