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왕립예술대학서 명예박사학위 슈라이어·기아車 디자인총괄 부사장

“3~5년 뒤에는 기아차 마크를 안 봐도 단번에 기아차임을 금방 알아보게 될 겁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세계적인 아트·디자인 대학원인 영국왕립예술대학(RCA·Royal College of Arts)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페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 기아차 디자인총괄 부사장은 “디자인을 통해 기아차의 브랜드 아이덴티티(identity·정체성)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작년 기아차로 영입됐으며, 이전에는 1994년부터 2002년까지 독일아우디(Audi) 디자인총괄로 재직했다.

그는 “2008년 말이나 2009년 초에는 신개념의 기아차가 출시될 것”이라고 했다. 미니 스케치북을 갖고 다니는 그는 필요할 때마다 연필로 자동차를 그리며 설명을 곁들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소감은.

“이전에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피닌파리나(Pinninfarina), 쥬지아로(Giugiaro) 등 훌륭한 자동차 디자이너들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는 게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다.”

―기아차 디자인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한데.

“디자인에 ‘가족감(family feel)’을 불어넣겠다. 지금의 기아차는 여러 회사의 다양한 차량이 모여있는 느낌이다. 고객 반응도 뜨뜻미지근하다. 새 기아차는 뚜렷한 성격 때문에 논쟁거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3~5년 뒤 기아차는 확실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기아차 디자인 방향을 ‘직선의 단순화(The simplicity of the straight line)’로 정한 이유는.

“‘기아(Kia)’의 영어 어감은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이다. 간결하고 단순한 이미지를 통해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을 선보이겠다. 화려하고 튀는 디자인은 소비자가 싫증 낸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특별 주문이 있었나.

“백지상태 즉 새로 시작하는 회사로 여기라 했다. 나를 부른 이유는 서구적인 시각이 필요해서라고 생각한다. 많은 신뢰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책임감도 크다.”

―세계 자동차 디자인의 흐름은.

“SUV와 승용차를 섞어놓은 자동차의 인기가 높다. 하지만 유행을 뒤쫓아서는 앞서갈 수 없다. 주류를 거부하고 반대 시각을 갖는 걸 즐긴다. 거기에 해답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자동차 디자이너들을 평가한다면.

“재능은 뛰어나지만 시야가 좁다. 하루 이틀 해외 출장으로 어떻게 시장을 읽을 수 있나. 해외 전시회도 가보고 길거리도 걸어봐야 한다. 많은 문화 체험을 시키고 싶다.”

출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