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15년쯤 전의 일로 기억합니다. 제 첫차인 76년식 비틀을 타고있을 때였죠.

용인에 일이 있어서 경부고속도로에 진입을 했습니다.  영동고속도로로 바꿔타는

인터체인지에서 정체 서행중이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는데 갑자기

가속페달이 덜커덕 바닥에 눕더니 일어날 생각을 안하는 것이었습니다.  

시동은 꺼지지 않았기에 클러치만으로 갓길에 차를 뺏습니다.  뚜껑을 열어봤더니

액셀러레이터 케이블이 좀 늘어져 있었습니다.  손으로 당겨보니 쑤욱 뽑혀나오더군요.

여분의 케이블은 가지고 있었지만 문제는 공구였습니다.  

트윈카뷰레터로 개조를 해놓은 터라 카뷰레터쪽 끝단쪽이 2mm 육각렌치로 풀어내야

했는데 그 공구가 없었던 거죠.  케이블이 카뷰레터쪽 끝단에서 끊어졌다면 철사로

연결하여 응급처치라도 했을텐데 끊어진 부분은 페달과 연결하는 쪽이었습니다.

우선은 공회전을 높여서 용인까지 어떻게 어떻게 간신히 도착했습니다.  

용인쪽에서 수소문해보아도 당시 2mm 육각렌치를 가진 분은 없었습니다.

그때 떠오른 생각이 어떤 방식으로든 필요할때 케이블을 당기고 놓아줄 수만 있으면

우선 서울까지 가는데는 별 문제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히터 케이블을 액셀러레이터 케이블과 묶어서 엔진출력을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기어 넣고 히터레버 당기면서 클러치 놓고, 히터레버 내리면서 클러치

밟고 변속하고 하는 식으로 무사히 서울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