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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이름은 청이 입니다.

휴우~
작년 이맘 때 마지막으로 피워 문 담배가 갑자기 땡기는군요.
2001년 가을이었을 겁니다. 어느 맑은 날 강남역 근처 골목 어딘가에 세워져 있던 진청색 투스카니 엘리사 수동의 강렬한 임팩트는 지금도 생생합니다.
17인치 휠, 붉은색 캘리퍼, 어딘가 달라보이는 6단 노브...
당시 옆에 있던 친구에게는 '에이 뭐 티뷰론이 어디가?' 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2004년 봄, 일터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진청색 엘리사를 보자 그 날의 기억이 다시 머리를 때리더군요.
바로 그 주말 키를 건내 받았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꾸며가며 신나게 달렸습니다.
어쩌다보니 베타엔진 과급 차량들과 달리는 일이 많았는데, 같이 잘 달리던 차들이(물론 사이좋게 앞뒤 봐주며 달리진 않았죠) 어느순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오너들도 업체들도 노하우가 쌓일대로 쌓여서 그런 모습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우나, 당시 인천공항에선 금요일 저녁마다 렉카 없는 날을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면 과장일까요? ^^; 한참 투스카니 과급 열풍이 불던 때라 셋팅이 성숙해질 때까지의 과도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가까운 지인들의 차량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건
1. 1월 칼바람에 영종대교 정 중앙에서 블로우한 델타 과급과(설 연휴 마지막에 가진 술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차 얘기만 하다가 끝내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튀어나가, 술을 마시지 않은 두 명의 차에 6명이 나눠타고 달리다가 당한 봉변입니다. 당시 저는 다른차로 먼저 지나가서 감기는 면했습니다.ㅋㅋ)
2. 트렁크에 굴러다니던 윈도우 클리너(스프레이 타입)와 입고있던 점퍼로 겨우 초기진화에 성공했던 베타 과급 차량입니다. 지금도 그 때 생각하면 아찔하군요. ㅎㅎ
한번은 90년대를 풍미한 일본 순정 터보차와 붙은일이 있었는데, 공항 고속도로가 끝날 때 그 차 뒤로 피어오르는 흰연기가 지금도 눈앞에 또렸합니다. 터빈에서 뿜은 오일의 양이 어느정도 였는지 오일압 경고등이 들어왔더군요. 그 차는 후일 독일산 모 스포츠세단(정확히는 쿠페겠네요)과의 성능비교로 모 사이트에서 설왕설래 하다가 '순정 대 순정 오토 대 오토로 함 붙자!' 해서 선수로 출전했던 모습을 우연히 본 터라 더 기억에 남습니다. 제차와 달렸던 날의 문제는 물론 관리상태와 셋팅의 오류였겠으나, 과급으로 주어지는 황홀한 토크감의 양면성을 환기시켜 준 또 다른 에피소드 입니다.
렉카를 기다리는게 일상이 되니, 어느 순간부터 팩토리 사양이 아닌 애프터마켓 과급 셋팅에 다소 거부감이 생긴 저를 발견하게 되더군요. 사실 그 차량들의 문제는 부족한 셋팅의 결과였고, 기술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지금까지도 알레르기 형태로 제 안에 남아있을 정도인걸 보면, 당시에 퍼진 엔진이 숫자가 꽤 되기는 되는것 같습니다.
그런 저런 이유로 파워 튜닝과는 일정거리를 둔 덕에, 주말에만 이용하며 쌓은 적산거리 55000키로가 오히려 고회전으로 점철되는 아이러니를 낳았습니다. 세컨카로서 고속 주행만이 목적이었던 대다가, 수많은 공도의 적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파워는 자연스럽게 항상 풀로드 주행을 유도하게 되는 조금은 억지스런 뭐 그런... ㅡ.ㅡㅋ
잘 다듬어진 엘리사 수동 흡배기 셋팅의 최고속은 대략 GPS기준 240-250선이 되는데, 주로 이용한 공항고속도로와 송악IC ~ 서서울 톨케이트 구간은 각각 7분, 15분 정도가 평균적으로 소요됩니다.(가끔 찍어본 동영상으로 확인하니 그렇더군요) 2004년 여름부터 18개월여를 거의 매주말 거르지 않고 유사한 주행환경으로 델타 엔진을 돌렸습니다.
마지막 무대는 역시나 사연 많은 공항고속도로가 될 수 밖에 없었을까요?
2006년 초 어느날 나홀로 주행을 마치고 서울방면 톨게이트를 지났습니다. 언덕을 신나게 오르고, 이어지는 내리막에 더 흥이 오르던 중 갑자기 가속페달은 허당이 되고, 회전계는 5000 즈음에서 오갈 데를 못 찾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올것이 왔구나.. 후후... 룸미러로 뒤를 보니 소독차로 변한 청이..ㅡ.ㅜ
팔장끼고 다른 오너들의 우울한 얼굴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그 자리에서 나도 추위에 떨며 렉카를 기다리자니... 오만가지 생각이 왔다 갔다~~ ㅋ
칼로 흥한자 칼로 망한다고 했던가, 마치 다른 엔진 퍼지는게 목적인양 달려대더니.. 결국엔 스스로도 블로우로 끝나는군. 훗.
아쉬웠던건, 이렇게 블로우 시킬거라면 중고 엘리사 3대가 한대로 합쳐지는 동안(연식/상태 좋은 녀석은 1500정도 하죠) 뭐하러 순정엔진을 고집했더란 말인가... 수 많은 파츠들과 셋팅을 반복해가며 최초 풀 흡배기 180마력을 200마력까지 쥐어짜긴 했지만,(순정은 150마력 전후) 서지탱크부터 배기 포트까지 만큼은 손 한번 대지않은 그야말로 순정 사양이었습니다.
애시당초 '왠만해서 블로우 하지 않는 강력한 파워!!'가 목적이 아니라, '타이어는 열받아 터져도 엔진은 블로우 하지 않는것' 자체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실망이 더 컸던것 같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아찔한 순간을 함께한 친구에 대한 예우로 엔진을 포함한 모든 소모품을 싹 다 교체하고 셋팅 잘해서 곱게 보냈습니다.
그 날 이후 달리기를 목적으로 하는 차 만큼은 현대엔진 얹은 놈은 들이지 않겠다고 마음 먹기도 했습니다만, 앞으로 또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전화 한통이면 모든 부품이 바로 준비되는 자국산 메이커의 강점은 분명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
마지막으로 본문 제목의 답으로 정리하자면,
최고급 합성유에, 오로지 고급유, 단 한번의 오버런도 없이 ㅁㅊㄴ 소리 들어가며 관리해도 55000키로를 최고속 주행으로만 점철하면 델타 엔진 컨로드는 뿌러지더라... 정도 되겠네요. ㅎㅎ
2007.09.06 03:01:31 (*.100.220.91)

최고급 합성유에, 오로지 고급유, 단 한번의 오버런도 없이 ㅁㅊㄴ 소리 들어가며 관리하면
HONDA 엔진은 배신하지 않겠죠 ^^
그런데 제생각에...
엔진이란놈은 흡기필터로 시작해서 앤드머플러 팁으로 끝난다고 생각합니다..
고로 헤드커버를 열지 않았다 한들 흡배기 했으면 이미 엔진에 손 댄겁니다..ㅎㅎㅎ
HONDA 엔진은 배신하지 않겠죠 ^^
그런데 제생각에...
엔진이란놈은 흡기필터로 시작해서 앤드머플러 팁으로 끝난다고 생각합니다..
고로 헤드커버를 열지 않았다 한들 흡배기 했으면 이미 엔진에 손 댄겁니다..ㅎㅎㅎ
2007.09.06 09:21:22 (*.192.187.141)

그나마 국산엔진중에선 델타엔진이니 그정도 버틴걸수도... -ㅇ-;;
보증기간안에 망가져서 그나마 다행이였겠네요 ;;;
보증기간안에 망가져서 그나마 다행이였겠네요 ;;;
그래서 BK가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