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김성환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다소 지나치게 표현된 부분이 없지 않나 싶군요. 과연 테드에서 이 게시판의 존폐 여부까지 거론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동섭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테드에는 김성환님께서 우려하시는 부분에 대해 각자의 인식을 갖고 계시고, 다른 이와 다른 차에 대한 배려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원칙 속에서 공도와 서킷에서 달리고 계신다고 믿고 있습니다.

'배틀, 또는 겨루기 혹은 공도 레이싱'라는 표현으로 만들어진 그 단어 자체에 대한 적절치 못한 지적이라 한다면 조금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단어를 통해 어떤 상황을 생각하고 떠올릴 뿐입니다. 상대 차와 내 차의 차이를 인지하고 기분 좋게 달리는 것 에 대한 것이랄까요(적어도 '편의상', 그리고, 딱히 요 단어에 대한 대안이 아직 떠오르지 않습니다.)
달리 말하면, 다른 車 또는 드라이버가 내 운전에 동기를 부여해 주고, 상호 작용을 하는 거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네요.

생각의 차이일는지는 모르지만 공도를 달리든 서킷을 달리든 반드시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달린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지는 않으나 최악의 상황 또한 항상 염두하고 대비하며 달립니다.
달리기 위한, 달리는 준비며 과정이 우리에겐 즐거움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않다면야 흔히 이야기하는 '폭주족' 부류와 하는 짓이 다를 바가 없다 할 수 도 있겠죠. 시민들의 당황하는 모습을 즐기며 일탈의 쾌감을 쫒는 그런 것 말입니다.

무엇보다 정치란 게 늘 조심스런 이슈이고 더욱이 이곳에서 거론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일단 운전자들을 공로로 내 모는 문화 얘길 하자니 어쩔 수 없군요. 우리는 車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조세 불균형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며, 그럼에도 늘 많은 유/무형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살고 있습니다.

연례행사화 된 '튜닝 단속', 불량 튜닝파츠를 만들어내는 건 제조업 보호차원에서 건드릴 수 없고, 제대로 된 기준을 만드는 데에는 관심조차 없습니다. 과태료 걷어내기 급급해 보입니다. 멀쩡한 차, 왜 손대냐는 식의 논리에 지칠만큼 지쳤구요.

뭐니뭐니해도 가장 좋은 것은 서킷 또는 드랙스트립에서 안전하게 달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PWRS 이후 안산도 이제 아예 못 쓰게 되었죠. 있는 서킷도 못쓰고, 짓는 서킷도 선거날 귀챦음 무릅쓰고 찾아나설 표심에 따라 이리저리 쓸려다닙니다. 요즘 대외 신인도 운운하는데, 몇 번 씩 공중분해시킨 모터스포츠 유치, 사기업의 시행착오로만 돌릴 문제인지, 정부와 대중의 책임 정말 없는 건지, 궁금합니다.

매일 밤 자유로, 녹산, 오창, 성서 등 전국 각지의 벌판으로 불나방같이 모여드는(죄송합니다. 저도 불나방같이 모여드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_-) 사람들 망나니 취급하고 쫒아내려고만 하지, 왜 저사람들이 그리도 모이고 싶어하는지 관심 갖고 나서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 하네요. 물론 외국처럼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할만한 힘을 모으지 못한 것은 자동차 문화의 테두리에 포함된 우리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점, 반론의 여지 없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뒤에서 밀어붙이는 '보통' 승합차나, 덩치 지상주의, '사고 나면 차라리 엑셀 한번 더'라는 섬뜩한 생각이며 하위 차로를 남겨둔 채 멋대로 차로를 점령하고 다니는 화물차들이 과연 안전한 지, 속도 제한은 있으나 제동 제한은 없으니 어디서든 손님 태우겠다고 끼어들고 멈춰대고 돌려대는 영업용 여객차량은 괜챦은 것인지, 제한속도 안 넘기고 여기저기 사람들 불쾌하고 당혹스럽게 하고 다니는 차들이 괜챦은지, 도로의 흐름과 상대車, 보행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이 잘못 운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 채로 그냥 살아가도 되는지, 의문입니다. 이것이 정녕 자동차문화의 단편이라고 한다면, 사라져야 할 문화 속에 먼저 담아야 할 일이 너무도 많습니다.

우리는 어디를, 어떻게 가게 되더라도 운전이란 것이 A에서 B지점을 이동하는 것, 그 이상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면 더더욱 그렇죠. 우리 스스로 남산에서, 중미산에서 또는 어딘가에서 달리며 운전하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멘토와 선배들의 조언을 접하게 되고, 그것을 통해 관심갖지 못했던 필요한 부분에 대해 파헤치고 공부하며 운전과 마인드를 다듬습니다.
그럴 수도 없는 일이지만, 공로에서 달리는 사람 붙잡고, 무조건 "간 튜닝이나 차량 테스트는 서킷 가서 해라"라고만 할 수 있을까요? 과연 공로와 서킷, 이분법으로 나눌 문제인지 의문입니다. 둘의 유기적인 관계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공도에서 배틀이든 스포츠 드라이빙이든지 간에 결국 상황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누리는 것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철저히 드라이버 개개인의 몫이라는 점 또한 강조하고 싶습니다. 엄밀히 말해 그 테두리를 정하는 것은 개인의 교양과 양심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국가에서 형평성 있게 전체를 묶는 획기적 시스템이 나온다면, 그리고 법제화 된다면, 좋고 싫음을 떠나 그리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구요.

지루하고 두서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