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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댓글을 통해 살짝 말씀 드린바있는데, 지난 2월중순, 고속도로에서 뒷차와의 추돌로 생각지도 않게 Total Loss 판정을 받아
아끼던 차를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보험회사에 수없이 전화를 하고 바디샵에 다시 한번 살펴봐달라고 사정도 하면서
당장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어떻게든 고쳐내서 오랫동안 타려고 했는데 구조적인 손상이 있고, 또 다시 사고가 날 경우
탑승자의 안전에도 심각한 해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정말 눈물을 머금고 보내기로 했습니다.
워낙 좋아하던 디자인에 감성적인 엔진소리, 거기다 제 아들 녀석이 태어났을때부터 많은 기억을 함께 해온 차라 그런지
상실감이 좀 크네요. 계속 질질 끌지말고 빨리 정리하라는 와이프의 무언의 재촉에 토요일과 어제 하루 일정을 비우고 나가서
이것저것 타보고 차를 골랐습니다. 며칠째 힘이 쭉 빠져있는 제 모습에 새 g35를 사자는 와이프의 위로섞인 말도 있었지만
또 누가 와서 받아버리면 이런 과정을 또다시 겪게될 것이 싫어서 아예 정을 안붙일 차를 사자고 내심 마음먹고 있었지요.
차종 선정을 와이프에게 거의 맡겨버리고 있었는데 기아 소울과 마즈다 3, 시빅, 그리고 2010년형 프리우스 중고를 보고 싶다해서
여기저기 전화해보고 딜러로 향했습니다.
기아의 소울은 ,2011년형 2.0엔진의 플러스 모델이었는데 괜찮게 나왔다는 세간의 평과는 달리, 스티어링 휠과 하체가
따로 노는 듯한 느낌부터 싫다고 바로 탈락, 마즈다 3는 옵션이 너무 부실하고 마음에 드는 해치백에 스포트 모델로 하니
2만3-4천 달러가 넘어서 일단 보류, 시빅은 문을 열고 닫는 느낌이 너무 가벼워 불안하다고 탈락...
결국 프리우스를 택하는가 했는데, 막상 돈을 더 지불하고 사려해도 물건이 없네요.
웹사이트에서 본 차는 저희가 도착하기 직전에 다른 주에서 구매자가 전화로 채어 가버리고 오래된 년식은 그나마 좀 있는데
모델 체인지된 2010년형은 씨가 말랐더군요. 꿩 대신 닭이라고 프리우스 대신 혼다의 하이브리드 인사이트를 봤는데
가격이 저렴한 만큼 품질도 저렴해서 옆에 서있는 시빅과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로 정말 막 만든 차로 보이네요.
인사이트는 실내외 모습부터 여기저기 트림 디테일까지 왜 이리 조잡한지 정말 마음에 안들어 사기가 싫었지만
당장 차가 필요한 상황이라 어떻게 하나 궁리하고 있었더니 젊은 세일즈맨은 혼자 들락날락하면서 가격을 계속 낮춰부르더군요.
2만불 안되게 시작한 가격이 어느새 1만8천불까지 내려가있고, 와이프도 마음에 안들지만 가격이 괜찮으니 왠만하면 그냥 사자는 의사를 보였지만 그러지 말고 다음 주말까지 그냥 렌트해서 타고 다시 한번 오자며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그 와중에, 접촉사고의 전력이 있는 프리우스 2010년 형이 하나 남아있다는 다른 딜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리스 나갔던 차들을 전문으로 취급한다는 그 샵에 들러 차를 둘러보니 프리우스 차 자체는 정말 괜찮게 나온듯한데
사고 수리 부위가 너무 엉성하게 티가 나서 짜증이 나더군요. 누굴 바보로 아나 싶기도 하고....이것저것 좀 제대로 손 좀 봐서
내놓으라고 주제넘는 코멘트를 남기고 다시 차에 오르려는 순간, 와이프의 눈에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한 녀석이 들어왔습니다.
다름아닌 2010년형 볼보 S40, 터보 모델도 아니고 옵션도 그리 많이 붙어있진 않았지만 문을 여닫을때의 그 무게감과,
단촐하게 꾸며지다못해 뭔가 없어보이는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차는 어때? 하고 묻네요.
내심, 이 가격대라면 상태좋은 TL이나 TSX, 혹은 g35도 살텐데 싶었지만 와이프가 좋아라하니 20여분 시승을 거쳐
1시간 가량 가격을 조정해서 결국 구매했습니다. 4년의 워런티 기간도 충분히 남아있고 해서 별로 신경쓸 것은 없을 듯 하네요.
그런데...
그렇게 딜을 마치고 돌아오는 저녁 길에, 제 차를 남겨놓은 바디샵 앞을 지나치자니 왜 이리 울적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보험회사 salvage part에서는 차를 픽업할 수 있도록 바디샵에 전화해달라고 메시지를 계속 남기는데,
떠나 보내기가 왜 이리 어려운지..... 이젠 저도 나이먹었나 봅니다.

다치신 곳은 없으셨는지요?
볼보 S40도 볼 때마다 다시보게되는 찬데..
이전 차에 정이 많이 쌓이셨나봅니다.
저도 제 첫 차가 도둑을 맞아서.. 결국 찾았지만 어찌나 막 타고다녔는지.. write off 되었죠.. 바디샵 가서 확인하던 그날 생각이 나네요.
강석윤님의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저도 같은 차를 중고로 사서 타다가 결국 버리지 못하고 한국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처음에는 좀 이상해보이던 차가 조금 타다 보니 신형 보다 더 단정해보이고 좋더군요...물론 달리기도 재미있게 할수 있구요.
문제는 한국에 들어오니 유류비가 정말 ㅎㄷㄷ입니다. 미국에서는 평균 트립 연비가 18.5 MPG였습니다. 오늘 지방에 내려오는데 고속도로에서 도를 닦으면서 28.9MPG까지 올려봤는데 시내로 들어오니 바로 떨어지기 시작하네요....
새로운 차에 잘 적응하시기 바랍니다.
안타깝네요 강석윤님. 새로 생긴 애마와 또 깊은 추억 만들어가시길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