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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최초의 4인승이자 4륜구동형 Shooting brake타입의 바디를 가지고 세상에 등장한 것은 2011년이었다.

Ferrari Four의 이니셜을 따 FF라는 이름으로 데뷔했으며, 자연흡기 V12 6.3리터(6,262cc)자연흡기 엔진은 660마력을 발휘한다.


디자인은 처음 등장했을 때 호불호가 확실했지만 실제로 은근히 눈에 덜 띄는 페라리를 찾는 고객들이 제법 있다는 점은 페라리의 초기 의도처럼 실용적인 페라리를 찾는 수요를 공략한다는 전략과 미세하게 어긋나는 지점이 있다.


즉 페라리는 눈에 띄고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주목도가 극도로 높은 부분이 주는 그 사각지대를 FF가 채워준다는 것이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내 주변에 FFFF의 후속은 GTC4 Lusso를 타는 오너, 혹은 이 두 차종을 쇼핑리스트에 두고 있는 예비 오너들을 여럿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중년으로 접어드는 길목에 페라리를 맞이할 때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은 너무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남성에게 과시의 상징과도 같은 페라리라는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가 실제로 구매를 희망하는 일정 부분의 오너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시승을 했던 FF의 오너 역시 페라리를 3대째 타지만 FF에 가장 크게 만족하는 부분이 바로 눈에 덜 띄고 편안하다는 점을 꼭 찝어서 강조했다.


FF의 시승이 유독 특별했던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자연흡기 12기통 페라리 엔진을 접하는 하루 아니 그 순간순간이 내 평생에는 잊어서는 안될 소중한 순간일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FF의 장점은 실제로 상당히 많다.

F430, 458, 488등과 비교하면 차고가 높고 접근각이 커 한국 일상에서 만나는 지하주차장이나 슬로프에서 앞이
닿거나 배 부분이 긁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458이 후진으로 주차할 때 주차보조턱에 뒤쪽 카본 디퓨저가 닿는 관계로 주차하다가 이 부분이 파손되어 400만원 이상을 지출해본 사람이 의외로 만다는 점을 생각하면 백화점 주차장 같은 곳에 차를 가져가는 것 자체가 위험부담이 너무 크지만 FF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현실적으로 너무나 피곤하고 신경쓸 것이 많은 페라리와의 도심 카라이프가 때론 사람을 지치게 하고 달리는 용도가 아니면 키를 잘 들고 나가지 않는 실제상황과 비교하면 뒷자리에 두명의 성인을 태우고 제법 먼 거리도 달릴 수 있는 FF는 좀 더 자주 선택받기에 너무나 훌륭한 모빌이다.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그 순간이 얼마나 편안했는지 그동안 탔던 페라리중에서 가장 맘을 편하게 먹고 도로에 올렸던 기억이다.

고속도로에 올려놓고 가속패달을 밟는 순간순간 V12엔진의 포효가 얼마나 우렁차며 강렬한지 최소한 FF가 가속을 하며 지나가는 순간을 목격한 목격자 지위는 되어야 그 감동의 일부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직간접적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그 느낌을 글로 전달하는 것은 여간 힘든일이 아니다.


터보 엔진이 분명 더 강렬한 순간가속을 낼 수 있을지 몰라도 6리터가 넘는 고회전 V12엔진이 매 rpm달라지는 음색을 라이브로 실내에 20% 바깥으로 80%의 사운드를 뿜으며 내달리는 그 순간순간은 기계가 동작하면서 만들어내는 미세한 소리들이 모여 절묘한 화음이 되어 발산되기 때문에 비슷한 소리를 찾기가 어렵다.

극적이며, 강렬하지만 부드럽고, 회전계가 멈추는 그 경계가 사운드의 끝부분임을 너무나 쉽게 깨달을 수 있다.


터보 엔진은 회전수의 끝부분에 대한 암시가 없을 뿐더러 이미 더 돌릴 수 없는 그 순간에도 그게 끝이라는 부분을 정확히 전달시켜주지 못하는 특징이 있지만 NA는 다르다.

NA스포츠 엔진이 가장 우월한 부분은 바로 이 몇 줄로 정의내릴 수 있겠다.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세팅 자체가 공격적이기 보다는 차분하고 부드럽지만 굉장히 정확하다.

아쉬운 부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어떤 가속상황 혹은 감속과 다운시프트를 동시에 하는 상황에서건 실수가 없다.


핸들링을 논하면서 FF의 진가가 드러나게 된다.

페라리가 12기통을 탑재한 GT모델들에 상당히 편안하고 안락한 고속 투어러로서 손색이 없는 세팅을 할 줄 안다는 부분은 456GT때의 차만 타봐도 쉽게 깨달을 수 있다.


그런데 FF는 그 정도의 수준보다 한차원 높은 편안함과 고속안정성이 우수하다. 정말 잘 만들어진 차에 대한 존중이 차가 내게 전해두는 그 막연한 압박감을 눌러버린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페라리가 시트를 정상적으로 만들기 시작한건 458이탈리아 부터이다. 그 이전 페라리의 시트는 모두 쓰레기통에 쳐박아 버리고 싶을 정도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F430에 골프 2세대 GTI의 레카로 시트를 장착해서 타고 싶을 정도로 형편없는 착촤감과 품질에 배려라고는 눈을 씻고 찾으려해도 욕만 나오는 구성을 생각한다면 FF는 분명 페라리의 식구들끼리가 아닌 외부 전문가들의 강력한 조언과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것이 수월하다.

FF의 시트는 아주 좋은 자세와 지지 그리고 적당한 크기를 가지고 있어 다양한 체형을 잘 잡아줄 수 있을 만큼 유연하다.


이중유리를 적용해 고속에서 풍절음도 상당히 작고 차체가 아주 견고하게 조립이 잘되어 있어 마일리지가 쌓여도 신뢰성이 좋을 것 같은 기대를 준다.

듀얼클러치를 처음 적용한 458이탈리아의 변속기는 잘 관리한 F430의 싱글클러치 베이스의 덜컹이는 변속기보다 고장으로 인한 수리가 오히려 잦다.


페라리는 차를 잘만든다고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다양한 방해요소가 있는데, 쉽게 설명하면 품질과 관련하여 모든 분야에서 수준 이하이자 평점을 논할 가치조차 없는 수준인 경우가 허다하다.

스위치류들의 내구성, 플라스틱이 녹아서 손에 닿으면 지워지지도 않는 검뎅이가 뭍고 이게 또 옷에 붙어서 옷을 심지어 버려야하는 등, 이러한 문제점들은 같은 계열의 마세라티 구형모델에도 악명이 높다.


가죽의 내구성도 형편없어 보관이 주행보다 많은 페라리의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하면 특별한 케어가 필요하며, 팟홀이라도 잘못 밟으면 서스펜션 암류의 변형이나 부싱들이 터지는 가능성도 차의 무게를 고려했을 때 아주 높다.


예술작품으로서 페라리는 엄지손가락을 올릴 수 있지만 내구성을 단 1%라도 감안하여 평가한다면 지구에서 만들어지는 자동차중에서 서열로 끄트머리에 위치할 수준이다.

FF는 분명 이런 재질에서 오는 신뢰성 저하나 돈 값을 하는 고급 투어러에게 기대하는 최소한의 소양을 갖춘 훌륭한 차에 해당된다.


엔초페라리에 사용했던 같은 뿌리의 12기통은 언제 그 생을 마감할 지 알 수 없는 시점에 완벽에 가까운 감성과 성능 그리고 카리스마를 아주 좋은 바탕의 바디와 구성들로 어우러져 차를 타는 내내 아니 소유하는 그 기간내내 최고의 만족도를 주는 수퍼카로서 너무나 훌륭한 샘플이 아닐 수 없다.


가속패달을 밟는 그 순간 내 몸을 앞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와 차를 제외한 3차원 공간의 모든 사물이 내게로 달려드는 듯한 착각을 주는 차는 많지 않다.

나한테 다가오는 사물을 피해나가는 그 과정에 두려움은 없으며, 차를 모는 내내 이 660마력짜리 Super Shooting Brake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내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서스펜션의 유연함은 단순히 승차감이 좋다고 평가하기 보다는 부드러우면서도 절대로 노면을 놓치지 않는다고 표현하고 싶다.


실내로 전달되는 사운드의 비율을 좀 더 높였으면 하는 바램이 분명 있을 수 있지만 그런 바램보다는 터널에 들어갈 때 양쪽 창문을 살짝 내려 FF주변의 모든 생명체들이 사운드에 매료되는 그 반응을 제3자 입장에서 관찰하는 재미를 즐기는 것도 FF를 타는 희열에 하나이다.


이차가 하이브리드 계통이 아니라는 점은 너무나 소중한 축복이다.

수퍼카에 모터와 배터리가 탑재되는 시대에 순수한 기계에서 만들어지는 소리가 스텐레스 파이프를 통해 대기로 뿜어져 나오는 사운드를 들을 수 있음은 타는 이와 이차가 스쳐지나갈 때 주변에 있었던 모두에게 은혜와도 같은 것이다.


FF라는 이름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이름을 바꿔달은 듯 보이지만 FF는 페라리에서 만든 그 어떤 페라리보다 만족도가 높은 차인 것이 분명하다.


나의 선택의 철학은 첫 페라리로 반드시 미드쉽이어야 한다는 공식을 깨트린 FF는 단숨에 드림카 리스트의 상위권에 자리를 잡아버렸다.


페라리와의 좋은 추억이 또 하나 늘었다. 어쩌면 소유가 아닌 짧은 만남이었을 때 순간의 기억이 더 오래갈지 모르고, 그 강렬함이 세포에 더 강렬하게 새겨질지 모르겠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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