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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취미에 심취해지다보면 이것저것 잡동사니들이 참으로 많이 늘어납니다.
늘 보관과 이동의 문제는 결코 작지 않고 또한 늘 와이프의 잔소리+제대로 보관하지 않으면 상하는 경우가 많아 정말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제 RS3에 장착되어 있던 빅터빈은 550마력을 대응하는데 현재는 순정 터보를 장착하고 있어 안그래도 집 아파트 창고에 있던 것을 어머니집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아이들과 터보차져에 대해 공부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터보차져는 배기가스에 의해 구동되는 터빈과 흡기쪽 공기를 압축하는 컴프레셔가 축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분당 회전수 10만 rpm으로 도는 특성상 고정밀을 요하면서 1000도의 배기가스 온도를 견뎌야하기 때문에 엄청난 내구성을 갖춰야 합니다.
배기매니폴드와 일체형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설명이 쉬웠습니다.
유튜브로 밤낮 보아봤자 매니폴드와 터보차져를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매니폴드 내부입구쪽에 포팅이 되어 있는 것을 설명도 해주고 했는데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자동차 부품뿐 아니라 중고 타이어를 굴리면서 놀던 경험이 많아 터보는 한참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터보차져의 상태를 확인하는 방법중 터빈 중심 축을 잡고 회전시켜보는 것으론 완전히 상태를 알기 어렵습니다.
축을 손으로 힘을 살짝 주어 유격감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데 상태가 좋은 터빈인 경우 이 유격감이 너무 헐겁거나 하지 않아야 합니다. 적당한 저항감은 많이 만져보지 않으면 터득이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 느낌은 수도없이 터빈을 직접 만져봐야 알 수 있는데, 이 유격감을 아이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매주 일요일 어머니 댁에서 동생네 식구들과 모이는데, 이제 중학생이 된 팀테드 주니어의 준이 탁이 성이도 여느 중학생처럼 핸드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깁니다.
그래서 만든 원칙이 온식구가 모였을 때는 핸드폰 압수, 그리고 수십년째 모으고 있는 자동차 잡지를 보게했는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아주 좋아합니다.
이번주에는 제가 소장하고 있는 여러가지 아끼는 물건들중에서 독일 Essen 모터쇼에서 정말 귀하게 구한 제가 소장하고 있는 차량의 오리지널 카타로그를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너무 어릴 때는 이런 것들을 보여주기 어려웠던 것이 조심히 다루지 않으면 구겨지는데 그런 상황은 도저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기에 중학생이 되면 보여줘야겠다 생각했던 것을 며칠 전 실천한 것이지요.
E34 M5가 데뷔한 1989년도에 나온 카타로그와 1994년도에 나온 RS2의 오리지널 카다로그인데 아마 지금은 이런 완벽한 컨디션의 카다로그는 구하지 못할 것입니다.
요즘은 이런 카다로그가 큰 의미가 없어진 것이 모바일로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음과 동시에 바로 원하는 차량의 영상까지 유투브로 볼 수 있으니 이런 아나로그적인 방식에 투자가 사라진 요즘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없던 시절부터 차를 좋아했던 제 어린시절 기억을 더듬어 보면 카다로그를 몇십번이고 보는 것이 얼마나 설레이고 가슴벅찬 일인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카다로그에 담긴 사진 다 합쳐서 겨우 몇십장이라면 휴대폰으로 드래그해서 수백장의 사진을 골라보는 요즘의 세대들이 도저히 답답하고 단순하기 짝이 없게 느낄 수 있습니다만 그래도 카다로그를 통해 보는 차들은 정말 멋집니다.
초대 RS4인 B5때와 C5 RS6는 이런 두꺼운 재질의 카다로그로 만들어졌는데, 이런 카다로그는 정말 차를 살 것 같은 사람들에게만 주던 그런 귀한 물건입니다.
90년대 초반이면 디지털 카메라도 없던 시절입니다.
그때 이런 작품급 사진을 찍기 위해서 투입되었던 필름과 조명기술등을 생각하면 요즘의 포토샾으로 뭐든 만들어내는 시대와는 다른 정말 깊이 있는 역사의 순간에 누군가의 땀방울이 있었을 것입니다.
RS2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차입니다.
이 차를 아이들이 기억도 못하던 어릴 때 타던것과 4,5,6학년 때 그리고 중학생이 되어서 타면서 좀 더 깊이 있는 질문과 피드백을 아빠에게 전해줍니다.
나이가 들고 경험치가 늘어나면 느끼는 것도 더 깊어지고 구체화되기 때문이지요.
더불어 느낌을 말로 표현하는 표현력이 늘어나니 질문도 구체적이 됩니다.
B5 RS4 카다로그는 두껍고 내용이 많고 사진들도 RS2때보다 뭔가 발전한 느낌입니다.
순정 레카로시트와 V6 2.7트윈터보 엔진, 풀타임 4륜구동, 이미 아이들이 수도없이 타봤으니 카다로그를 통해 보는 차와 자신들 몸에 세겨진 메모리들이 적당히 믹스되는 그런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부모님 모시고 다니기 위한 목적으로 7인승 미니밴이 한대 있는데, 그 차를 사면 5식구인 저희집 구성상 식구들이 그차만 탈 것 같다는 약간의 걱정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면 뒷좌석 가운데 좌석에 서로 앉기 싫어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니 당연히 그런 마찰없는 미니밴을 선호할 것이라는 예상은 당연한 것이지요.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아이들이 미니밴을 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비좁아도 RS4나 RS6혹은 M5를 태워달라고 합니다. 물론 딸은 약간 쌍둥이 아들들에 비해 생각이 다르긴 하지만 그렇다고 미니밴을 타자고 조르는 정도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경험하지 않으면 추구하고자하는 마음이나 동기도 쉽게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것은 타보는 것이고, 그 여건이 되지 않으면 타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삶의 전환기적 순간이 셀 수 없이 많이 다가오지만 자동차라는 취미에 깊이 심취하지 않아도 어떤 느낌일까? 이 궁금증에서 시작하여 어떤 차를 선택한 후 차에 대한 관념이 완전히 바뀌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봅니다.
편한 것만 찾기에 적당한 나이라는 건 없습니다.
나이가 들면 편한차만 탄다? 이런말을 자칭 카매니어들 입에서 듣는 건 때론 고통 스럽습니다.
시대가 급변해도 없어지지 않는 가치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없어지지 않는 가치가 더욱 더 돋보이는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저 자신의 취미와 열정을 아이들과 공유할 수 있음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가치는 저의 세대에서 최선을 다해 지키려고 하겠고, 우리 아이들이 더 크게 만들어줄 것을 기대합니다.
장래에 무슨일을 할지는 아직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 아이들은 증인으로서 뭐가 더 가치있는지를 우리아이들보다 어린세대에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허상과 실제의 사이에서 아이들이 만져보겠다는 의지, 타보고 싶다는 의지, 뭐가 더 중요한지를 판단하는 능력, 그것을 스스로 찾아나가길 바랄 뿐입니다.
이런 가치가 차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죠, 음식, 여행, 운동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요즘입니다.
그리고 그 자동차에는 엔진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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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청계천에 있던 세운상가라고 요즘 개념으로는 전자상가인데, 거기 있는 전자부품들 잘 조합하면 인공위성 쏘아올릴 수 있다는 농담을 하곤 했었습니다.
친구들이 저희 어머니집 차고를 보고 잘하면 F1머신 한대 만들 수 있겠다는 말들을 하는데, 얼마전까지도 RS6의 4.2트윈터보 엔진과 변속기가 있었고, 하체 전후륜 액슬이 있었으니 기본적으로 차의 가장 중요한 골격은 갖출 수 있었던 것이지요.
독일 에센 모터쇼는 튜닝모터쇼이지만 제가 가장 재미있게 보는 곳은 빈티지 모델들의 부품을 파는 곳과 옛날 잡지나 서적을 파는 곳인데, 보통 이 관은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은데 하루종일 놀 수 있을정도로 제 기준으로는 볼거리가 많습니다.
중고 의류나 티셔츠도 파는데, 재미있는 것은 공냉식 비틀의 스테인리스 휠캡이나 공냉 엔진용 웨버 트윈캬브레타 같은 것들도 이곳에서 살 수 있습니다.
반대편 전시장에서는 960마력 브라부스 로켓 모델들이 전시되어 있고, 이쪽에선 60마력짜리 공냉식 부품을 팔고 있으니 정말 극과극의 카 월드이지요. 그래서 에센이 재미있고, 매년가면 항상 같은 사람들을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저런 카탈록이 모르는 사람에게는 별 가치 없을지 모르나,
이제 다시는 구할 수 없다는 희귀함은 물론, 그야말로 역사의 한페이지
아닐까 싶군요
그나저나 자제분들이 참 늠름하게 커가고 있군요~~
제 두돌된 아들도 장난감 자동차의 엔진룸을 만지면서 "엔~딘 엔~진" 하고 말하는데 전동화로 급변하는 시대를 저 아기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혼자 생각하곤 합니다.
저는 전기차를 더 선호하지만, 내연기관의 가치는 세월이 더 흘렀을 때
환경 측면까지 포함하여 그 가치가 재조명 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정밀하게 만들어진 기계는 직접 보고 만지며 느끼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 직접 실현해 보이려는 노력과 좌절을 거듭하던 과정에서,
어린 시절 아빠가 주신 부품을 만져보았을 때의 기억이 열쇠가 될 듯 합니다.
성인이 된 후에 경험한 것과 그 전에 경험한 것은 심어지는 깊이가 꽤 다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