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총 주행거리 2만 5천km

연 평균 약 1만 5천km를 주행하는 것 같다.

 

IMG_7992.jpg

 

 

유난히 차에 대한 애착이 심한 편이지만,

독특한 디자인에 유난히 튀는 빨간색인 덕분에 주변 사람들에게 각인이 더 빨리 되어버린다.

 

 

출고 첫 날의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다짐은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을 두 번 지내고 나면서 슬슬 귀찮아졌지만

다시금 날이 따뜻해지고 햇빛이 내리쬐면 마치 광합성을 필요로 하는 식물처럼,

아니 동물적인 본능이, 그 의지가 되살아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IMG_4409.jpg

 

하지만 아무리 관리를 잘 한다 하여도 내 의지와는 달리 저 상태 그대로 유지는 쉽지 않다.

외부에서 직사광선을 계속 받는 차량의 특성과, 상대적으로 변색의 정도가 심한 빨간색은

무척이나 심할 정도의 관리를 요구한다.

 

 

차를 처음 샀을 때 작은 트렁크 공간은 그렇다쳐도

없어도 뭐가 너무 없는 모습이 조금 아쉬워서 여기저기 뒤져보다가

트렁크 격벽에 장착할 수 있는 그물망을 발견했다.

(순정 부품 목록에 있지만 차량 구입 시에는 옵션에 없는.. 뭔가 이상하다)

 

IMG_4608.jpg

 

그런거 없다는 자동차 판매상의 말에 부품번호를 들이밀며 주문을 했다.

"이런 게 있었구나" 라는 그의 말이 아직도 머릿속에 맴돈다.

 

IMG_4610.jpg

 

잘못해서 차체에 구멍을 낼까 싶어 내장재를 조심스럽게 들어내고

수정액으로 볼트가 들어갈 자리를 점 찍은 다음 어렵사리 양쪽에 장착했다.

정말 별 것 아닌 부품(구입시 옵션에도 없는 순정 부품)을 10여 만원 가까이 주고 부착했지만

막상 달아놓고 보니 거의 쓸모가 없었다. (일회용 장갑 몇 개와 가글 한 통 넣어다닌다)

 

 

 

독일은 앞좌석에 썬팅이 금지되어 있지만

뒷유리에 썬팅을 할 경우 야간 주차시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어려움이 있고

워낙에 일처리가 늦은 독일인들에게 작업을 맡겼다가 얼추 일주일은 걸릴 것 같아서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구입시 옵션에 색상이 들어간 뒷유리를 선택할 수 있었으나 '필요가 있을까?'싶어서 넣지 않은 것을 후회했었다.

그다지 흔한 차량이 아니라 주차시에 보행자들이 차량 내부를 너무 관심있게 지켜보기에 불안했기 때문이다.

카메라 때문에 가방과 장비를 넣어놓거나 학과 작업에 필요한 공구(bosch) 제품들이 좀 비싼 편이라 마음에 걸렸다.

 

IMG_4904.jpg

 

목마른 자가 삽을 들고 땅을 파면 물이 샘솟나니..

대안책이 있었다. 차량마다 크기에 맞게 그물망으로 된 제품이 있었다.

2 - 4개의 클립으로 고정시키는 방식인데 장착도 손쉬웠지만 가격이 왠만한 썬팅 시공가격과 비례했다.

하지만 언젠가 이 차를 팔게 되었을 때, 인수자가 썬팅을 원하지 않는다면 바로 탈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단점이 있다면.. 뒷좌석에 사람이 탔을 때 시야의 답답함을 호소하다가

"어? 이거 빠지네?" 라며 물어보지도 않고 몇 번 탈거했던 적이 있었다.

몇 번 떼었다 붙였다 했던 이유인지 달달달~거리는 잡소리가 거슬린다.

 

IMG_4910.jpg

 

내부에서 봤을 때 마무리도 깔끔하고 시야 확보에도 적절했다.

우려했던 야간 주차시 후방 시야도 잘 확보가 되었지만, 뒤따라 오는 차의 번호판 정도는 룸미러로 보이지 않는다.

(촘촘한 그물망 때문에 그런 것 같다)

 

 

1년 전부터 요철이 있는 골목길을 저속으로 달릴 때나, 둔턱이 있는 곳을 20km/h 미만으로 90도 회전하면

'찌그덩'하면서 뭔가 쇳덩이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서 한참을 고민했었다.

정비 담당자도 도대체 뭔지 모른다 했고, 결국에 독일 내에 있는 피아트 500 커뮤니티를 뒤지기 시작했다.

한국처럼 크게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편이라 저마다 의견이 달랐지만 그 중에 신빙성이 있는 내용을 참조해서

정비소에 입고를 시켰다. 물론 보증수리로 처리했다.

 

 

koppelstange-10094.jpg

화살표로 표시된 부분인데 정확한 명칭을 알 수 없었다.

독일에서는 자동차 부품명을 영어식이 아닌, 자기네 언어로 바꿔버리기 때문에 이럴 때마다 곤혹스럽다.

예를 들어 스티어링 휠의 독일어를 한국어로 직역하면 '(방향을)돌리는 바퀴'라는 식이기 때문이다. 영어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래서 독일에 처음 왔을 때 상점에서 면봉을 찾다가 '면+봉' 이라는 단어로 말했던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koppelstange[코펠슈탕에] 라는 저 부품을 교환하면서 뒷 차축에 있던 스태빌라이져 역시 교환해주었다.

그래서인지 코너를 돌아나갈 때 뒷부분이 많이 밀려나가서 불안하던 예전과 달리 많이 안정적으로 변했다.

 

 

IMG_6582.jpg

 

끝없이 내리는 눈 속에서도 오백이는 잘 달려주고 멈춰주었다.

스노우 타이어가 의무화되지 않았어도 그것에 개의치않고 아마 장착했을 것이다.

카메라 렌즈를 구입하려고 저축해두었던 비용이 고스란히 바퀴 네 짝으로 들어갔지만

그로인해 아직도 생명을 유지하고 있으니 감사할 뿐..

 

 

눈 때문에, 추운 날씨 때문에, 도로에 남아있는 염화 칼슘 때문에 세차를 미루고 미루다가..

영상으로 기온이 쑤욱~ 올라가기만을 기다렸다. 하부 세차 때문에라도 자동 세차기에 넣어야했다.

 

IMG_7979.jpg

 

며칠 전에 다친 손 때문에 직접 세차하는 것은 무리수가 많았고,

미리 셀프 세차장에서 고압으로 물을 뿌려 오물을 제거해 준 후에 터널식 자동 세차기에 들어갔다.

차체를 닦아내는 소리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IMG_6964.jpg

 

물론 세차 후에 왁스칠은 내게 필수 사항이다.

항상 왁스칠을 한 직후에 비가 오는 이상한 징크스가 있긴 하지만 ㅡ,.ㅡa

혹자는 기우제라고 했다

 

IMG_8001.jpg

 

하절기에 차량 트렁크에 싣고 다니는 관리 용품들..

고무 패킹 보호제부터 타이어 광택제까지.. 하나하나 욕심부리다보니 왠만한 물품들은 종류별로 갖추게 된 것 같다.

액상으로 된 제품들이라 겨울에는 집에 보관해놓는데, 차에 저걸 싣고 다니면 트렁크 공간의 1/3 정도를 차지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것이 내 차에 누군가가 타는 것, 그리고 내가 차 안에서 그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다.

애인이나 가족은 뭘 해도 상관없지만 그 외의 사람들이 차를 타면 여기저기 흠집을 내놓기 마련.

더러운 차의 손잡이를 잡는 것은 끔찍이도 싫어하면서, 정작 새 것 같이 깨끗한 내 차에 올라탈 때에는

발에 묻은 흙과 각종 오물을 비비며 닦아내는 모습에 기절할 뻔 했기 때문이다.

내 것이 소중하면 남의 것도 소중하다는 걸 일상생활에 적용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싫은거다.

 

그리고 군대시절부터 차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은 '내가 당신을 모십니다'라는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하염없이 누군가를 차에서 기다리는 게 정말로 싫어졌다. 물론 애인이나 가족은 여기서도 해당사항이 없다.

독일에서 의전행사 운전을 하다보면 기약없이 기다리기도 하지만 일당으로 받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무마가 된다.

그렇게 멍~하니 기다리고 있노라면 '내가 네 기사냐? 나 비싼 돈 받고 운전하는 사람이야'라는

이상한 오기와 반발감이 부글부글 끓는다.

 

"어차피 가는 길에 같이 가자"고 했으면 기름값이라도 좀 쥐어주면 참 고마운데, 그런 사람 하나 없고..

그 사람 기다리면서 나는 쓸데없는 공회전을 하면서 언제 나오려나 기다리고 있고 (더욱이 올 겨울에 기름값이 꽤 올랐다)

약속시간보다 먼저 도착하는 내 습관도 깨져버리기 때문이다 (출발부터 기분 나쁘고 더 급하게 운전하게 된다).

 

더욱이 생각지도 않았던 큰 짐을 가지고 나와서 말도 없이 내 차의 트렁크를 열어버리면 서로 어처구니가 없다.

차주인 나로써는 당연히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고, 짐을 갖고 나온 그 사람은 내 차량 관리 용품 때문에

트렁크 여유 공간이 부족한 것에 어이가 없어한다.

 

아무튼.. ㅋ

 

IMG_8002.jpg

 

평상시에 차체 왁스칠은 저 세가지 용품으로 한다.

빨간색 스프레이는 써있는 그대로 급할 때 슥~슥~ 뿌려놓고 얼른 닦는다. 극세사 천은 당연히 여러 장 구비되어 있다.

 

중간에 있는 1번 젤 타입은 광택 효과인데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럽다.

광택 효과는 말할 것도 없고 검은색 플라스틱에 왁스가 닿아도 나중에 하얗게 뜨지 않는다.

 

오른 쪽에 있는 2번은 광택+연마의 기능이 있는 제품인데 1-2달에 한 번 정도 발라준다.

아무리 왁스를 얇게 잘 펴서 발라도 여기저기 미세한 흠집들을 잘 커버해주는 편이다.

단점이 있다면 플라스틱에 묻으면 하얗게 자국에 남는다는 점..

그래서 봄이 오면 차량 외부의 검은색 플라스틱 부분은 미리 구매해놓은 제품으로 칠할 예정이다.

 

IMG_7989.jpg

 

얼마 전에 새로운 아이템을 발견해서 곧장 구입해보았다.

빨간색 부분이 손잡이인데 흡사 보형물(?)을 만지는 듯한 촉감이지만

박스에 있는 것처럼 왁스칠이 손쉬워졌다. 다만 기존에 쓰던 스폰지보다는 구석구석 닦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IMG_7985_00.jpg

 

이번 겨우내 지저분하기만 했던 차였는데 막상 닦아놓고 보니 어찌나 뿌듯하던지..

학교 본관(이라고 해봤자 작은 건물) 앞에 서 있는 다른 차들의 칙칙한 모습과 너무 대조된다.

이러다보니 한국 이름을 잘 발음하지 못하는 서양애들은 '빨간색 500 타는 애'라고 나를 부른다고 전해들었다.

 

 

 

차 주인이 한국에서 한 달 가량 쉬고 돌아오면

본의 아니게 '뉴욕 오백이'가 되어버린 녀석도

보증수리기간이 끝나기 전에 정기점검을 받아야한다.

 

 

Photo010.jpg

 

빨리 이 겨울이 지나고 다시금 봄이 찾아와

여름용 타이어와 반짝이는 알루미늄 휠을 끼우고

그 따뜻한 기운을 만끽하고픈 바람 뿐이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