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 Battle
젠쿱 F/L을 11월 초에 가계약 한 후, 하루를 한 달 처럼 보내며 매일 늦게서야 잠들곤 하던 일이 잦은 요즘이었습니다.
신차발표회 후 계약이 들어가고, 25일부터 출고 시작, 29일에 제 차량이 출고가 된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는 증상이 더해갔죠.
토요일 부산에서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약속을 앞두고 젠쿱 동호회를 훑어보다가 전시차가 나왔다는 사실을 발견,
부산으로 가야할 시각에 (저는 울산에 있고 부산에서 여자친구를 만나곤 하죠) 전시차를 보러 울산 시내로 갔습니다.
완전 반대방향으로.. ㅎ
제가 계약한 2.0 Turbo S, 마그네틱 그레이 외관 + 실내 레드패키지 + 수동 차량이 아닌
3.8 GDi, 수퍼레드 외관 + 블랙패키지 + 오토차량을 보고도 즐거웠지만, 아쉬움만 커져갔습니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어 출근을 했지만, 일은 손에 잡히지도 않았습니다 ㅎㅎ
어떻게 하루가 흘러갔는지 모르게 내일(29일) 출고만 생각하다가, 야근을 하고 9시쯤 퇴근하고 현대차 홈피를 뒤지던 중
부산 동래역 근처에 있는 현대차 매장에 마그네틱 그레이 색상의 젠쿱이 새로 전시됐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어차피 매장 문은 닫았겠지만, 쇼윈도 밖에서라도 직접 보고싶은 마음이 하늘로 치솟았습니다.
'그래, 가자! 어차피 내일은 휴가니까'
이미 시각은 11시가 다 되어갈 무렵이었지만 무작정 밖으로 나갔습니다.
10년이 다 되어가는 XG에 시동을 걸고 부울 고속도로를 달려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동래역 대각선 맞은편의 매장 근처에 차를 세우고 드디어 차를 보러 갔습니다^0^
근데, 이런 젠장할!
홈페이지 오류였는지, 아직 전시를 안한 것인지 아무리 밖에서 보아도 7여대의 차량 중 젠쿱은 없었습니다.
허탈감에 담배를 한 대 피우다 고개를 들어보니 2층에도 매장이 있네요;;
혹시나 싶어 멀찌감치 뒤로 가보니 저 안쪽에 그레이 색상의 젠쿱 궁뎅이가 보입니다. ㅎㅎ 이런 허탈한;;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지만 폰 사진을 찍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며 다시 차를 돌려 집으로 향했습니다.
올 땐 신나서 달려왔지만, 돌아가는 길은 너무나 허탈했습니다.
'아.. 부울에서 같이 달릴 사람 없나..' 하고 생각하던 찰나
해운대 톨게이트에 가기 전 터널에서 룸미러로 비치는 노란 애꾸눈(왼쪽 라이트가 나갔더군요;;)의 카렌스(추정)가
꽤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터널 직후에 80km/h 단속 카메라가 있어 속도를 줄이고 있다가 카메라 지나자마자 3단 풀악셀~!!!!
근데 안따라옵니다-_-a
혼자만의 배틀.. 승!
젠장 ㅠㅠ
톨게이트에서 표를 끊고 설렁설렁 가던 중,
갑자기 하이패스 전용 1차로 뒷쪽에서 밝은 HID 불빛이 보입니다.
그것도 엄청난 가속과 함께!
'오호! 이놈이라면 같이 달릴만 하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다가오는 속도에 맞춰
5단에서 3단 다운 쉬프트와 동시에 풀악셀~ x60에서 4단 변속할 타이밍에 나란히 서게 되었습니다.
옆을 힐끗 보니 그레이 색상의 스포티지R(디젤인지 T-GDi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속으로 봤을 때 디젤 추정)이었습니다.
1차선을 이미 선점당한지라 2차선 앞을 정속으로 달리는 차량을 피해 우측 턴시그널을 넣고
3차선으로 계기판 속도 기준 y10까지 가속! (3차로로 2차로 차량을 추월하면 안되죠;; 죄송합니다)
이후 5단 변속으로 엑셀 옆 바닥에 발이 함께 닿을 정도로 깊게 눌렀지만 더 이상의 가속은 사실..그냥 속도 유지ㅠㅠ
(5단은 엔진의 무리를 방지하기 위해 거들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티지R을 제치고 1차선에 들어가게 됩니다. (사실 좀 들어오게 놔둔 느낌이 강했습니다만)
이쯤되니 스포티지 차주도 마음이 동했는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계속 따라옵니다.
2차로의 차량을 추월하고 2차선으로 들어가 달리다보니
거리가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좁혀지고 있었습니다.
마음만 페라리 550 마라넬로 오너인 저와 달리, XG는 주인님 제발 그만 참으시고 나 좀 살려달라고 울부짖는데
이제 막 달리기 시작한 상황. 멈출 수 없었습니다.
2차선 앞에 또다시 정속주행 차량 발견, 즉시 우측 턴 시그널 후 3차로 진입
(1차로로 갈 공간은 매우매우 충분했지만, 상대 차량의 길을 막으며 달리기는 싫었습니다.)
거의 나란히 달리다보니 1km 후 속도 경고 표지판이 보입니다.
서서히 같이 속도를 줄이다가 카메라를 지나자마자 동시 풀악셀~
중년이 다 되어가는 백발(진주색)의 XG이지만 3단에서의 가속은 제법 쓸만합니다.
3~4대 간격을 벌리며 치고나갑니다!! 야호~!
하지만 역시나 1분이 채 되지 않아 최고속에서 밀리며 순위가 뒤바뀝니다 ㅠㅠ
그 때 갑작스레 비가 쏟아지며 앞 차량들의 물보라와 비로 인해 시야가 엄청나게 가려집니다!
순간 스포티지 차주 비상등 점멸.
저도 함께 비상등을 점멸했습니다.
'에이.. 한 참 재밌어지려 하는데 비 때문에 망했구만..' 하고 가던 중
얼레? 한 30초 지나니 비가 안옵니다.-0- 아까 거기만 비가 왔나봐요;;
스포티지가 서서히 속도를 또 냅니다. 오호~ 다시 해보자고?
3단으로 쉬프트 다운 & 풀가속!! (XG야 미안하다.. 젠쿱 동생 들어오면 어머니께 보내주마.. 그때 편안히 다니렴;)
어느정도 따라붙자 또다시 과속 단속 카메라 표지가 보입니다.
서서히 속도를 줄이는 척~ 하다가 덜 줄이고 약간 앞서간 뒤ㅋ 카메라 100m전방 즈음에서 부터 속도를 맞추고
카메라 지나고 스포티지가 저를 앞서고 3초가량 후 풀가속을 했습니다.
왜냐면 3단 가속은 확실히 제가 빠른 듯 한데, 저 스포티지가 날 봐주는 건지 나름 최선을 다하는 건지,
약 50m차이로 시작한 것을 다시 따라잡을 수 있을지.. 여러가지가 궁금했거든요.
이런 생각들을하며 풀가속으로 열심히 따라잡았습니다.
'후후~ 이제 내가 널 추월해주지~ 같이 놀아보자구~ +0+' 하며 레드존 직전 변속 변속~ ㅋ
그런데..
이런 젠장할!!
역시나 호기심은 모든 재앙의 근원입니다.ㅠ0ㅠ
거리가 도무지 좁혀지질 않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저녁에 세차하면서 날씨 좀 쌀쌀해졌다고 타이어 공기압에 손대는 게 아니었는데..
고급유라도 넣어둘 걸..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현실은..
이미 GG~*
장안 휴게소 즈음에 가니, 사라진 줄 알았던 스포티지가 x50정도로 크루징 중이었습니다.
이미 진 게임.. 슬슬 뒤따라가는데 스포티지 차주 비상등을 점멸해줍니다.
오호? 매너있구만?+_+
나도 깜빡깜빡~
옆에 가서 엄지라도 치켜세워 주려 마음 먹었으나, 왠지 쑥스럽더군요 ㅎㅎ
거의 대각선 뒤까지 갔는데 전방에 또 카메라 ㅋ
이 카메라만 지나면 2km후 온양IC로 빠져야 했습니다.
약간 오른쪽 뒤에서 같이 가다가
'즐거웠수~ 이만 난 여기로 갑니다잉~' 하고 우측 깜빡이를 넣어주니 또 비상등을 점멸해줍니다.
헛! 깜빡이 끄고 비상등 다시 점멸 좀 하다가
온양 IC로 빠지는 곳에서 우측 깜빡이 켜니 또 비상등을 점멸해줍니다.
'허어.. 저 지나치게 예의바른 양반 같으니라고-0-'
우측으로 빠지며 또다시 비상등을 점멸해드렸습니다 ㅎ
부울을 매주 2~3회씩 달리지만, 이렇게 매너 좋은 분은 처음 봤네요 ㅎ
보통은 제가 상대에게 쩜백되고 순식간에 끝나거나, 상대조차 안해줘서 혼자 가거나 였는데 ㅎㅎㅎ
근데 요즘 차들 참 좋군요..
오래됐다지만 그래도 3000cc인데 2000cc의 최고속이 더 빠르니 ㅎ
차량 번호 뒷자리를 적을까하다가, 그분이 테드 회원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인연이 되면 다시 만나겠죠^^
이 글을 그분이 보실지 모르겠지만,
정말 덕분에 허탈하게 돌아오던 길 재밌게 잘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말씀 전하고 싶네요.
그리고 모자란 글 실력에 중언부언 늘어놓은, 허접한 배틀기를 읽어주신 모든 테드 회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다들 안전운전 하시길^^
얼젠가 울산 출장갔다 오후에 일정이 끝나 부산으로 저녁 먹으러 가는데 부산울산고속도로를 탔었습니다..
심상치 않은 suv가 평균 속도 이상의 속도로 가까워지는데 룸미러로 보니 베라였습니다.. 먼저 보내놓고 관망을 하며 뒤에서 즐기는데 갑자기 방구를 뿡~(시커먼 매연이 왈칵~) 꾸더니 치고 나갑니다..
오호~ 이 장단에 보조를 맞추지 않는 것은 부울을 함께하는 동지의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제가 앞섰다가,, 제가 좀 쉬며 베라가 절 앞섰다가,, 몇번 반복을 하는데,, 직선이 좀 긴 구간에서 제가 좀 격하게 속도를 올렸는데(네비로 한 240정도) 계속 따라옵니다? 와..
그리고 다시 감속을 하고 숨 좀 고르는데,, 함께 달리던 베라가 갓길로 차를 대더군요 ㅡㅜ
베라 잘 나간다는데 국산차가 좋긴좋구나 하는 생각과 '저러다 탈 날라..'하는 두 가지 생각으로 한참을 함께 달렸는데 아마 탈이 나서 세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방구가 쎘던 걸로 봐선 맵핑이 잘못됐나? 싶은 생각도 들었었음) 다음 톨에서 빠져나와 다시 이전 톨까지 갔다가 서 있는 곳에 가줘야 예의 아닌가? 하는 되지도 않는 생각을 잠시 했었습니다..
부울은 참 달리기도 좋고 그렇더군요..
몇 달 전 생각이 불쑥 나서 적습니다..
오밤 중에 전시장 차를 보러가시는 모습을 생각하며 미소가 절로나네요.
그심정 말로 설명하기 힘들죠 ^^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날이 추워져서 공기압 조정하셨으면 오히려 넣으셨을텐데...
빵빵해지는게 달리기에는 더 좋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