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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은.. 지난 일년 간 아들녀석이 타고다니던 이엡S (EF 소나타)로 출근 했습니다.
녀석의 체취가 그립기도 하고, 유류비도 절감할 겸..ㅋ
지난주 월요일 입소하던 날도 이엡S 로 논산훈련소엘 갔는데, 자기가 운전해서 가겠다더니..
친구들한테서 전화나 문자가 많이 오니 제게 핸들을 넘기고는, 뒷자리에서 제 엄마와 손을 꼬옥
잡고 앉아서 가더군요. 내려가는 내내.. 눈가가 발갛게 젖어있는 아내의 모습이 룸미러로 보입니다.
아들녀석은 엄마 위로하다가, 친구랑 통화하다..하느라 표정이 무겁고..
외동아들이란게 그런가 봅니다.
제엄마랑은 아직도 이삼일에 한번씩은 꼬옥 끌어안고 잘 정도로 끔찍한 사이라, 허전함이 더 큰거같네요.
녀석을 연병장에 내려 보내놓고, 오열하는 아내를 보니 저도 울컥.. 나중에 연병장 뒤로 행진해 가는 아들녀석
뒤로 연병장을 가로질러 울면서 뛰어가는 아내의 모습이 넘 안타깝더군요.
올라오는 내내 흐느끼고, 집에 돌아와 녀석의 방에 들어서는 순간 또 울고.. 잘때는 녀석 냄새 맡고싶다고
즐겨쓰던 비니를 배겟닛에 포개놓고 자더군요. 아침식사 하면서 녀석 빈자리에 또 울컥해 눈물 흘리고..
저녁때는 노상 훈련소 홈페이지에 접속해 올라오는 글들을 몽땅 탐독하더군요. 냠..
지난 월요일엔 주말에 찍은 훈련병 사진이 홈에 올라왔습니다.
일주일 사이에 볼이 꽤 말라있더라고요. 어제는 녀석의 옷가지와 물품이 박스에 포장되어 제 회사로 발송돼
왔는데.. 다행이 업무중이여서 눈물은 안나오네요. 신체검사중 급히 쓴 일주일 전 편지엔 군화가 딱딱하고
어쩌고, 시시콜콜한 적응기가 쓰여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녀석이 입었던 옷을 볼에대고 녀석의 체취를 맡게 되더군요.
이엡S 는 제가 늘 운전할때랑은 흡배기 세팅이 추가되어 토크와 출력 특성이 좀 바뀌었습니다.
예전엔 3~4천 알피앰 구간에서 둔하다가 상승하는 폭이 컸는데, 매니폴드 작업 후론 좀 더 일찍부터 리니어하게
상승하는 특성으로 바뀌더군요. 체감상은 조금 밋밋하게 느껴지지만, 전반적인 가속감은 좋아진 듯 합니다.
오른쪽 하체가 비틀릴때 부싱이 비벼지는 소음이 좀 늘긴 했지만, 전반적인 운동특성은 건재하네요.
젠쿱에서의 아껴쓰던 출력을, 이엡에선 쥐어짜듯 달리는 재미가 있습니다. 힐앤토의 즐거움도 있고요..
오늘아침 출근길을 달리면서 무엇보다 흐믓했던 점은..
녀석이 운전석에 앉아 매만지고 쓰다듬던 스티어링과 기어노브를.. 내가 만지며 달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시트와 헤드레스트.. 오디오의 버튼과 콘솔등을 만지는 동안 차 안 곳곳에서 녀석의 체취가 묻어납니다.
일부러 녀석이 즐겨듣던 MP3 를 켜놓고, 녀석이 느꼈을 감흥에 귀기울여 보는동안,
문득.. 힘든 훈련중 생각날 녀석의 모든 그리움이 안타까워 눈물이 돌기도 하고..
한동안 녀석과 떨어져 있는게 너무 허전하고 텅 빈 듯 하지만,
이엡S 를 타고 전방을 주시하며 달리는 동안은.. 앞에 펼쳐지는 공간과 풍경들이 녀석과 함께 있는 듯, 데자뷰처럼
오버랩 됩니다.
사랑하는 우리아들..
남은기간 담대하고 슬기롭게 잘.. 이겨내거라.
깜장독수리..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갑니다!!!
더더더더더 늠름한 아들이 되실꺼라 믿습니다!!!
건강하게 전역하는 그날까지 군생활 잘 하실꺼에요~^^
전 6월 20일에 신검입니다..ㅋㅋ 작년까지만 해도 매일 눈뜨면 학교가서 집에오면 자는 생활패턴이어서 별로 이런 것에 대한 감흥이 없었는데, 요즘들어 저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 좀 심란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ㅋㅋㅋ
저는 5살 터울의 누나와 저, 이렇게 둘인데.. 아들은 저 하나뿐이니 제가 훈련소 들어가는 날 부모님은 어떤 심정이실 지 익렬님의 글을 보며 대충이나마 짐작이 갈 것 같습니다...
재욱님은 외아들이셔서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실 것 같네요- 전 막내지만 첫째같은 스타일이라 저희 부모님은 좀 나으시려나요..^^ 재욱님은 잘 계시다 나오실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ㅎ

잘 성장한 아드님이라...
어디 계셔도 도움 되게 받아 들이실 겁니다.
살면서 도움안되는 경험이 어디있겠습니까? ^^
법학도로 공부하다 보면... 도움 되시는 점들이~~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 전 지금 셋을 키우는 데도... 하나하나... 가슴찡한~~ 정이 느껴 지는데,
하나면 오죽 하시겠습니까? ^^
위로도 드립니다..^^)

음... 딸만 둘이라 공감이 덜할수도 있겠지만, 나중에 떠나보낼일이 있을때의 마음은 같겠지요.
저는 4주 훈련만 받고 오는데도 어머니께서 걱정하고 보내시는 것만 생각했는데, 아버지의 마음을 이제야 생각하네요.

아버지의 마음이란 이런 것이라는걸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이 지나다보니.. 전 예비군 5년차네요^^;; (일년에 한번가는것도 구찮네요 이젠.ㅋ)
저 들어갈땐.. 아버지한테 "까짓거~갔다올께~!!" 하면서 시크하게 갔었습죠..후후
아버지께서도 "그래, 후딱 휴가나와서 보자!" 하시면서 쿨하게 보내주셨구요..ㅋ
자대배치받고 면회가 허용되고나선.. 허구헌날.. 주말만 되면 면회를 신청했던지라..(자대가 서울근교이다보니..가까워서요.ㅋ)
아버지께서 "넌 허구헌날 면회불러쌌냐?" 면서.. 그래도 주말마다 아들보러 오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하시더라구요^^
군대도 사람사는 곳인지라.. 아드님 별탈없이 잘 지낼거라 생각합니다^^
당사자한테는.. 정~말 시간 안가는.. 갔다오면 한 10년갔다온 느낌인데.. 주변분들은.. 벌써 제대냐고 하더군요.ㅋ
개인적으론.. 아드님이 타던 차를 익렬님께서 손수 관리해주시는게 부럽습니다^^ (물론.. 익렬님이 타시다가 물려주신차 같습니다만.ㅋ)... 전 당시 몰던 96년식 크레도스.. 휴가나올때마다 만사제쳐두고 카센터로 고고싱부터 했거든요^^;; 흠냥..OTL
(이모부께 맡겼더니.. 일주일에 한번씩 시동만 걸어주고 말았다는..이야기를..쿨럭..^^;;)

부모의 입장이란 참 이기적인가봐요.
전 해병장교 준비중에 바이크사고가 나는바람에 군대를 안가서, 선배부터 형..친구, 후배,제자..한 십여년을 군대 치닥거릴 했는데, 별로 아쉽거나 걱정된적이 없었거든요. 아들럼만은 유독 슬프게 만듭니다.
지난 월욜에 소속을 알리는 문자가 와서, 밤마다 아내랑 마주앉아 아들얘기하면서 매일 홈페이지에 편지를 썼습니다. 하루에 한번 한정된 800 자 제한이 왤케 아쉬운지.. 막 수다떨다보면 어느새 분량이 다되어, 불필요한 내용 줄이고.." 사랑한다 우리아들~" 을 채워넣게 되네요. ㅜㅡ 테드회원님들이 격려와 조언 많이해준다고 자랑 써서 보냈습니다. 녀석..힘이 날거같아요. ^^

저는 전역하고 한참 후에 안 사실인데 그 옷가지 소포보고 저희 어머니뿐만 아니라 옆집 어머니까지 펑펑 우셨다고 하더군요ㅜㅜ
군대가서 저는 가장 절실하게 느꼈던것이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랑입니다. 학교를 벗어나서 처음으로 사회생활-군대는 사회생활의 축소완결판이지요-을 하며 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무언가를 몸으로 느끼면서 일만 하셨던 일때문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고 뼈저리게 그리웠습니다.
아드님의 건강한 전역을 기원합니다.

음..아들입장에선 잘 모를수도 있겠군요.
제 아내도 소포박스 안겨주니 자동으로 고장난 수도꼭지가 되더군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가슴아프네요.
전 12남매 전통 유교식 가풍의 아버지가, 어릴때부터 형에게 편중된 사랑을 보여 그러려니~ 했었죠. 제맘대로인 절 늘 못마땅하게 여겨, " 전석은 군대가서 직싸게 고생줌 해야돼." 하셨는데.. 목발짚고 신검 받던날 "면제됐어요." 하니, 상기된 얼굴로 너무나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며.. 깊은 속을 알게 되었죠. 이시대 아버지들은 모두 위대하십니다.

재욱군 귀엽네요. 손 불끈 쥐고.. ^^
신삥 전투복 입은 사람들은 다 귀여워요 ㅎㅎ
저도 외동아들인데 저는 대학교 시험 볼 때도 혼자 지하철 타고 가고.. 군에 갈 때도 그냥 아침 먹고 혼자 용산역에 기차 타러 갔는데.. 면회도 딱 1번 오셨던가..휴가 가면 언제 자대 들어갈거냐고 계속 물어보고 .. 쿨럭. 군에 갈 나이 된 아들을 끌어안고 잔다구용. O.O

재욱님도 제대하고 난뒤., 익렬님께 소주 한잔을 올리면서 못다한 이야기 나눌수있는 시간이 곧 찾아올것입니다 ^^..
부자지간에 굳이 표현을 안해도 눈빛만으로도 알수있는 사랑이 깊어져가는 느낌이랄까요.
그런덕분에. 제대하고 나서는 더 깍듯히 모시면서도, 같이 운동할때는 절친한 친구사이로 땀흘리는 이런 시간에.
저는 가족의 행복을 만끽하는것 같습니다. ^-^
군대가 참 의미를 주는부분이 다양하다고느꼈습니다.

이번 일본재앙을 보면서도 절절히 느끼는 점은..인생이 참 허망하다는 사실입니다.
눈이나 마음으로만 얘기하고, 표현하지 않던 사람들이 어느날 갑자기 죽거나 헤어지게 되고.. 살아있는 동안 깊은 사랑을 나누지 못하게 된다는 점.
십여년 전 드라마를 보면서 대성통곡을 할 정도로 슬픈 내용이 있었습니다.
시내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아들이 가끔 주말이면 교외에 사는 어머니집에 들르는데.. 어느날 가방을 든채로 집에가니, 어머니가 마루에 앉혀놓고 발을 씻겨줍니다. 맛있는 밥을 해 먹이는 동안 아무말도 나누지 않다가, 아이가 월요일부터 시험이라 서울로 돌아가야겠다 하고.. 어머니는 바래주러 나서지요.
"엄마 이제 들어가세요. 저혼자 갈게요." 하니, " 그래 저어기~ 전봇대까지만 갈께"
두사람은 아무런 얘기없이 걷고.. 두사람의 발자욱이 쌓여있는 눈에 그려집니다.
전봇대에 도달한 소년이 " 엄마 이제 정말 들어가세요. " 하니..
어머니는 " 알았다, 저어기~ 면사무소까지만 같이 갈께" 합니다.
면사무소 근처에 다다를 무렵, 멀리서 시골버스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이니 소년은,
" 엄마 저차타고 갈게요~ " 하면서 한달음에 버스정류장을 향해 달려갑니다.
아이와 함께 걷던 어머니는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아이를 태운 버스는 멀어져가고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게 됩니다.
아이가 멀어져가는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던 어머니는 뒤로 돌아 아들과 함께 걸어온 발자욱을 보더니
아들의 발자욱에 자신의 걸음을 하나씩 하나씩 포개며 집으로 걸어 돌아갑니다.
한참 시간이 흐른뒤 아이들과 집에 내려온 며느리에게 회상하듯 말해주는 이 내용에서,
부모의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져 눈물이 하염없이 나오더군요.
우리네 인생도 이런게 아닐지.. 살면서 그때그때 사랑한다 말하고 표현해야 하는거 같아요..
울컥해지는 글이네요. 이렇게 공감가는 자동차글은 처음인 듯싶습니다.
입대할 때, 버스를 타고 뒤를 돌아보니 마을 입구 버스 정류장에서 아버지 품으로 쓰러지시던 어머니 생각니 나네요.
세 아들을 똑같이 군대를 보내셨는데, 환갑도 못보시고 가신 어머니... 언제나 같은 마음이셨겠지요.
콧수염이 돋아나는 아들녀석 볼에 가끔 입맞춰주기도 하는데, 그러다가 흠칫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합니다.
저는 제 아버지의 몸을 처음 만져본 게 마흔네살이었는데 말이죠.... 이런 게 세대차이란 건지...ㅋ
아드님이 씩씩하게 군복무 마치고 제대하길 기원합니다. 아들의 체취가 담긴 차를 몰면서도 즐겁고 안전하시고요...
저도 가끔 생각나는 말, 영화 <2012>에 나오는 대사; 시간이 더 있을 줄 알았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나름 요원(!?) 출신이라 4주 기본군사훈련만 받았는데, 훈련소에서 받은 어머니의 편지를 열자마자 눈물이 주루룩 나더군요. 여자친구(현재는 아내)의 편지 보고는 눈물이 안 나던데 말이에요.
아드님께서 훈련 받고 휴가 나올 때까지 익렬님께서 차 관리 잘 해 주시고, 아드님은 나오셔서 그 차 재미나게 타다 들어가고.. 그러면 되겠네요. :) (어렵사리 차 이야기로 마무리...)
잘 견디실 줄 알았더니 많이 허전하시군요.
그 마음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겠습니까.
저도 6세 아들이 있으나 군대 보낼 생각하니 갑갑해집니다.
그런데도 일부 여성들이 군대는 3년은 해야한다는둥, 하루에 영어단어 3개씩 3년이면 취직준비 될거라는 둥 그런 이야기 들으면 혈압이 확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