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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독일에 근무할 당시 드림카를 사기 위해 기차로 국경을 건너 룩셈부르크에서 구입해 온 RS2와 그동안 만4년을 함께 했습니다.

룩셈부르크에서 독일집까지 700km/h를 달려오면서 풀탱크로 두번을 주유했을 정도로 270~80km/h로 쏘고 달렸던 아우토반은 정말 환상적이었지요.

 

한국으로 귀국얼마전 엔진을 하몬모터스에서 오버홀한 후 뮌헨으로 내려가는 아우토반에서 엔진이 통째로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차를 두고 먼저 귀국한 후 독일에서 새로 엔진을 조립해서 헤어진지 4개월만에 다시 한국에서 만나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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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세관에 RS2를 찾으러 갔을 때 비가 많이 왔었는데, 독일에서 헤어지기 전에 아우토반을 마지막으로 신나게 달리고 친구에게 맡긴 후 다시 만나는 설레임에 부산 내려가는 KTX에서 한숨도 못잤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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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독일에서 공수해온 RS4와 집안에 없어서는 안될 올로드 콰트로까지 집안에 웨건 3대가 5식구들의 안전한 운행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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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엔진을 재조립할 때 사용했던 크랭크 샤프트의 상처는 메탈베어링을 갉아먹었고, 최고속 테스트를 하는 과정에서 장렬하게 전사해버렸습니다.

당시 285km/h를 마크했는데, 풀가속하면서 이 상황을 못버틸거면 그냥 죽어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완전치 않은 엔진으로 그냥 달래가면서 차를 운행하는 것은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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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프에서 3개월에 걸쳐 엔진블럭과 피스톤을 제외하고 모두 순정 신품으로 구입했고, 실린더블럭을 호닝한 후 정밀하게 재조립해서 압축이 정상적으로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정말 끈기를 가지고 아주 천천히 느긋하게 길을 내기 시작한 것이 2009년 2월입니다.

1000km의 길들이기 과정을 거쳐 속도를 서서히 높여 탔고, 중간에 라디에이터를 교환하고 소소한 것들을 손보는 동안 달려본 최고속은 260km/h 였고, 각단 풀가속은 여러차례 했기 때문에 새로 만들어진 엔진에 대한 믿음은 상당히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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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Car up에서 실내크리닝 및 유리막 광택을 다시 낸 의미는 장기간 워크샾에  차를 맡길일이 당분간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며, 너무나 깨끗하고 눈부신 상태로 깨끗해진 차가 아까워서 2월달에 한번 잠깐 주행한 후 주유를 해놓고 지금까지 한번도 타지 않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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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중에는 꼭 RS2와 은밀한 데이트를 해야겠다 맘먹고 불과 두시간 전에 RS2를 몰고 나갔습니다.

강변북로를 통해 일산방향으로 가면서 우측 인천공항 방면 사인이 나오는데, 그 램프를 지나갈 때 기분이 묘하더군요.

 

마지막으로 엔진이 작살나던 2008년 12월, 원래는 외곽순환도로를 선택할 예정이었으나 기왕 테스트하는거 짧고 굵게 하자는 심산으로 급하게 맘을 바꿔 인천공항을 달렸었는데, 오늘은 외곽순환도로를 선택했습니다.

 

계속 정속으로 달리다가 외곽순환도로에 접어들어 속도를 높여 180~220km/h로 항속하는데 편도 4차선중에서 차들이 한두차선에는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무리해서 가속을 하지 않고 있다가 연속되는 터널이 나오는 구간에서 가속패달을 지긋이 깊게 밟았습니다.

 

피크부스트 1.5바 홀딩부스트 1.2바는 추정출력 360~370마력정도 판단됩니다. 원래 피크 2바에 홀딩 1.8바로 450마력을 낼 수 있는 GT30R터빈의 부스트를 순정에서 0.2바 정도를 홀딩부스트에 가미시켜 순정 315마력에서 15%정도 더 사용하는 보수적인 소프트웨어 칩을 장착되었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칩중에서 출력이 가장 낮은 칩입니다.

 

속도계가 260km/h를 지나 280km/h에 도달했을 때부터는 오일압력계와 오일온도계에 주시적으로 시선이 가는 것은 과거 엔진이 작살날 때 오일압력이 살짝 낮았던 것을 확인한 기억이 있어서 입니다.

 

속도계가 290km/h를 마크하는 것을 확인하고 우측코너가 나오는 것에 맞춰 가속패달에서 발을 뗐는데, 이후에도 연속적으로 250km/h이상의 속도를 차가 거의 없는 매우 매끈한 도로를 달리면서 2년동안 궁금했던 정말 현재의 엔진을 신뢰해도 되는지에 대한 확인을 한 셈이었습니다.

 

터빈 쿨링 라인의 동와셔 문제로 미세하게 냉각수가 없어지는 문제도 완전히 잡은데다가 신품 라디에이터, 신품 연료펌프, 스파크 플러그, 등등을 제외하고 신품이 아닌 주요 부품들은 거의 신품에 가까운 상태라 차의 구석구석 제가 완전히 정복한 상태였고, 극강의 안정감으로 고속코너에서의 자신감과 안정성 그리고 바람새는 소리 하나 없이 완벽한 풍절음은 RS2가 얼마나 잘만들어진 차인지를 다시한번 확인시켜주었습니다.

 

6단 7000rpm레드존에 붙일 수 있는 컨디션에 지치지 않는 내구성등 원래  RS2가 세상에 태어날 때 부여받았던 끈기와 성능을 재현할 수 있었다는 것이 오늘 시승의 가장 큰 기쁨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본넷을 열고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누유나 엔진룸 주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냄새에 후각을 곤두 세우며 킁킁거리며 코를 벌름거리는 제모습이 우스꽝스러웠지만 그래도 엔진이 드디어 완전한 길들이기를 마쳤다는 뿌듯함 때문에 오늘밤은 쉽게 잠이 들 것 같지가 않습니다.

 

영원히 달릴 수 있는 엔진은 없지만 정상적인 운전상황의 모든 조건을 커버해줄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며, 5기통 2.2리터 싱글터보 엔진이 6단 7000rpm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밸런스와 부드러움은 오래오래 기억할 추억의 드라이브로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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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