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래저래 해서 정말 오늘 열받았다,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한국 운전자들에게는 XX가 필요 없다 등등 이래 저래 분노가 섞인 글을 많이 봅니다. 저도 많이 쓰곤 했고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런 글을 쓰면 왠지 감정만 싸질러 놓고 도망가는 느낌이 들어 그간 좀 자제해 왔는데... 눈 내리던 추운 겨울 날 겪었던 일이 자꾸 생각 나서 한 번 적어봅니다.

 

이런 일들을 자꾸 겪고 나니 내가 편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좀 줘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아님 아예 그런 지각 자체를 못 하게 되는 경우도 많고요. 특히 저는 주차할 때 다른 차에 정말 피해 안 주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데요,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이 퇴색되어 가는 느낌입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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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 보영만두라는 좀 특이한 만두집이 있습니다.

메인 만두소로 생강+돼지고기를 쓰고 만두피가 매우 야들야들해서 자주 포장해서 먹습니다. 맛이 소롱포 비슷합니다.

눈 내리던 겨울 밤, 만두가 생각 나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안 가게 만두집 옆쪽 골목 한쪽에 최대한 붙여 주차합니다.

 

만두 포장해서 나왔습니다. 불과 10분도 안 걸렸습니다.

어라, 차를 아예 뺄 수가 없게 세단과 SUV가 사이 좋게 가로막고 있습니다.

SUV에 전화를 합니다. 전화를 안 받습니다. 세단에 전화를 합니다. 전화기 꺼져 있습니다.

이럴 거면 뭐하러 전화번호 적어놨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근처에 있는 것 같은데, 연락 끝까지 안 되면 견인 신청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15분이 지나니 갑자기 SUV에 누가 탑니다.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전화 왜 안 받았냐고.

몰랐답니다. 이 인간, 제가 차를 댔던 바로 옆 우동집에서 나온 겁니다.

제가 눈 맞아가며 추위에 떨면서 전화 하는 걸 보고도 전화 안 받고 나와보지도 않았습니다.

짜증이 확 치솟습니다.

 

좀 더 있으니 세단이 움직입니다. 어라, 이 사람도 우동집에서 나왔습니다.

전화해 봅니다. 전화가 이제 걸립니다. 하지만 안 받습니다.

 

...결국 사이 좋게 둘 다 제 차 가로막고 우동 입에 꾸역꾸역 집어넣고 있었던 겁니다.

한 X는 전화 씹고, 한 X는 전화 꺼 놓고....

세단 가는 길 확 가로막고 한판 할까 하다가 꾹 참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똥은 더러워서 피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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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다 쓰고 나니 다시 끓어오르는 분노(?)에 손이 다 떨립니다. 쩝.

저는 보통 전화 받으면 바로 튀어나가는데, 이젠 좀 여유를 갖고 살렵니다.

 

그나저나 세상엔 정말 벼라별 사람 다 있습니다.

어떤 지인은 누가 불법 주차로 자기 차를 장시간 막아놔서 견인을 시켰더니...

나중에 자기 차를 발로 차놨다고 하더군요.

 

이 세상, 용감한 사람들 많습니다.

잘못하면 저도 그 중 한 명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