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북유럽 여행때 빌렸던 트랜스포터를 반납하고 다시 받은 파사트는 당연히 수동이고, 저와 아내 그리고 세나가 뉘르브르크링에 가있는 동안 여동생이 주로 운전을 해야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동생입장에서는 불가학력적으로 수동을 배워야만하는 상황이 되버린 것이지요. 지난 월요일 30분간의 운전연습을 마치고 다음날 아침 왕복 500km여정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파사트에 동승하고 뒤에 아내가 R32를 타고 따라왔습니다. 아내는 지난번 드레스덴에서 오는 길에 한번 몰아본 적이 있고, R32의 스티어링 휠을 잡는 것은 두번째 입니다.


클러치를 붙이는 과정이 아직 능숙하진 않지만 시동을 전혀 꺼뜨리지 않는 정도가 되었고, 한국에 있을 때도 여성치고는 상당히 차를 빨리 모는 스타일이라 기본적인 운전감각은 갖춰져있었기 때문에 난생처음하는 수동이지만 긍정적인 맘가짐으로 차근차근 배웠습니다.


테드 스티커를 붙인 독일 유일의 R32를 뒤에서 보는 재미도 크더군요. 아우토반에서는 180km/h가 생활속도이기 때문에 끝차선으로 느리게 가는 것보다는 1,2차선을 활용해 시원하게 흐름에 맞춰 운전하는 것이 훨씬 안전합니다. R32는 저속부터 힘이 좋고 반응이 좋아 뒤에서 쫒아올 때 6단으로도 쉽게 운전할 수 있어 뒤에서도 상당히 빨리 달리는 파사트를 쫒아가는데 전혀 부담이 없었다고 아내가 말하더군요.


궁둥이를 맞대고 서 있는 두대의 수동차


여동생 입장에서 아우토반의 패턴을 이해하는데 아주 좋은 기회였고, 수동의 맛까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해보니 의외로 별거 아니다라는 생각도 가졌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파사트는 전자 파킹 브레이크가 있어 오르막에서 파킹 브레이크를 잡아두었다가 출발할 때 자동으로 해제되는 기능으로 초보 수동운전자들도 언덕에서 뒤로 밀릴 가능성이 없습니다.

R32를 몰았던 아내의 의견은 R32가 파사트보다 엔진이 예민하고 파워가 좋아 운전하기 정말 편하다는 점과 안정성이 워낙 좋아 210km/h가 아무렇지도 않게 유지할 수 있는점 등 아기를 뒤에 태우고 500km를 운전했지만 별로 피곤하지 않다고 하네요.

한국에서 등한시하는 수동이지만 연비나 정비성에서 보면 아직도 수동의 존재가치는 충분히 높고 무엇보다 운전의 재미와 참여하는 운전의 개념에서 보면 수동을 대체할 수 있는 변속기는 세상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