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오일팬의 경우, 드레인플러그에 알루미늄 와셔가 들어가서 체결이 됩니다. 그리고, 드레인플러그를 풀면 이 와셔를 교체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그러나 보통, 몇 차례 더 써도 되니까 그냥 쓰다 보면, 언젠가는 이 와셔가 없는 것과 똑같은 종잇장이 되어 버립니다. 그래도 대체로는 문제가 없지요. 저도 한두번 와셔를 갈아주긴 했었는데, 정기적으로 갈아준다거나 하지는 않고 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올여름에 일이 터졌습니다.

여느 때처럼 출근하는 길, 월정기주차장에 들어가서 차를 세워두고 회사로 갔습니다. 밤이 되어 퇴근하러 주차장으로 가서 차로 다가가는데, 주변 바닥 색상이 짙은 갈색 액체로 덮여 있습니다. 일단 X된 거죠. 차에 올라서 살짝 시동을 걸어봤습니다만, 바로 오일압력경고등 들어와서 껐습니다. 역시 엔진오일입니다. (확인방법 치고는...... orz) 일단 포기하고 뚜벅뚜벅 집으로 향했습니다.

다음날, 집에 있는 엔진오일 4통 들고 출근했습니다. 점심때 회사 신문지 삭 걷어서 주차장으로 가서 차 주변 오일 위를 다 덮어준 다음, 저녁에 김순익님 꼬셔내서 다음 작업을 하러 갔습니다. 종이박스도 하나 들고, 신문지도 좀더 챙겨서 갔지요.

덮어놓았던 신문지 걷어서 박스에 담고, 뺀 와이퍼 갖고 다니던 것으로 비질해서 오일 긁어모아서 신문지에 싸서 박스에 담고, 차 밀어서 건너편 주차칸까지 옮기고 바닥 부분의 오일을 긁어담고, 만능클리너로 박박 바닥을 닦은 다음에야 간신히 차 바닥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오일팬을 보니 드레인플러그가 비죽 솟아 있었습니다. 딱 출근할 때까지만 버티고 주차한 다음에는 오일이 샐 정도로 풀린 것이었죠. 바퀴 옆으로 팔 밀어넣고 되는데까지 조이고 오일을 다 부었습니다. 일단 새지는 않더군요.

정말 한여름밤의 삽질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자기 일처럼 도와주신 김순익님께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나중에 단골샵에 가서 떠서 보니 그래도 살짝 오일방울이 맺혀 있길래, 손가락으로 구멍 막고 잽싸게 와셔 갈아끼우는 민첩한 작업으로 일단 마무리하였습니다.

알루미늄 오일팬이 달린 차라면, 오일 갈 때 한번씩 와셔 갈아주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