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 Impression
1986년 데뷔한 E32는 E38로 풀모델체인지되기 전인 94년까지 생산되었다.
750iL에 올라간 300마력의 V12 5.0엔진은 7시리즈 최초의 12기통 엔진으로 기억된다.
근본적으로 E34와 흡사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내의 구성이나 주행의 감각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E32는 80년대 BMW가 정말 차를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차종이다.
이당시 최고급 세그먼트에서 BMW는 벤츠와 쌍벽을 이루는 기술력을 그대로 실차에 적용할 수 있었고, 최고급차군에서만 비교한다면 당시의 아우디는 BMW나 벤츠에 미치지 못할 시절이었다.
아우디의 A8이 등장하기 전에 최초의 8기통 아우디모델인 아우디 V8모델을 타보면 E32나 벤츠 W126 S클래스(79년부터 91년까지 생산된 S클래스)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32 740i는 개인적으로 너무 깜짝 놀랐을 정도로 완성도가 훌륭했고 요즘 BMW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직함과 직선적인 패달반응으로 차에서 내리는 것이 너무 아쉬웠던 차종이다.
이번에 시승한 730i도 차자체가 주는 친근함이 비단 내가 E34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의 최신차종에 익숙한 어떤 저널리스트가 E32를 타더라도 주행안정감에 있어서 요즘차에 비해 크게 뒤쳐진다는 결함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2톤이 넘어가는 최신형 D세그먼트 차종들과 비교하면 가벼운 몸놀림 때문에 오히려 큰 충격을 타고 넘는 부드러움과 가뿐함은 온갖 첨단장비로 무장한 신형 7시리즈를 압도할 정도다.
직렬 6기통 3.0엔진은 188마력을 발휘하며, 최고속도 223km/h, 100km/h까지의 가속은 10.6초(수동은 9.3초)이다.
24밸브로 바뀌기전 12밸브의 BMW 직렬 6기통 엔진은 정말 좋은 소리를 낸다.
순수한 메탈음색으로만 이루어져있어 워밍업을 마친 엔진이 상승할 때는 엔진의 파워를 떠나서 진정 멋진 화음을 만든다.
시승차의 상태가 워낙 좋아서 엔진이나 변속기가 완벽한 박자를 이루며 작동했던데다가 200km/h로 항속하는 것도 손쉬웠다.
보통 이당시 E32나 E34의 자동변속기들이 오래되면 정차하기 직전 내부에서 1단으로 변속이 될 때 덜컹하는 충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승차는 변속기가 신품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상태가 좋았다.
E32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핸들링이다.
외관상으로도 뒤가 착 가라앉은 구성이고 일단 고속화도로의 램프같은 곳에서 욕심을 내보면 정말 땅바닥에 딱 달라붙어서 돌아나간다. 몸이 기울지 않고 맘먹은데로 라인을 탈 수 있다.
예전 어르신들이 독일차는 고속에서 차가 착 가라앉는다는 표현을 즐겨하셨는데, E32가 바로 그런 느낌이 아주 강한 차이다.
BMW서스펜션의 세팅의 가장 값진 노하우는 서스펜션의 상하 스트록을 제한한 상태에서도 승차감을 고도로 좋게 세팅할 수 있는 부분이다.
때문에 BMW는 구형차던 신형차던 큰 폭으로 출렁임이 없지만 리바운스가 강하지 않이 노면의 기복을 고속으로 지나가도 거북하지 않다.
이 비밀은 BMW에게는 전매특허나 다름없고, 80년대와 90년대 BMW가 주행능력에 있어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었던 원천도 바로 이러한 노하우가 차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E32는 정말 고급스러운 느낌의 진정한 고급차이다.
관리가 잘된 벤츠의 W126을 탔을 때 느끼는 고급성이 좀 더 우월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대신 E32는 스포츠성에서 W126과는 완전히 차별된 차종이다.
W126과 비교하면 고속에서의 풍절음은 좀 떨어지는 편이라 200km/h이상으로 달릴 때의 쾌적성은 벤츠쪽이 앞선다.
25년전에 21세기에 비교를 당해도 당당한 차를 만들 수 있었던 독일의 기술력은 일단 하드웨어를 제대로 만들고 보자는 철학이었다.
쇠를 다룰줄아는 가공능력과 철저히 아우토반의 초고속 테스트 상황을 참고해서 차대를 보강했던 당시의 모습에서 수퍼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차를 만드는 요즘과는 분명 다른 환경이었을 것이다.
테스트드라이버들의 감성과 그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주고 개선시켜줄 수 있던 개발부서가 정말 드림팀과 같은 조화를 이루었을 것을 생각하면 요즘은 그당시보다는 차를 쉽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정말 좋은 엔지니어링은 예산의 압박이 없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탄생가능하다.
무한한 가능성을 시도해볼 수 있는 여건없이 깜짝놀랄만한 엔지니어링이 탄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이 현재의 독일차와 과거의 독일차의 차이점을 이해하는 원천이며, E32야 말로 과거 독일차의 영원할 것 같았던 영광을 제대로 보여주는 훌륭한 샘플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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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차주가 누구신지 모르겠군요.. 제가 작년 여름까지 타던 e32.. 이렇게 감회가 새로울 수가 있을까요.. m30 엔진의 표본사운드라고 삼을 수 있을만큼 다른 m30들보다 엔진이 좋았습니다.. 제가 운행할 땐 h&r 셋트로 로워링됐었는데 그것은 순정으로 변한 것 같군요.. 고rpm으로 갈수록 앙칼져지는 사운드와 아울러 달리고 서는 원초적인 느낌은 후대의 차종보다 월등한 느낌이 있습니다..
"서스펜션의 상하 스트록을 제한한 상태에서도 승차감을 고도로 좋게 세팅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가장 와닿네요.... 처음 비머를 타보고 놀랜게...그 부분과 엔진소리(특히 시동걸때) 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