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나 친구들 모임에서 여러명이 차 한대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보통은 제가 운전자를 자처합니다.   

 

운전을 즐긴다는 점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 차를 탔을때 불편한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이죠.  

 

자동차를 좋아하고 운전에 관심이 많다보니 다른 사람의 운전에 대해서도 좀 까다롭게 바라보는 것은 사실입니다. 

 

느리면서도 거칠게(난폭하다는 것이 아니라 차의 거동이 세련되지 못하게 움직이는) 운전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참

 

많거든요.     교통 법규를 거의 잘 지키고 과속을 하지 않는 분이라 해도 브레이크를 밟을때 차가 끄떡하고

 

감속한다거나(급제동이 아니라 일반적인 감속인데도 말이죠), 프리웨이에서 평지를 정속으로 직진하는데도

 

쓸데없이 가속페달을 밟았다 놓았다 하는 분들도 계시죠.  코너링중에 스티어링을 조금씩 감았다 풀었다하면서

 

방향을 잡아나가는 분들도 종종 있구요.  이렇게 운전하시는 분들의 차에 타고는 단순한 이동을 해도 멀미가 나기

 

쉽습니다.   과속을 하거나 빠른 코너링을 하는 분들이 아니라서 본인들은 느끼지 못하지만 사실은 무척 거친 운전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지만 막상 이런 부분은 함부로 이야기해주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법규도 그럭저럭 잘 준수하고 과속이나 난폭운전을 하는 것도 아닌데 운전이 거칠다고 이야기하면 무슨 말도안되는

 

이야기를 하는가 싶겠죠.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남자들은 자기가 꽤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조언을 구하지도 않았는데 누군가가 자신의 운전에 대한 지적을 하면 기분이 좋을리가 없습니다.  

 

좋은 뜻으로 얘기해도 오지랖만 넓은 사람 되기 딱 좋은거죠.  

 

그래서 정말 같이 다니기 너무 위험하겠다 싶은 경우가 아니면 제가 먼저 운전에 대해 조언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웬만해서는 그사람이 운전하는 차에 타는 것은 스리슬쩍 피하려고는 하게 되지만요.   

 

운전에 대해 누군가 제게 조언을 구한다 해도 좀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예전에 정말 운전실력이 형편없는 사람 옆에 탄 적이 있었는데 그 사람 정말이지 제딴에는 꽤나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더군요.  그날 저는 정말 타국의 산길에서 인생 로그아웃 하는줄 알았습니다. 

 

대체로 이런 사람들은 옆사람이 겁먹은 듯 하면 자기 운전이 대단해서 그런줄 알고 더 기세등등해지는 경우가 있어서

 

그냥 모든 조작을 조금 부드럽게 해보라는 조언을 하면서 끝까지 버텼습니다.  자기 운전이 어떠냐고 물어오는데

 

굳이 솔직하지 않아도 될 자리에서 괜히 솔직해져서 감정 상하게 만들 필요는 없을것 같아서 그냥 잘하는 편인데

 

좀 부드럽게 해보도록 하면 좋겠다는 정도로 얘기하고 몇가지 설명을 추가로 해준 뒤 넘어갔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운전에 있어서 남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리 대단한 수준에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스스로의 평가로는 중급자 정도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자신하는 부분이 하나 있다면 계속 스스로의

 

운전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계속 해왔다는 점이겠지요.  제가 쏟은 만큼의 노력을 운전에 재능을

 

가진 분이 기울였다면 지금의 저보다 훨씬 나은 실력일겁니다.  

 

 어찌되었건 취미로서도 그렇지만 자동차 저널리스트라는 부업때문에라도 운전실력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종종 운전실력을 재점검하고 다듬을 기회도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보통의

 

운전자들보다는 조금이나마 더 잘해야겠지요.  그렇지 못하다면 너무 서글퍼지잖아요?

 

제 경우 스피드를 어느 정도 즐기기는 하지만 겁이 많기 때문에 자동차 동호회에서 흔히들 이야기하는 y00의 영역을

 

경험해 본 적은 손에 꼽는 정도입니다.   고갯길에서는 조금씩 달리는 편이지만 시야가 확보된 곳에서라도 차선은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두 차선을 쓰거나 중앙선을 넘어 달리는 것이 습관화된 사람이 갑자기

 

한 차선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닥치면 당황하거나 사고로 연결될 수 있으나 한 차선 안에서 라인을 타는

 

연습을 하면 그런 가능성이 훨씬 줄어들지요.


레이스에는 아주 오래전, 용인 트랙이 비포장에 반시계 방향으로 돌았을 시절에 기아 원메이크전 출전 한 번이

 

전부이고 그 외로는 트랙데이와 타임 트라이얼, 슬라럼 등에 참가를 몇 번 했었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도움이 되어서인지 지난해 모터 프레스 길드 트랙데이에서 카트 시간기록을 보니 저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꽤 좋은 시간기록을 내서 나름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평균적인 미국인 저널리스트들보다

 

제가 체구도 작고 몸무게도 가벼우므로 카트에서는 이러한 이점이 상당히 크게 작용한 점도 분명  있었겠죠. 

 

출력이 같다면 중량이 적은게 훨씬 유리하니까요. 

 

아무튼 자동차 저널리스트라는 일을 하면서 얻은 많은 수확중 하나로는 정말 운전 고수들이 모는 차에 동승할

 

기회가 가끔 있다는 점입니다.  운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그냥 흥미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르겠지만 저같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소중한 기회지요. 

 

그간 제가 트랙에서 동승해본 유명 드라이버를 꼽자면 우선 생각나는 분들만 해도 꽤 됩니다.

 

리처드 안티누씨(인디카 시리즈 드라이버), 로베르토 가레로(80년대 F1, CART, 인디애나폴리스 드라이버) ,

 

토미 캔달(SCCA 트랜스앰 시리즈에서 활약했고 다른 GT카 레이스에서도 많이 출전했으며 스피드 채널의

 

테스트드라이브를 비롯한 많은 방송에 호스트로 활약), 크레이그 스탠튼(GT 카 드라이버.  롤렉스 시리즈와

 

ALMS 등에서 활약), 짐 메로 (GM의 테스트 엔지니어이자 레이서로 뉘르부르그링 노르드슈라이페에서 콜벳

 

ZR1 으로 양산차 기록 수립), 새뮤얼 휴비넷(포뮬러 드리프트 챔피언), 스테판 버디예(포뮬러 드리프트,

 

글로벌 랠리크로스 출전선수) 등이 있겠군요.  글구보니 울 사장님 운전을 트랙에서 동승해보지 못했군요. 


아무튼 이분들 외에도 무명의 테스트 드라이버나 아직 유명해지지 않은 레이서 등 엄청난 고수들의 운전을 옆에서

 

느껴볼 기회는 상당히 많이 있었습니다.  부드러움을 기조에 깔고 있다는 바탕은 같지만 이분들의 운전은 모두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누가 잘하고 못하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스타일에서 약간씩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죠. 

 

화풍이 비슷한 화가들이 모여있다 해도 각기의 그림에 개성이 있듯이 운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다른 사람과 운전을 똑같이 하는 드라이버를 본 적은 없습니다.  (그런 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아니라 아직까지 제가 눈으로 보지는 못했다는 뜻입니다.)  성대모사를 하듯이 다른 사람의 운전을 아주 흡사하게

 

복제해내는 운전자들은 가끔 봤지만요. 

 

아무튼 고수들의 운전은 기본적으로 극한의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비슷합니다.  때에 따라 일부러 거친

 

조작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차의 거동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능력을 바탕에 깔고 있지요. 

 

일반적으로 느린 운전이면 부드럽고, 빠르게 달리려면 아무래도 거동이 빨라져야 하니 거칠어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제 주변에는 빠르면서도 부드럽게 운전하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제 주변에 운전을 잘하는 분들을 꼽자면 우선 저희 회사 사장인 리스 밀렌은 월드 드리프트 챔피언을 지낸 분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고 드리프트가이 준맹의 주인공인 맹준우 선수도 저와 친합니다.

 

자동차 동호회를 통해 알게된 박강우군의 경우 쟁쟁한 아마추어와 준 프로 드라이버들이 참가하는 혼다 S2000

 

챌린지에서 도로용타이어로 슬릭타이어를 끼운 차를 뛰어넘는 코스레코드를 수립하기도 했죠.   

 

예전에 함께 자동차 영상을 만들던 후배도 본듀란트 드라이빙 스쿨을 수료했고 친한 친구 중에 짐 러셀 스쿨 출신도

 

있습니다. 정비소를 운영하고 있는 친한 친구는 미국에 오기 전 우리나라에서 아마추어 레이스에 자주 참가해온

 

드라이버 출신입니다.  이런 분들이 운전하는 차에는 아주 편하게 동승을 할 수가 있죠.  

 

이분들의 운전에서 공통점을 찾자면 상당히 부드럽다는 것입니다.  어느 순간에 브레이킹이 시작되는지, 언제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했는지를 옆자리나 뒷자리에서 느끼지 못하며 코너링시에도 원심력이 갑자기 증가하거나

 

감소하지 않도록 스티어링을 아주 부드럽게 조작하지요. 속도가 빨라져도 부드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조작스피드는 빨라지더라도 움직임이 바뀌는 그 시작과 끝을 잘 처리하기 때문이죠. 

 

보통의 운전자들은 대체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친지들, 그리고 학교 동창들, 교회분들, 동호회에서

 

만난 분들같은 일반 운전자들 중에는 느리면서도 거친 드라이버들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단지 자신의 운전이 거칠다는 사실을 스스로는 전혀 느끼지 못할 뿐이지요.  과속이나 난폭운전을 하는 것도

 

아닌데 동승자가 멀미를 하는 경우가 많다면 자신의 운전이 거친 것이 아닌가 한번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