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drive
THE K9 5.0 퀀텀을 시승한 소감입니다.
매우 짧은 시간 시승한 탓에 한계상황에서의 거동 등은 파악하지 못했으나, 승차감과 엔진 파워의 일부는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상 차 자체에 대한 판단을 하기에 부족했으므로, 승차감과 엔진 파워 일부 외에는 브랜드와 대형 FR(기반의 AWD), V8 NA 5.0 고회전 엔진에 메탈 스프링 서스펜션 조합이라는 구성 자체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1. 브랜드(기아)
아무래도 브랜드가 '기아'라는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내 시장에 뿌리 박힌 기아에 대한 이미지(현대차에 비해 고급스럽지 않고 승차감이 불편한 차) 때문입니다. 사실 현대차 그룹 내에 있는 지금의 기아차는 예전의 기아와 다른 회사이지만, 기아라는 브랜드를 그대로 쓰고 있고 예전의 이미지가 완전히 희석된 것은 아닌데다 아직 새로운 이미지가 정립되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차 그룹에 속해 있는 지금의 기아는 좀 다르지만, 전통적으로 기아는 '기술의 기아'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러한 이미지는 마쓰다, 스바루, 혼다, (마틴 빈터콘 회장 부임 이전의) 아우디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위 메이커들은 모두 엔지니어 마인드가 충만한 브랜드들인데, 그 중 혼다는 '어큐라'라는 고급 브랜드를 런칭한 바 있고, 아우디는 빈터콘 회장 부임 이후 감성공학을 주창하면서 디자인과 광고에 주력한 점에서 단순한 '기술의 OO'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마쓰다와 스바루는 여전히 그러한 이미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와 같은 이미지는 국내 판매량에 직결된 것으로 보입니다. 마쓰다는 정식 수입조차 되지 않고 있고, 스바루는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가 판매 부진으로 철수한 바 있습니다. 당시 스바루의 신문광고는 만화 형식이었는데, 그 내용이 스바루의 메커니즘을 나열식으로 설명하는 방식이었고, 거기에 어떠한 전략적인 (대중적) 이미지 메이킹도 담겨 있지 않았습니다.
K9에 기아 대신 독립 브랜드를 붙여 줄 것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독립 브랜드 전략 성공사례의 최고봉은 렉서스인데, 1세대 렉서스 LS가 미국에 런칭했을 때 실차를 보고 "음.. 새 S클래스로군"이라고 한 사람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는 도요다가 렉서스라는 브랜드를 내세우면서 소형차 메이커 이미지가 박혀 있는 도요다 뱃지를 철저히 숨긴 덕분이었습니다.
자동차는 기계공학의 정점에 있는 제품이므로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함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자동차는 판매하는 상품이므로, 경영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제조자로서의 자부심과 판매자로서의 경영 마인드의 조화가 필요합니다. 기아차는 독일차, 일본차, 미국차, 그리고 같은 그룹 내의 현대차와 차별화된 이미지가 무엇인지, 기술력 이상의 이미지가 무엇인지 그 아이덴티티를 확립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2차 세계대전의 패전이 거의 확정되고 소련군이 베를린으로 진군해 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티거 전차의 개량을 위한 연구에 몰두하였던 독일 엔지니어들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경영 마인드와 거시적인 안목이 부족하였다고 봅니다.
2. 대형차
5.0은 좀 다르지만, 3.3, 3.8 모델의 경우 가격대 때문에 E클래스, 5시리즈, A6와 비교를 많이 당하고, 외산 중형차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타 보면 최소한 ‘(차 크기와 무게에서 나오는) 승차감’이나 ‘공간’, ‘시트의 두께’와 ‘뒷좌석 등받이 각도’에 있어서 차급의 차이는 넘어설 수 없다고 느껴집니다. 이 점은 개인적으로 뉴체어맨과 C클래스, E클래스, 3시리즈, 5시리즈, A6를 비교해 본 결과 확신하는 점입니다.
K9도 예외는 아닌데, 압도적으로 넓은 레그룸과 두툼하고 리클라이닝이 되는 뒷죄석을 제공합니다.
중형차까지의 뒷좌석은 ‘약식으로 비치된 좌석에 얻어 탄다’는 느낌이지만, 대형차는 ‘풀사이즈’라는 명칭에 걸맞게 뒷좌석도 약식이 아니라 정식으로 세팅되어 있으며, FR의 경우 뒷좌석이 앞좌석보다 더 편한 느낌입니다.
3. FR(기반의 AWD)
국산 고급차 시장이 제네시스와 에쿠스를 필두로 FR 방식으로 전환된 것은 이제 10여년에 불과합니다. 되돌아 보면 과거 외국 브랜드 차량을 조립하던 시절에 FR 방식이었다가 오일쇼크 이후 FF로 선회하였다가 다시 FR로 회귀한 셈입니다. 이러한 FR로의 회귀에 불을 붙인 것은 1997년 출시된 체어맨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기아 포텐샤, 엔터프라이즈 등 FR 차량이 있었으나, 판매량이나 임팩트 측면에서 체어맨이 그러한 경향에 불을 붙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FF와 FR은 각기 장단점이 있지만, 대형차 그것도 300마력을 오버하는 5.0이라는 대배기량 엔진을 얹은 차에서 FR은 밸런스 측면이나 승차감 측면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FR 기반의 AWD인 K9 5.0은 매우 짧은 프런트 오버행과 캐빈룸쪽으로 바짝 붙여진 엔진 레이아웃, 그리고 매우 긴 휠베이스를 보여 주는데, 이는 BMW의 프로포션을 보는 듯 합니다. K9 5.0은 엔진 블록이 프론트 타이어 앞쪽 끝을 기준으로 한 선보다 약간 안쪽에 위치해 있어서 엔진 블록의 끝선이 앞타이어의 끝선과 거의 일치하는 BMW E39 M5보다 엔진이 약간 더 캐빈룸쪽으로 붙여진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K9 5.0의 휠타이어 직경이 E39 M5의 그것보다 크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V8인데다 AWD라서인지 유턴시 회전반경은 좀 큰 느낌입니다.
분명 FR에 비해 AWD의 장점이 있을 것이나, 그것을 느끼기에는 시승시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4. V8 NA 5.0(vs E39 M5)
디젤 터보와 다운사이징 가솔린 터보 엔진이 득세하는 시대에 가솔린 자연흡기 V8 5.0 엔진은 보기 드문 구성입니다. 이 부분은 아래의 고회전형 엔진 부분에서 언급하겠습니다.
5. 고회전형 엔진(vs E39 M5, T8D)
K9 5.0의 타우 엔진과 마찬가지로 5.0 자연흡기 방식인 엔진, 그리고 5,000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는 T8D(커스텀) 엔진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차량 |
K9 5.0 퀀텀 |
BMW E39 M5 |
머스탱 GT |
머스탱 GT350R |
체어맨 W 5.0 |
세피아 1.8 (커스텀) |
엔진 |
Tau V8 NA DOHC |
S62 V8 NA DOHC |
Coyote V8 NA DOHC |
Voodoo V8 NA DOHC |
M113 V8 NA SOHC |
T8D I4 NA DOHC |
배기량 |
5,038cc |
4,941cc |
5,035cc |
5,163cc |
4,966cc |
1,793cc |
최대토크 |
53.0kg·m /5,000rpm (K9 5.0)
52kg·m /5,000rpm (제네시스 프라다 5.0) |
50.98kg·m /3,800rpm |
54.1kg·m /4,250rpm |
58kg·m /4,750rpm |
45kg·m /4,000rpm (체어맨 W 5.0)
47kg·m /2,625rpm (벤츠 W220 |
17kg·m /5,000rpm |
최고출력 |
425ps /6,000rpm (K9 5.0)
430ps /6,400rpm (제네시스 프라다 5.0) |
400ps /6,600rpm |
446ps /7,000rpm |
533ps /7,500rpm |
306ps /5,600rpm |
144ps /6,700rpm |
퓨얼컷 |
6,500rpm |
7,000rpm |
7,500rpm |
8,250rpm |
6,500rpm |
7,000rpm |
최대토크 ·최고출력 지점의 간격 |
1,000rpm (K9 5.0)
1,400rpm (제네시스 프라다 5.0) |
2,800rpm |
2,750rpm |
2,750rpm |
1,600rpm (체어맨 W 5.0)
2,975rpm (벤츠 W220 |
1,700rpm |
K9 5.0의 저회전 토크가 부족하다는 평이 많은데, 최대토크 발생지점이 5,000rpm인 점이 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에 더하여 최근의 터보 엔진들이 저회전에서 최대토크를 찍는 세팅이기 때문에 이에 대비되어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가솔린 자연흡기 DOHC 엔진이라 하더라도 최대토크 발생지점이 5,000rpm인 점은 좀 너무 고회전형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같은 NA 5.0 DOHC 엔진인 BMW E39 M5의 경우 3,800rpm에서 최대토크가 토출되는 점에 비추어 그렇습니다. 한편 E39 M5의 경우 최고출력 발생지점이 6,600rpm인데 반해 K9은 6,000rpm인 점도 대조적입니다. 즉, E39 M5는 최대토크 발생지점과 최고출력 발생지점의 간격이 2,800rpm으로 넓은 편인데 반해 K9은 그 간격이 1,000rpm으로 좁은 편입니다. 그런데 실주행 느낌은 E39 M5는 1, 2단의 기어비가 높은 탓에 발진 가속시 교통흐름에 맞추려면 1단과 2단은 3,000rpm에서 변속해야 해서 마치 저회전 토크가 부족한 것처럼 착각하게 되는 반면 K9은 2,000rpm이나 1,800rpm 정도에서 변속해도 교통 흐름에 맞추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기 때문에 저회전 토크가 압도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아도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습니다.
머스탱 GT350R의 5.2 NA Voodoo 엔진도 최대토크 발생지점이 4,750rpm으로 매우 높은 편이지만, 이 엔진은 서킷 사양으로서 최고출력 발생지점이 7,500rpm인 완전한 하이 레브 엔진이기에 직접적인 비교대상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그리고 최대토크 발생지점과 최고출력 발생지점의 간격도 2,750rpm으로 K9에 비해 넓은 편입니다. 한편 머스탱 GT의 5.0 NA 코요테 엔진은 최대토크 발생지점이 4,250rpm이고, 최고출력 발생지점은 7,000rpm으로 역시 최대토크 발생지점과 최고출력 발생지점의 간격이 2,750rpm으로 넓은 편입니다.
체어맨 W 5.0은 SOHC 엔진으로서 최고출력이 306마력(5,600rpm)에 불과합니다. SOHC 엔진이기에 배기량 대비 최고출력은 낮아도 최대토크 발생 영역이 낮아서 시내 주행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나, 의외로 체어맨 W 5.0의 최대토크 발생지점은 4,000rpm(45kg·m/4,000rpm)으로 그리 낮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체어맨 W 5.0과 같은 엔진인 벤츠 W220 S500의 오리지널 제원은 좀 다릅니다. 오리지널 제원(벤츠 W220 S500의 제원)은 최대토크 발생지점이 2,625rpm으로, SOHC 엔진답게 자연흡기 방식 엔진으로서는 상당히 저회전에서 최대토크를 찍는 세팅이었습니다. 위와 같이 체어맨 W 5.0의 최대토크 발생지점이 오리지널 제원과 다르게 된 것은 쌍용이 매핑하는 과정에서 제원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체어맨 W의 제원을 기준으로 보면 최대토크 발생지점과 최고출력 발생지점의 간격이 1,600rpm으로 K9보다 근소하게 넓고, 오리지널 제원을 전제로 보면 최대토크 발생지점과 최고출력 발생지점의 간격이 2,975rpm으로 역시 K9에 비해 넓은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기아 1.8 T8D 엔진에 엘란 흡기캠과 신형 써지탱크를 적용하여 토크밴드를 고회전대로 이동시켜 본 적이 있는데, 순정캠(듀레이션 232도)의 최대토크 발생지점은 4,200rpm, 엘란 흡기캠(듀레이션 256도) + 신형 써지탱크의 최대토크 발생지점은 K9 5.0과 같이 5,000rpm이었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이 세팅한 T8D 엔진의 최고출력 발생지점은 다이노 그래프상 마지막 알피엠인 6,700rpm이었습니다(순정캠은 5,500rpm). 즉, 퓨얼컷까지 출력곡선이 꺾이지 않고 계속 상승한 것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K9 5.0은 수치상 최고출력이 퓨얼컷까지 뻗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퓨얼컷은 6,500rpm, 최고출력 토출지점은 6,000rpm). T8D의 토크밴드를 고회전대로 이동한 이후 저회전 토크가 약해지고 심지어 3,000에서 4,000rpm 사이에서는 토크가 함몰되기도 했지만, 차 중량이 경량(1,095KG)이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는 않았습니다. 반면 K9 5.0은 2톤이 넘는 무거운 중량이어서 초반 토크 부족은 답답해질 수 있지만, 배기량에 따른 기본 토크가 받쳐 주기 때문인지 실주행시 답답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대토크가 5,000rpm에서 발생한다 하더라도 토크 그래프의 기울기는 완만할 수도, 가파를 수도 있기 때문에 5,000rpm 이하에서의 토크 수치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다이노 그래프를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대로 테스트하지는 못했지만, 시내 주행에서 교통 흐름에 따르는 주행을 하는 데 있어 답답하다거나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재빨리 고단으로 쉬프트업하면서 1,000rpm으로 항속 주행하는 세팅이었고, 스포트 모드에서는 2,000rpm을 물고 가는 세팅인 것 같습니다.
알피엠을 높이면 3,000rpm 부근에서 힘이 한번 솟구치고, 4,000rpm 부근에서 다시 한번 힘이 솟구치는데, 4,000rpm 이후에는 맹렬하게 가속되며 이 때 V8 사운드가 실내로 들려 옵니다.
결론적으로 힘이 좋은지에 대한 기준은 상대적인 것이지만, 제 기준에서는 ‘가속하고자 마음 먹었을 때’ 힘부족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시내 주행 빈도가 많고 고회전형 엔진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국내 시장 특성상 5.0 엔진의 저회전 토크를 강조하는 세팅으로 변경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으나, 이렇게 세팅할 경우 5.0 엔진에 터보를 장착하지 않는 한 제원상의 최고출력 수치가 줄어 들 우려가 있고, 저회전 토크를 강조한 세팅은 3.3 터보가 이미 제공하고 있으니 현재의 고회전형 세팅을 유지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편 THE K9 5.0의 타우 엔진은 직분사(GDI) 방식인데, 5.0 타우 엔진 간접·다중분사(MPI) 방식 버전의 경우 400ps/6,400rpm, 51.3kg·m/3,500rpm으로, BMW E39 M5와 거의 유사한 수치를 보여 주며, 중회전대에서 최대토크가 발생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팅으로 회귀할 경우 3.3 터보와 최고출력 수치에서의 차별성이 약화되므로, 5.0의 권위와 수치상의 상징성을 위해 현재 세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6. 승차감[K9(메탈 스프링) vs 뉴체어맨(에어 서스) vs E39 M5(코일 오버)]
K9 5.0은 메탈 스프링, 뉴체어맨은 에어 서스, 제 E39 M5는 코일 오버입니다. 승차감은 체어맨, K9 순으로 좋고 코일 오버 세팅인 M5는 매우 안 좋습니다.
K9의 시내 승차감이나 고속 안정감은 좋은 편입니다. 한계상황에서의 거동은 테스트해 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승차감만 놓고 보면 메탈 스프링 구성에서 이보다 더 좋게 만드는 것은 소재의 한계상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에어 서스와 비교하면, 잔진동을 흡수하는 데다 차고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에어 서스에 비해 잔진동이 약간 느껴지고 평형성이 떨어지는데, 이는 소재의 한계라고 생각됩니다.
올린즈, 테인 등 코일 오버 중에도 승차감이 좋은 메이커가 있긴 하지만, 소재에 따른 대체적인 한계는 정해져 있다고 생각됩니다. 안락함 뿐 아니라 장거리 주행시 피로감이 적다는 의미에서의 ‘승차감’만큼은 에어 서스가 좋다고 생각되는데, (에어 서스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뉴체어맨 에어 서스의 경우 서울과 부산을 하루만에 왕복해도 전혀 피로감이 없었습니다. 이것은 메탈 스프링 구성인 벤츠 W204 C200K, W212 E220 CDI, W213 E300, BMW 320D, 520D, 아우디 A6, 렉서스 ES350, 혼다 어코드, 벤츠 GLE, 포르쉐 마칸과 비교해서 확실히 그렇습니다.
과거 공공기관의 기관장 차량은 체어맨 일색이었는데, 체어맨이 단종된 이후 그 자리를 K9이 물려받은 것을 많이 목격하였습니다. 이는 EQ900, G80과의 서열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런 수요를 제외하고 보면 K9은 EQ900만큼 국산 최정상 차량이라는 독보적인 상징성은 없기 때문에 ‘메이커에서 만들어 주는 대로 타야 하는 차량’은 아니고, 소비자의 비교와 선택을 거쳐야 하는 차입니다. 따라서 선택의 폭을 넓히는 차원에서 에어 서스 옵션을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유지비용이 많이 드는 에어 서스가 그만한 값어치를 하느냐고 묻는다면 개인적으로는 ‘확실히 그렇다’고 대답하겠습니다.
7. 편의사양
항상 편의사양에서는 현기차가 강세를 보여 왔고, K9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IT 기반 옵션은 최강이라고 생각되며, 시간상 자세히 살펴 보지는 않았지만, 이는 자세히 볼 필요도 없이 외산차에 비해 압승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독일차는 기계공학, 국산차는 전기·전자공학에서 앞선다고 보는데, 전자장치 중 자세제어 장치 등은 좀 다를 수 있지만, IT 기반 전자 기술은 국산차의 압승이라고 봅니다.
내비게이션도 훌륭하고, 사이드미러 뷰를 계기판 클러스터에서 보여 주는 기능도 훌륭했습니다.
다만 뒷좌석의 사이드 선쉐이드는 전동식으로 개선되었으면 합니다.
8. 쾌적한 장거리 이동수단으로서의 능력
개인적으로 FR 가솔린 대형차의 존재이유는 쾌적한 장거리 이동수단으로서의 능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뉴체어맨(FR 가솔린 대형차)과 C클래스(FR 가솔린 소형차), E클래스(FR 가솔린 중형차), 3시리즈(FR 디젤·가솔린 소형차), 5시리즈(FR 디젤 중형차), A6(FF·콰트로 가솔린·디젤 중형차), 렉서스 ES350(FF 가솔린 중형차), 혼다 어코드(FF 가솔린 중형차)를 비교해 본 결과로서 확고한 생각입니다. 장거리 이동시 연비 측면에서는 디젤 소형 차량이 우세하겠지만, 쾌적성과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동시 피로감을 주지 않는 능력에서는 FR 가솔린 대형차가 압도적으로 우세합니다.
과거 탑기어 코리아에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비행기, KTX, 아우디 R8로 각기 이동하는 실험을 한 바 있는데, 이동하는데 걸린 시간은 차치하고, 아우디 R8을 몰고 간 드라이버는 얼굴에 피곤함이 역력하였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경험상 스포츠카가 아닌, 에어 서스를 갖추고 밸런스가 좋은 FR 대형 세단으로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KTX로 이동하는 것보다 더 피로감이 적었습니다. 우선 시트가 압도적으로 KTX의 것(특실 포함)보다 편하고, 에어 서스의 경우 승차감도 더 좋았습니다(에어 서스를 갖춘 우등 고속버스는 승차감이 뉴체어맨 에어 서스와 비등했습니다). 또한 대형 세단은 도어 투 도어가 가능한 특성상 기차역까지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하는 KTX보다 편하며, 해당 역의 열차 배차간격이 넓은 경우나 목적지에서 돌아오는 시각을 예상할 수 없어 미리 왕복표를 예매하지 못하는 경우 등에는 소요 시간에 있어서도 KTX와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형 세단의 경우 이동시간이 출퇴근 시간대와 겹칠 경우 고속도로의 교통정체가 단점입니다.
시간상 K9의 장거리 이동수단으로서의 능력은 검증하지 못했지만, E클래스, 5시리즈, A6에 비해 공간의 우위와 차 중량에 따른 쾌적성은 족히 예상됩니다.
9. 바라는 점
현기차는 일본차를 벤치마킹하던 시절을 지나 독일차를 벤치마킹하는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BMW M의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영입하였고, 이 때문인지 최근의 현기차 사이드 프로포션은 BMW의 그것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모터 스포츠에서도 선전하고 있고, 차량 개발시 뉘르부르크링에서 테스트를 하는 등 주행안정성과 고속주행능력에 주력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독일차가 고속주행능력이 좋은 이유는 속도 무제한에 철저하게 1차로를 추월차선으로 이용하는 아우토반의 존재와 실제로 장거리 이동시 아우토반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피드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산차의 고속주행능력이 더욱 향상되기 위해서는 고속도로 제한속도의 상향 조정과 1차로 이용 룰의 정착이 선결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가장 큰 시장인 북미시장을 생각한다면 이 부분은 제일 중요한 문제는 아닐 수 있습니다.
IT·전자 기반 옵션은 앞으로도 강세를 이어 나갈 것으로 생각되며, 이 부분은 계속해서 강점으로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에어 서스 옵션을 둘 것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가 바라는 점입니다.
Ps.
1. 사이드 프로포션
짧은 프런트 오버행과 긴 휠베이스가 BMW의 사이드 프로포션과 유사합니다.
프런트 오버행은 노란색 화살표부분을 뜻하지만, 시각적으로는 빨간색 화살표 부분의 길이에 따라 느낌이 좌우되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미드쉽(페라리)이나 리어 엔진(포르쉐) 차량과 같이 앞 부분이 너무 가벼워서 프런트의 다운포스가 필요한 차량들의 경우에는 쐐기형의 긴 노즈를 갖게 되어 별개의 이야기이지만, 프런트 엔진 차량의 경우에는 회두성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라 언제나 유심히 보게 됩니다.
'빨간색 화살표 부분이 짧은 차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차량은 역시 E46 M3이고, S2000도 떠오릅니다.
그런데 S2000은 긴 본넷에 길이가 짧은 직렬 4기통 엔진을 품은 프런트 미드쉽이긴 하지만, 빨간색 화살표 부분만 보자면, 시각적으로 오버행이 짧아 보이는 이유는 프런트 범퍼의 모서리가 뒤로 후퇴한 형상인 덕이 큽니다.
이는 K9도 마찬가지인데, 정확한 각도에서 보지 않으면 바로 아래 사진의 빨간색 화살표 부분만큼 오버행이 짧아 보이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2. 엔진 레이아웃
엔진커버 때문에 엔진 블록이 잘 보이지 않지만, 대략적으로 엔진 블록의 앞 끝선(빨간색 선)이 프런트 타이어의 앞 끝선(파란색선)보다 안쪽에 있습니다. 사진상으로는 안쪽으로 많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나왔는데, 실제로는 저 정도는 아닙니다.
3. V8
듀얼 흡기를 가진 세로 배치 V8입니다.
세로 배치 V형 엔진은 엔진이 정가운데에 위치해 있고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어 심미적 기준으로 봤을 때 뛰어납니
다.
완벽한 좌우대칭을 이루려면 흡기도 듀얼이어야만 합니다.
가로 배치 V6임에도 세로 배치 V6인 것처럼 엔진 커버 디자인을 하거나, 직렬 4기통임에도 V4인 것처럼 엔진 커버
디자인을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눈에 거슬립니다. '실재'와 '외관'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K9 V6 3.3T와 3.8은 엔진 커버가 운전석쪽으로 쏠려 있는데, 이런 것도 개인적으로는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엔진이 정가운데에 위치해 있음에도 엔진 커버 때문에 운전석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개인 취향상 인테리어 디자인보다도 이런 부분에 민감합니다.
4. 밸런스(전후 무게 배분)
위와 같은 사이드 프로포션과 엔진 레이아웃의 결과 K9 5.0의 전후 무게비율은 52.X : 47.X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39 M5는 전후 무게배분을 맞추기 위해 머플러를 무겁게 설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순정 머플러 차량의 전후 무게배분은 확인하지 못했고, 튜닝 배기 차량의 경우 프런트 축중량이 리어 축중량보다 100kg이나 더 무거운 것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프런트가 100kg이나 더 무거운 상태에서의 전후 무게비율은 계산상 52.X : 47.X이었습니다. 참고로 순정 배기 차량의 공차중량은 대략 1,800kg이고, 튜닝 배기 차량의 공차 중량은 1,700kg 초반대였습니다.
뉴체어맨 3.6의 경우 전후 무게비율이 50.X : 49.X입니다. 길이가 긴 직렬 6기통 엔진을 장착하고 있고 프런트 오버행이 아주 짧은 편이 아닌데도 의외로 무게비율이 훌륭한데, 외관상 특징으로 추정컨대 리어 오버행이 매우 긴 것이 원인이지 않나 싶습니다.
FF차량의 경우에는 파워트레인이 전륜에 집중되어 있는 구조상의 이유와 구동륜인 전륜에 적정한 하중이 실려야 할 필요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무게비율이 통상 6 : 4 정도인데, 세피아 1.8의 경우 차체에 비해 배기량이 약간 큰 탓인지 60.9 : 39.1이었습니다. 참고로 투스카니 2.0은 60 : 40, 2.7리터인 투스카니 엘리사는 63 : 37로 알고 있습니다.
5. 53kg·m/5,000rpm
K9 5.0은 5,000rpm에서 최대토크가 토출되는데, 이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머스탱 GT350R보다도 높은 알피엠에서 최대토크가 토출되는 세팅입니다. 타우 엔진 MPI 버전의 최대토크 토출지점(3,500rpm)과 최고출력(400ps), 3.3 터보의 최고출력(370ps)에 견주어 보면, 결국 K9 5.0 GDI는 최고출력 수치에 있어 하위트림인 3.3 터보와 차별화하기 위해 토크밴드를 후반부로 이동시킨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출력은 결국 토크 X 회전수이므로, 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급으로 토크 수치를 높이거나 하이캠으로 회전수를 높이면 되는데, 원래 3,500rpm이던 토크밴드를 5,000rpm으로 이동시킴으로서 최고출력 수치를 높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여 향상된 최고출력 수치는 제원표에 나와 있듯이 25ps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추론은 개인적으로 세피아 1.8의 토크밴드를 후반부로 이동시킴으로써 최고출력 수치를 올려 본 경험에 근거한 것입니다.
위 그래프는 세피아 1.8 T8D 엔진 순정캠 사양의 다이나모 그래프입니다.
제원과 동일하게 4,200rpm에서 최대토크가 토출되고, 최고출력은 5,500rpm에서 토출됩니다.
최고출력(휠마력)은 112ps.
위 그래프는 세피아 1.8 T8D 엔진 엘란캠 + 신형 써지탱크 사양의 다이나모 그래프입니다.
5,000rpm에서 최대토크가 토출되고, 최고출력은 6,700rpm에서 토출됩니다.
최고출력(휠마력)은 122ps. 동력손실율로 추정되는 대략적인 엔진마력은 144ps.
두 그래프의 토크곡선을 비교해 보면 엘란캠 세팅시 토크밴드가 고회전대로 이동한 것을 알 수 있고, 이에 따라 최고
출력이 10마력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10마력은 단순히 최고수치의 차이인 것이고, 퓨얼컷 지점인 6,700
rpm에서의 출력 차이는 17ps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고회전으로 갈수록 엘란캠 + 신형 써지탱크 세팅이 유리하
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론상 최고속도에 있어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주행에서 17마력 정도의 증가
만으로는 최고속도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5,500rpm 이후 퓨얼컷까지 출력이 계속 상승하는지 아니면
꺾이는지는 충분히 느껴졌고, 이는 감성적으로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K9 5.0도 토크밴드를 고회전대로 이동시킴으로써 MPI 버전에 비해 결과적으로 25ps 증가한 결과를 얻은 셈인데, 이
로 인해 3.3 터보와 스펙에 있어 차별성은 얻었겠지만, 400마력대 엔진에서 25마력의 증가로 인해 눈에 띄는 파워 증
가를 체감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K9 5.0이 머스탱 GT350R보다도 높은 회전수에서 최대토크를 토출하는 세팅이므로, 만일 회전수를 8,000rpm까
지 쓴다면 약 100마력 정도의 출력 증가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 문제는 레브 리밋을 푸는 것으로 끝나는 간단
한 문제가 아니고, 상승된 피스톤 왕복 속도를 견디는 하드웨어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문제이므로 가능할지는 미지수
라 하겠습니다.
또한 애초에 그런 초고회전 엔진은 무거운 대형 세단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E39 M5를 'proper V8 NA', E60 M5를 'insane V10 NA'라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문제는 기통수가 아니라 회전수입니다.
E60 M5처럼 무거운 세단에 저회전 토크를 희생하고 고회전대로 토크밴드를 이동시킨 엔진을 탑재하는 것은 그것이
'M'이기 때문에 용납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타우 GDI는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8,000rpm을 돌리고 좀 가벼운 차에 얹는다면 또다른 매력을 뿜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북미시장에 진출한 일본산 럭셔리 디비젼 최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