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가 종종 가는 까페에서 어느 회원 한분이 차종 선택에 대한 질문을 올리신 적이 있습니다.

 

다른 분이 스포츠카를 타려면 드라이빙 스쿨을 이수하라고 조금 심하게 권하면서 게시판이 좀 시끄러워졌었습니다.  

 

그 후 나름대로의 생각에 대해 적은 글을 여기에도 올립니다.

 

처음엔 가볍게 쓰려고 시작한 글인데 좀 길어져서 몇 편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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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웹서핑을 하다가 어느 동호회 게시판 링크를 통해서 오래전 한국인 최초로 파리 다카르 랠리에

 

참가했던 분의 블로그를 발견했습니다.   

 

그분 블로그의 글을 읽다보니 “인기동영상 ‘운전의 달인’ 그가 진정한 달인일까요” 라는 포스팅이 있더군요. 

 

유튜브의 지난해 자동차 분야 최고 인기 동영상으로 선정된 Ken Block's Gymkhana THREE 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이 동영상이 올라오고 나서 곧바로 화제가 되었지만 지난해 말

 

“운전의 달인”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다양한 매체에 소개되면서 차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분들도 보게

 

되었을겁니다. 

 

 

 


이 분도 그때 국내 뉴스에 소개된 것을 보시고 그 포스팅을 작성하신 것 같더군요.  이 분은 켄 블락의 동영상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표현하고 계셨습니다.


“아무튼 이런 엉터리의 미쳐 날뛰는 동영상에 나오는 동작을 운전을 좋아하는 분들,특히 젋은이들은 따라하지 마십시오.저것은 경주기술이 아닌 경주기술을 좀 아는 친구가 발작하는 동영상일 뿐입니다.
(중략)
다시한번 강조하거니와 ‘운전의 달인’에 나오는 동영상의 기술은 운전 달인의 기술이 아닙니다.  우리들 본인도 미쳐 날뛰기로 마음만 먹으면 캔 블록 그 보다 더한 발작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서킷에서 경주하는 중견선수들도 미치기로 작정하면 다 할 수 있습니다.  제발 여러분 이 동영상은 미친 무당 굿 보듯 하고 절대 따라하지 마십시오.”


라는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전문을 퍼오지는 않았지만 특정부분만 편집하여 한쪽으로 몰고가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켄 블락의 운전은 잔재주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 포스팅의 내용이었습니다.


아마 언론사 측에서는 무슨 개그 코너를 본떠 ‘달인’이라는 표현을 썼을 뿐이고 저 분은 그 말 그대로 받아들여서

 

‘저게 무슨 달인이냐’는 시각으로 글을 쓰신 게 아닌가 싶더군요.   실제로 저 글을 쓰신 분이 어느 정도로 운전을

 

하시는지 저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실제로 켄 블락 이상가는 영상을 찍을 수 있는 대단한 내공의 고수일 수도 있고

 

전혀 아닐수도 있겠죠. 

 

제가 생각하기로는 켄 블락의 영상과 운전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평가할수 있을겁니다.  

 

저 분은 상당히 안좋게 보셨고 그럴만한 이유도 있습니다.

 

저는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중 하나입니다.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분들에게까지도 상당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그게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연결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동영상에서 보여진 켄 블락의 운전은 저 글을 쓰신 분 말대로 고수들 입장에서 본다면 잔재주로 보일 수 있을겁니다. 

 

저는 그정도 레벨이 아니라서 그의 운전을 상당한 테크닉이라고 보는 쪽입니다만…  

 

사실 WRC에서 켄 블락의 성적을 보면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듯 유명도도 성적순은

 

아니죠.  랠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켄 블락보다 세바스찬 롭을 잘 알겠지만 보통의 카매니아라면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다른 드라이버 이름은 잘 몰라도 켄 블락은 알겁니다. 

 

지난번에 켄 블락이 짐카나 그리드라는 이벤트를 열었고 자신이 주최한 시합에서 태너 파우스트에게 패해 2위에

 

머물렀습니다.  유명도로 따진다면 태너 파우스트보다 켄 블락이 앞서지만 실력을 보면 태너 파우스트가 켄 블락보다

 

 한수 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제 주변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합니다. 

 

리스도 짐카나 그리드를 보면서 “켄 스스로도 태너한테 이기지 못할거라는건 뻔히 알고 있었을텐데...”라고

 

이야기했었죠.  라스베가스 도박사들이 Ken Block vs Tanner Foust 레이스 한판이 벌어진다면 대부분(아마도

 

거의 100%) 태너 파우스트쪽에 돈을 걸겁니다.  그만큼 실력에 있어서는 레이서 커뮤니티에서 누구나 켄 블락보다

 

태너 파우스트를 더 쳐준다는 것이죠.  그러나 전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과 함께 스폰서 홍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태너 파우스트보다는 켄 블락이 훨씬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알림으로써 이를

 

사업과 연결시키는 수완도 상당한것 같구요.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저는 그의 운전실력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고

 

오히려 홍보와 비지니스에 이용하는 적극성에 있어서 높게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아무튼 운전은 그 목적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평가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에게 운전은

 

이동을 위한 수단입니다.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나면 합법적으로 운전을 할 수가 있고 익숙해지고 나면 더 이상 운전의

 

발전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되지요.  그정도만 해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즐거움을 위해 운전하는 동호인들의 경우라면 어떨까요?  길에서 폭주에 가깝게 달리는 분들도 있을테고 밤이나

 

새벽시간에 인적이 없는 산길을 찾는 분들도 계십니다.  일반적인 운전자의 관점에서는 난폭운전이고 법적인

 

관점에서도 위반이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길에서라도 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이 점에서는 미국이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도로에서의 교통위반 벌금 낼 돈이면 트랙에 가서 충분히 즐기고

 

올 수 있으니까요.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동호회 이야기는 건너뛰고 레이서들의 세계로 잠깐 넘어가볼까요?

 

레이서들도 어떤 종목에서 뛰느냐에 따라 똑같은 운전을 해도 좋게 평가받을수도 있고 나쁘게 평가받을 수도

 

있을겁니다.   드리프팅의 경우 전통적인 레이스를 추구하시는 분들은 그리 좋게 평가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피드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라는 이유 때문이지요. 

 

게다가 순위도 랩타임이나 피니시라인을 누가 먼저 통과했는가가 아니라 심사위원의 판정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객관성도 부족합니다.

 

그리고 미끄러운 노면이 아니라면 큰 각도로 드리프트를 하면 당연히 스피드는 그립으로 돌 때보다 떨어지게 됩니다.  

 

게다가 빨리 가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차를 미끄러뜨리기 위한 드리프트를  구사해야 하니 클러치킥같은, 전통적인

 

모터스포츠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변칙적인 테크닉으로 후륜의 미끄러짐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드리프트 주법으로 로드레이스에 참가한다면 좋은 성적은 기대하기 어려워집니다.  때에 따라 어느정도의 드리프트가

 

유리할 때도 가끔 있을수는 있겠지만 전반적인 면에서 차에 걸리는 스트레스와 타이어 소모만 높일 뿐이니까요. 

 

로드레이스라 해도 어떤 경주인가에 따라 또 달라집니다. 

 

짧은 레이스에 익숙한 드라이버라면 12시간이나 24시간 내구 레이스에서는 초반에 전력질주하다 뒷심이 떨어져서

 

리타이어 할 수도 있죠. 물론 내구레이스에서는 몇명의 드라이버가 교대해가면서 운전을 하지만 체력안배와

 

차량보존이라는 전략은 짧은 레이스에만 익숙한 드라이버가 제대로 수행하기는 생각만큼 간단치 않은 부분입니다.

 

레이스 외에 영화나 광고 촬영쪽을 이야기해볼까요?  이 분야에서 스턴트 드라이버가 하는 일은 감독이 원하는대로

 

최대한 좋은 그림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실제 빠르기는 생각만큼 중요하지는 않지요.  실제로는 꽤 빨리 달렸는데도

 

화면으로 보면 속도감이 나지 않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멋진 영상을 담아내는 것은 스턴트맨 뿐만 아니라 촬영감독과 코디네이터의 역할도 큽니다. 

 

드라이버의 입장에서는 대체로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차의 거동을 일부러 크게 과장하는 운전을 하기도 하고

 

그냥 돌아나가도 될 코너를 큰 각도의 드리프트로 빠져나가기도 하죠.  물론 보여주기 위한 운전이므로 스피드를

 

추구하는 운전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잘하는 운전이 아니겠지만 영화, 또는 광고 촬영이라면 그 목적에 부합하는

 

훌륭한 운전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분야에서 간과하기 쉬운 것이 촬영차의 드라이버입니다.  

 

카메라의 움직임이 자연스럽도록 하기 위해서 대단히 부드럽게 운전해야 할 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꽤 높은

 

스피드를 내야 하는 것이 카메라를 장착한 촬영차죠. 

 

 

대부분 촬영차는 고성능 SUV에 촬영용 카메라가 달린 크레인을 달아서 사용합니다.  지붕에 촬영장비가 장착되므로

 

무게중심이 일반 SUV보다 더 높아진 차를 가지고 빠르면서도 부드럽게 달려야 하니 상당한 테크닉이 요구되지요. 

 

상황에 따라 작은 승용차를 쓰기도 합니다만 피사체가 되는 차와 함게 달려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운전기술이

 

요구된다는 점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운전환경으로 긴급자동차를 꼽을 수 있을겁니다.  예전에 CHP(California Highway Patrol) 아카데미를

 

취재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경찰관들이 직면하는 운전환경은 또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레이스나 영화촬영은 통제된 환경 안에서 진행되지만 실제 경찰 추격전에서는 완전이 예측불허인 상황도 자주

 

발생합니다.  게다가 운전을 하면서 동시에 교신까지 해야 하는 때도 있으니 때에 따라서는 레이서 이상가는

 

집중력과 테크닉을 필요로 하기도 하죠.

 

 

 

 

 

운전 테크닉은 상황과 입장에 따라 높은 수준이 요구될 수도 있고 일반적인 실력만으로 충분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일상생활에서 이동을 위한 운전으로 충분하신 분들에게는 굳이 드라이빙 스쿨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알아두면 분명히 큰 도움이 되고 긴급상황 발생시 사고 회피능력을 키워준다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만

 

스포츠카를 타려면 스쿨을 이수해야 한다고 지나치게 권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자동차를 좋아하고 즐기는 이유도, 관점도 다 제각각이기 때문이죠.    안드레아 보첼리는 운전을 할 수도 없는

 

사람이지만 엔진 사운드에 반해 람보르기니를 구입했다고 합니다.  때로는 스포츠카를 구입한 이유가 성능이 아니라

 

디자인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 차의 성능은 10%도 활용하지 않지만 멋진 외관과 기능적인 인테리어가 주는 미적인

 

측면이 주는 만족감으로 충분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게 과연 낭비일까요?  물론 자동차는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므로 이왕이면 잘 달릴수 있는 운전실력을 가진 사람의 손에서 더 가치를 발휘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차를 사는 이유와 취향은 다 제각각인 만큼 남의 만족감을 내 기준으로 뭐라할 필요도 이유도 없고 서로

 

존중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