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서해안 고속도로 목포 인터체인지 서울방향.


톨게이트를 통과하자 마자 영암 서킷에서 몸을 좀 푼 듯한 엑시지 한 대가 가벼웁게 질주를 시작하고 있다.

샤샤샥~슝슝.

평범한 차량들의 사이를 바람처럼 누비고는 질주해 나간다.

1톤도 안되는 소형차라곤 도저히 믿기 힘든 몸짓.


그러나 내가 얻어타고 있는 차량의 운전자가 누구인가?

승합차로도 고속도로를 평정하는 괴벽의 소유자다.

더군다나 이번엔 현대 승합차가 아니라 페라리 스쿠데리아다.

흠..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잡으면 튀고 잡으면 튀고

로터스의 몸 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간간히 차량의 그룹이 이어져 등장하는 교통상황에서 

가속 감속 추월 재가속을 반복해야 하는 패턴으로는 좀체 스쿠데리아가 엑시지를 잡지 못한다.

엑시지를 잡을랑말랑할 무렵의 속도는 이백오십 내외다.

그러나 장애물이 등장하면 감속과 함께 다시 도주.


이렇듯 고 쬐그만 1톤 차량을 잡지 못해 체면을 구기는

'Mr. 추월'에게 내가 비웃음을 약하게 섞어서 한마디 한다.


"전문 레이서인듯 한데 조그만게 오지오."


그런데 정작 추월씨는 엑시지를 잘 알고 있다는 듯

저렇게 까불다가 길이 트이면 죽는다며 사뭇 여유다.


과연 드디어  차량들의 무리가 끊어질 즈음이 다가 온다.

무시기 터널 내에서 요란스런 시프트다운으로 엑시지를 제끼고

풀 스로틀링을 한 채 질주 시작. 300. 끄-읏.


그 이후 그 엑시지를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일요일인데도 열려있는 고속도로.

이래도 되는지 250속도의 순항으로

순식간에 한반도 중부 내륙을 가로지르고 천안무렵서 경부에 합류했다.


어두워진 저녁 안성부근에서 노란 페리리를 보고 광분한 구닥다리 포르쉐 터보 한 대가

마구 차 사이를 누비며 우리의 스쿠데리아를 발르고 추월해 나간 일이 있었지만


그 날도 Mr. 추월씨가 공도를 압도의 힘으로 제압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