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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와 인연을 맺은 시기는 1995년도로 기억한다.

당시 미국에서 이삿짐으로 들어온 E36 M3수동변속기 사양을 시승했었는데, 북미형에는 직렬6기통 3.2리터 240마력 사양이어서 유로버젼의 321마력 독립쓰로틀 엔진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90년대에 후륜구동 240마력 수동변속기를 탑재한 차는 그 자체가 특별함이었다.

 

E30 M3 에보를 비롯해 M3모델은 종류별로 모두 타보았고, E36북미버젼 3.0 240마력, 3.2 240마력(3.0과 출력이 동일), E46 M3 수동, SMG2, CSL을 모두 최고속 혹은 트랙에서 테스트 해봤고, E92 M3는 오랫동안 소유하고 있으니 나 자신이 M3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생생하게 증언할 수 있는 일인이라고 볼 수 있겠다.

 

터보엔진으로 바뀐 M3의 직렬6기통 유닛은 E92때의 4리터 8기통과 같이 지금 바라보면 극적인 8000rpm오버 자연흡기 엔진이라는 명기를 대신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였다.

 

F80 M3가 등장했을 때가 다운사이징과 과급화되는 정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엔진의 구성으로 눈길을 사로잡을 그 무엇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출력과 토크를 아무리 키워도 M3에 터보 엔진은 M의 역사에서 추구했던 정체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며, 여기에 대한 반감은 E92 M3의 가치가 역으로 높아지면서 이미 상태가 좋은 E92 M3는 웬만한 F80 M3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만 봐도 선호도는 분명해졌다고 볼 수 있다.

 

나 자신 역시 F시리즈 이후 M3에는 커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것이 솔직한 고백이기는 하지만 요즘 들어 F시리즈 M3를 타보면 과거의 반감이 많이 줄어든, 다소 너그러운 마음으로 터보 엔진을 탑재한 M3들을 대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만큼 전반적으로 최신형 차들이 주는 자극이 너무 희석되었고, 전동화 시대에 모터나 배터리로 구동되는 장치의 도움 없이 내연기관으로만 달려주는 차에 대해서 고마움 같은 감정이 뒤섞여서 그런 것 같다.

 

G80 M3에는 후륜과 4륜이 모두 선택이 가능한데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후륜 컴페티션 모델이었다.

510마력에 66.3kg토크에 DCT 듀얼클러치 대신 8단 토크컨버터 장착된 자동변속기가 물려있고,

1,810kg이라는 무게에도 불구하고 0->100km/h3.5초만에 끝내버리는 초고성능을 가졌다.

 

현행 M3가 얼마나 커지고 무거워졌는지는 E39 M5와 비교해보면 쉽게 판단이 된다.

E39 M5에 비해 1.5cm 커졌고, 무게는 무려 115kg이나 무거워졌다. E39 M58기통 5리터 엔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M3는 미들급이라고 보기에는 무거워져도 너무 무거워졌다.

 

그래서 M3가 가지고 있던 날렵한 이미지와 패키징은 M2에게 물려주고 M3GT성향의 고성능 세단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G80 M3를 일반적인 운전상황으로 운전하면 안락함과 편안함, 그리고 토크컨버터가 주는 자연스러운 출발과 오르막 발진 능력 등 그냥 디자인 때문에라도 와이프에게 사주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샤시의 세팅도 F80 M3에 비해서 나긋나릇한 느낌이고 고속에서 조타량이 지나치게 민감했던 F80에 비해서 덜 민감해 조정이 훨씬 여유가 있다.

 

평범한 주행을 좀 하다가 풀액셀을 때리면서 1시간 정도를 달려보았는데, 샤시의 세팅이 후륜구동 510마력을 최대한 안전하게 다룰 수 있게 즉, 안정성 측면에 상당한 공을 드린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F80 M3를 포함해 F시리즈 M모델들이 가진 장점이 많지만 샤시 세팅에 대한 단점을 잠시 언급하자면 댐핑스피드가 어떤 경계를 기점으로 부족해 강해진 샤시와 엇박자가 나는 지점이 많았다.

쉽게 설명하자면 빠르게 달릴 때 든든한 부분도 있지만 승차감이 나쁘고 안락성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특히 EDC가 없는 모델들은 한숨이 나올 정도였으니 E바디에서 F바디로 바뀌면서 도대체 고객들 입장에서 얻은 것은 무엇인지 답을 낼 수 없을 정도였다.

 

G80 M3는 긴장감을 높일 만큼 빠르게 달려도 댐핑스피드가 충분하다는 느낌, 노면을 잃는 순발력이 좋다는 느낌, 리바운스를 너무 강하게 조이지 않아 차가 뜨는 상황에서도 착지가 사뿐해졌다는 느낌으로 샤시세팅을 요약할 수 있다.

 

EDC의 세팅을 컴포트에 두었다가 Sport+로 변경해도 기대보다 크게 댐핑압력이 늘어나는 것 같이 느껴지지 않아서 항상 Sport+를 두어도 큰 위화감이 없을 것 같다.

 

유연성을 토대로 노면의 기복을 실시간으로 빠르게 따라가면서도 궁극적으로 댐핑 스트록이 커지지 않게 세팅한 능력은 BMW80~90년대 설계했던 명차들이 보여주었던 신기할 정도의 마법과도 같은 세팅의 진면모를 아직까지는 아나로그적인 방식으로 다시한번 재현한 것으로 봐도 될 정도다.

 

반대급부적으로 자극이 덜하다는 점, 그만큼 빠르게 달리면서도 좀 차분하다는 느낌 때문에 극적이지 않아 약간 헐렁하다고 느낄 소지도 있지만 실제적으로 유격감은 G80에서는 철저히 배제한 것이 맞다.

 

요즘의 차만들기를 기준으로 고출력 후륜 구동을 세팅할 때 가장 중요시해야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정답은 엔진이 만드는 파워를 모조리 아스팔트에 손실없이 쏟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엔진이 아무리 큰 파워를 만들어도 타이어가 쉴세없이 헛돌고 있으면 차는 결코 빨리 갈 수 없고, 이는 파워트레인이 샤시를 역전했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부조화로 인해 안정성을 크게 해치는 세팅이다.

 

G80 M3는 가속력이 매우 큰 2,3단에서도 후륜의 그립이 든든하다. 풀액셀을 하면서 조향을 해도 밖으로 미끄러지거나 차가 돌아버릴 것 같지 않다. 그 자신감을 운전자가 느끼게 해준다는 점이 하이라이트이다.

 

차동기어(디퍼런셜)은 좌우 회전차를 극복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순수 기계장치이다. 여기에 LSD를 추가하면 Locking Ratio에 따라 코너에서 가속패달을 전개할 때 후륜의 움직임을 감기는 느낌으로 세팅할 수 있는데, 요즘은 이러한 순수 기계식 LSD에 전자식 LSD의 개념이 들어가 미끄러지는 바퀴에 제동을 걸어주어 반대편에 남아도는 힘을 전달하는 세팅이 아주 정교하게 가능해졌다.

이러한 전자제어의 도움으로 510마력에 60kg이 넘는 파워를 코너에서 조금 과감하게 사용해도 차가 쉽게 돌아버릴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다시 샤시쪽으로 돌아가서 궁극적으로 조향이 들어간 상태에서 가속패달을 밟으면 부스트가 터지는 박자를 감안하더라도 차분하게 후륜이 감기는 느낌을 준다.

마치 내가 운전을 매우 잘한다는 착각을 줄 정도로 후륜이 감길 때 그 순간이 차가 미끄러지기 직전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 부분 때문에 과감하게 몰아도 꼬리가 흔들리거나하는 걱정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가속패달을 밟으면 뒤가 눌리는데 이때는 설계된 댐핑압력의 한계치 상황에서 컨트롤 되어야하는 부분이라 후륜구동 차량의 리어 서스펜션 세팅은 매우 까다로운 부분이 있다.

 

결론적으로 G80 M3의 댐핑스피드는 후륜이 눌려지는 양을 감안하더라도 유연성의 변화가 거의 없다. 참 잘 된 설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표본일 수 있다.

 

후륜 멤버를 받치고 있는 강성과 예민성을 갖추었지만 유연한 댐퍼 그리고 좌우 속도차를 아주 빠르고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는 전자 디퍼런셜의 조화는 운전자에게 스포츠주행에 대한 큰 자신감을 선사했다.

 

단점은 어이없게도 브레이크였다.

솔직히 내가 운전해본 M3중에서 순정 브레이크로는 최악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고속에서 차분하게 제동을 걸면서 속도를 줄여도 브레이크가 울어버린다. 그 소음이 실내로 파고들어 동승자에게도 괜한 불안감을 전달한다.

 

패드는 패드대로 디스크는 디스크대로 어느 경계를 넘었을 때 열에 대한 용량이 부족한 탓이고, 거의 장담하는데 디스크의 변형이 쉽게 올 것이 분명하다.

 

환경론자들에게 욕먹지 않기 위해 패드도 친환경으로 만들다보니 이렇게 본질적인 능력이 저하된 체로 나온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끝내주게 만든 샤시가 허접한 브레이킹 능력으로 빛을 잃는 안타까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제동에 대해 한마디 부연하자면 차가 잘 서게 하는 것만이 제동에 대한 평가의 전부는 아니다. 제동을 할 때 드드드하는 소음의 정도는 억제되어야하며, 이는 스포츠 모델에는 기본중에 기본이다.

E92 M3는 지금 순정 패드와 디스크만으로도 초고속주행에서 제동을 해도 웬만한 제동에 그 어떠한 불안한 소음을 만들지 않는다. 트랙에서 타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든든하다.

 

샤시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느라 엔진에 대한 부분을 자세히 다루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사실 간단하게 요약해도 충분할 것 같다.

510마력이 강력한 것은 맞지만 샤시가 너무 잘 잡아주어서 그리 강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6000rpm이 넘어서도 가속패달 전개에 남은 힘을 짜내면서 돌아주는 느낌이 바로 S55엔진이 N55엔진과의 차별성이기는 하지만 중속에서 그리 강력한 펀치를 내주지 않는 것은 아마도 코너에서 정교한 제어를 감안해 설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DCT에 비해서 토크컨버터형 자동변속기는 한마디로 후퇴다.

일상적인 운전에서는 나은 점이 더 많지만 스포츠 주행에서는 다운시프트 때 날카로움이 없이 너무 무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M3는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이고 3시리즈라는 구성을 고려했을 때 BMW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카테고리의 플랫폼이다. 그런데 한동안 그 장점이나 차별성이 그리 부각되지 않았는데 G바디에서야 다시 예전의 영광을 찾은 것 같다.

 

멋진 차를 만드는데 너무나 많은 제약과 규제 그리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들을 담다보면 무거워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여간 큰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 요리조리 잘 피해서 좋은 차를 만드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아야 그것이 최고의 브랜드들이 보여주어야 할 덕목일 것이다.

 

대학시절 M3를 꿈꾸었고, 한참이 지나서 어른이 된 후에 한대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차를 보는 어린 혹은 젊은이들에게 M3All time dream car와 같은 차로서 계속 명맥을 이어나갔으면 한다.

미래적으로 M3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올라 설 것이 분명한 것이 신형 C63 AMG4기통이 탑재될 것이기 때문이다. 4기통 2리터 엔진에 63이라는 뱃지가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가를 생각하면 아무리 무거워졌다 해도 M3는 그 정도로 욕먹을 그 어떠한 요소도 찾을 수 없다.

 

스포츠드라이빙의 맛은 나이와 세대를 막론하고 막강한 힐링의 도구일 것이고 그만큼 M3는 여러세대를 포용할 수 있는 모습으로 진화했다.

 

이는 구형은 구형대로 신형은 신형대로 모범적인 길을 걸었다는 부분에 대해 더 이상은 부정할 명분을 찾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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