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 Impression
K9과의 두번째 만남에 상당히 큰 기대가 있었다.
첫번째 만남이었던 3.8사양과의 만남은 상당히 흐뭇했고, 그런 흐뭇함의 배경은 나 자신이 25년가까이 수없이 많은 차를 시승하고 평가해오면서 최고의 명차들을 다루고 자동차 본질에 대한 깊이를 이해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즉 우리 것이 아닌 남의 좋은 것이 왜 좋은지? 그리고 뭐가 우리것과 다른지를 일관되게 다루면서 과연 우리것이 명차와 비교되는 그 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은 솔직히 최근까지 전혀 하지 못했던 고백으로 K9 5.0의 시승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425마력 V8 5.0엔진을 탑재한 K9의 최상위 모델 퀀텀은 풀옵션 사양이었다.
기아가 추구하는 최고급차에 대한 철학이 현대보다는 덜 보수적이라는 점은 이미 확인하였고, 이러한 방향성이 고객에게 먹히게 하기 위해서는 바로 그 덜 보수적이라는 그 부분에 대한 자신감이 확실해야 미래적으로 보았을 때 기아가 추구하는 방향성의 성공조건이 되는 것이다.
예를들어 경쾌한 움직임은 역으로 바라보면 가볍고 촐싹댄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고, 좀 더 직설적으로는 가볍다는 평가는 그만큼 묵직하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때문에 최고급차에서 흔히 너그럽게 이해해주는 영역인 묵직함의 긍정적인 효과를 유지하면서 발놀림은 경쾌하게 만드는 바로 그 재주가 기아가 이번에 성공시킨 K9의 주행컨셉의 핵심이라 하겠다.
8단 자동변속기에 힘을 전달하는 V8 5.0타우 엔진은 4.6에서 진화했고, 아주 재미나고 독특한 엔진이다.
최대출력 425마력이 6000rpm에서, 최대토크 53.0kg이 5000rpm에서 발휘된다.
V8 5리터 엔진이 최대토크가 5000rpm에서 발휘된다는 부분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가변흡기와 가변 캠 타이밍을 갖춘 대배기량 엔진에서 저,중속보다 초고속 회전대에 토크를 집중시켜 엔진을 설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어떻게보면 가변 캠 타이밍 기구가 아무런 임무수행을 하지 않는 엔진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래된 엔진이긴 하지만 BMW E39 M5의 5리터 V8엔진의 최대토크 50kg은 3800rpm에서 발휘되었고, 이렇게 두툼한 중속토크는 더블바노스의 가변 캠 타이밍 기구를 통해 가능해진 것이다.
타우 엔진이 이렇게 고회전 성향의 세팅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중속에 토크를 집중시키는 것은 엔진의 사이즈를 감안해 오히려 훨씬 쉽고 수월한 세팅인데도 불구하고 반대의 세팅을 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가정에서 출발해 보자면…
저중속 토크는 5리터 엔진에서 어떠한 세팅을 해도 부족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적다. 즉 여유가 있는 엔진의 사이즈를 생각할 때 초반 출발과 엔진의 실용영역에서 너무 민감하고 날카로운 반응이 나오면 역시 한국차는 너무 촐싹대고 초반에 확확 움직인다는 평가를 받을 소지가 있는 것을 경계했을 수 있다.
어느정도는 일부러, 의도적으로 저중속 토크와 반응성을 약간 더 무디게 하는데 있어서 토크 곡선의 위치를 뒤쪽으로 이동시킨 흔적으로 보는 이유이다.
그래서 풀가속을 해보면 이러한 가정이 상당히 설득력을 가지는데, 엔진의 특성이 3800rpm과 4800rpm에서 두번 토크의 변화가 일어나는데 4800rpm부근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뭔가 On, Off에 비견될 만큼 상당히 강한 변화로 이 강력한 토크의 상승이 최대토크가 5000rpm에 나오는 엔진임을 아주 명확하게 입증시켜준다.
밟았을 때 재미있는 엔진이라는 점이 이러한 세팅으로 애초에 기아가 누리고자 했던 의도에 부수적으로 얻게 된 효과일 것이다.
엔진이 매끄럽고 경쾌하며, 고회전에서 신나게 돌 때의 질감이 엔진의 완성도가 어떤 브랜드의 무엇과 비교해도 빠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8단 자동변속기 자체도 상당히 전투적으로, 풀가속시 걸리는 회전수는 시프트 업이 된 후에도 5000rpm부근 이하로 내려가지 않아 변속된 직후에도 쭉쭉 뻗어 나간다.
그만큼 5000~6000rpm구간이 시원하고 힘이 뭉쳐 있다.
계기판상 245km/h에서 리미터가 작동하여 더 이상의 가속은 불가능하지만 아주 쉽고 맹렬하게 가속해준다.
반면 시가지 주행할 때 이 엔진이 5리터라는 느낌보다는 4리터짜리 엔진의 느낌을 주는데, 부정이 아닌 긍정적인 부분으로 보는 이유는 액셀링에 반응하는 엔진 느낌이 무척이나 차분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절제된 저중속 영역이지만 2500rpm만 넘어도 5리터 본색이 드러나기 때문에 2톤의 무게에 일상에서 경험하는 상황에서 만족시키지 못하는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Drive mode를 Sport에 두면 엔진과 변속기, 서스펜션, 그리고 4륜구동의 힘의 배분이 좀 더 후륜에 실린다.
이러한 세팅은 Custom mode에서 입맛에 맞게 설정도 가능한데, 때문에 Sport모드를 두고 고속코너를 달려보면 Comfort와는 확연히 다르고 액셀링에 반응하는 차의 움직임도 완전히 달라진다.
보통 최고급차의 경우 설정을 통해 4륜구동의 힘의 배분을 변경하는 것을 허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만큼 두가지 모드에 대한 기아의 자신감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구현하기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K9이 자동차의 본질적인 주행완성도를 갖추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초고속주행시 다양한 상황에서의 차의 거동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제동능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서지 않았다면 시도자체가 무의미했을 것이고, 그만큼 K9의 양산 고급차로서 엔진이 가진 능력을 모두 끌어내며 달릴 때 이차를 세우는데 부담이 없느냐 하는 부분은 합격점을 주어도 무방하다.
서스펜션의 세팅 자체는 기본적으로 큰 충격을 유연하게 걸러낸다는 부분을 코일스프링과 가스 유압댐퍼의 조합에서 해내야 한다는 숙제의 해결, 그리고 전체적으로 말랑말랑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잔충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태연함이 K9이 태어나기 전부터 갖춰야할 덕목이 된 것이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코일스프링을 갖춘 서스펜션으로 이정도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아니, 엄청난 기아의 성과임을 새삼 느꼈다.
이러한 말랑함이 고속에서 독이 되지 않게 뭔가 확실히 잡아주는 느낌을 주는 부분으로 속도가 높아졌을 때 그 성격이 달라지는 부분도 2톤 차체를 다루는 기아의 요리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했음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중속에서건 고속에서건 조향능력, 즉 속도가 높은 코너에서 꺽은 만큼 돌게 만드는 세팅에 주안점을 많이 두다보니 스티어링 중심에서 좌우로 미세하게 작은 각도로 흔들어보면 차의 움직임이 하늘에서 지면으로 수직축을 차에 꼽았을 때 그 위치가 중앙보다 앞쪽에 위치한 느낌이 든다.
벤츠 S클래스나 페이톤과 같은 차들이 이 축의 위치가 뒷좌석과 가까운 상당히 뒤쪽에 있어 스티어링 중심 부근의 감각이 둔한 대신 후륜이 좌우로 흔들흔들하는 것이 뒷좌석에서 거의 느껴지지 않게 세팅하는 것과는 배치되는 세팅인 것이다.
운전의 재미와 경쾌하고 빠릿빠릿한 고속주행을 추구하는 K9이 후륜의 추종성을 등한시 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때문에 조향능력을 강조하는 과정속에서 고속에서의 불안요소를 남겨두지 않았다는 부분은 명백하다. 하지만 조향 중 반대방향으로의 조작(운전자의 나쁜 습관 등등)시 뒤쪽에서 느끼는 좌우의 움직임은 약간 민감하게 느낄 소지는 있다.
이는 아주 거칠고 고급차를 모는 ABC가 전혀 없는 운전자가 운전할 때로 극히 한정적이기는 하지만 여기서 발견한 의미는 후륜의 추종성이 견고하다는 부분에 있어서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부분이기도 하다.
시트의 착촤감과 표면의 푹신함, 그러면서도 몸의 곳곳을 확실하게 잡아주는 느낌을 주는 전체적인 인체공학적인 면에 최고점수를 주어도 아깝지 않다.
헤드레스트를 전동으로 높낮이 뿐 아닌 앞뒤로 조절하여 개개인이 가장 편안한 목의 위치를 정확하게 미세조정할 수 있다는 부분은 매우 좋았다.
시트가 편안해도 차체의 거동이 불안하면 시트의 편안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만큼 차체의 거동인 것이고, 그 거동속에서 편안하고 안락하지만 차가 해낼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불안하면 안되는데, 이렇게 이런 차로 잘 도달하지 않는 속도대에서까지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현기차가 확실히 두단계 이상 업그레이드가 되었음을 입증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후진할 때 뒤에서 다가오는 자전거나 오토바이 혹은 차량이 있을 때 자동으로 알아서 제동을 해주는 장치나 좌석에서 문을 열 때 후방에서 다가오는 물체가 있을 때 경고음을 울려주는 기능, GPS와 연동하여 과속주의 구간에서 자동으로 속도를 낮춰주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실제로 너무나 자주 사용하는 요긴한 기능들이다.
차가 가진 인텔리전스가 얼마나 쉽고 편안하게 그리고 안전한 운전을 실질적으로 돕느냐하는 부분에 있어서 K9에 장착된 안전장비들은 실제로 매우 유용하고 차에 복잡할 수 있는 장비들을 아주 직관적이고 쉽게 작동할 수 있다는 부분도 매우 좋은 부분이다.
12.3인치 대형 모니터는 갤럭시 탭처럼 작동하고 반응속도가 휴대폰 수준으로 빠르며, 찾고자하는 기능을 최대한 빨리 찾을 수 있어 복잡한 기능을 공부하느라 매뉴얼을 열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K9과 일주일을 함께 하면서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다 경험해보면서 내린 결론은 K9으로 인해 다른 기아 모델들의 위신이 높아질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들이다.
그래서 어느정도의 볼륨 브랜드가 되면 본능적으로 그 볼륨을 극대화시키고 일반적인 볼륨브랜드들과 차별되기 위해 기함(Flagship)을 만드는 것이다.
때가 되었다고 판단한 기아가 2세대 K9에 심혈을 기울여 단순히 경쟁력있는 고급차를 뛰어넘어 뭔가 색깔이 확실하고 지속가능하며, 이대로 계승 진화시키기에 아주 좋은 표본을 만들었다는 점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궁극적으로 기본기에 충실한 차가 제대로 인정을 받는다는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교훈은 자동차 만들기의 가장 원천적인 부분을 향해 관통해 나간다는 기아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가 실현되었음을 의미한다.
가장 원천적인 것이 가장 어렵고, 고단하며, 제대로 인정받는 과정도 복잡한 것이다.
때가 되었다고 판단한 기아의 판단에는 그만큼 좋은 수입차, 형편없는 수입차를 많이 경험한 수준높은 잠재고객들이 많고 앞으로도 엄청난 각도로 그 숫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한 비전과 판단을 내린 결정에 큰 빛이 나길 한국인으로서 진정 바라는 바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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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K9의 LED어댑티브 헤드라이트는 광량이 안나와서 밤에 시야 확보가 잘 안되었습니다. 상당히 의아했었습니다. 알고보니 그러했더군요... 에어서스는 뉴에쿠스 처럼 좌우로 출렁였고, 이것이 운전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안하게 느꼈습니다. 특히 안좋은 노면에서 코너를 돌때 출렁이면 섬뜻하더군요. 스포츠 모드에서도 마찬가지였구요. 공중에 붕 떠다니는 듯한 느낌. 어라운드뷰 화질 또한 매우 좋지 않아서 뷰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뒷좌석 전자식 풋레스트는 작동시 삐걱삐걱 소리가 어찌나 나는지...
현대,기아의 메모리시트는 좀 위험한 점이 있는데 등받이를 완전히 접고 저장을 하면 저장이 되고 원터치로 작동이 되죠. 하지만 이번 K9은 완전히 접고 저장을 누르면 저장이 안되게 되어있더군요. 예전 메모리스트기능을 모르고 남의 차에 탔다가 허리가 접힐뻔한 적이 있네요.ㅎ 등등등
이번의 THE K9은 위의 것들 말고도 이전모델의 불편하고 의아했던 사소한 모든 부분을 섬세하게 깎아내고 다듬었더군요.
감히 말씀드리자면 한 8천만원 내외에서 살수 있는 가성비 끝판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편견을 지워버린 최초의 국산 승용입니다.
정말 괜찮은 8기통 엔진입니다.
EQ900 5.0 역시 출력이 후반에 나옵니다.
고급 대형 세단에만 사용하기엔 아까운 엔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시대의 흐름인지라 이 마저도 조만간 보기 힘들 것 같긴 하네요.
초반 토크와 제로백 따위? 때문에 3.3T 가 더 낫다고 하는 리뷰도 봤습니다만..
실구매자나 차급을 고려하지 않은 시승기일뿐...쿠쿠,
잘 봤습니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정말 신나는 일입니다.
사진 중 알피엠 게이지가 크게 숫자로 나타남이 좋네요.
어느차를 타도 속도는 디지털로 나타나는데 rpm은 왜
안나오는걸까 했는데요. 저런 표기는 첨 보는 것 같습니다.
오토*라는 매체에서는 진화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한심한 수준의 세팅을 한 차 라며 극악의 평을 하더군요....심지어 g80이 더 낫다는 얘기도 하던데 시승기가 운전자의 주관이 많이 개입되는 영역이고 각각의 느낌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저는 마스터님의 시승기를 더 신뢰하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