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류청희입니다.

난데없는 프로젝트, 연이은 추석연휴에 결혼준비에 대차작업까지 겹쳐 황당한 3주를 보내고 이제야 정신이 들었습니다. 신혼집 인테리어 때문에 잠시 머물고 있는 본가 주차장. 비내리는 아침, 바람이나 쐴까 하고 나와봤더니 낯선 빨간색 현대 i30이 한 대 서 있습니다. 몽글몽글 맺혀있는 빗방울들이 갓 왁스를 입힌 듯한 꼴. 차를 처음으로 제대로 본 오늘은 현대 i30의 주인이 된 지 1주일, 정확히 8일째 되는 날입니다.

i30의 오너가 되면서 몇가지 거짓말을 한 꼴이 되었습니다. "현대가 국내 시장 넘버 투가 되는 날까지 현대차를 사지 않겠다!", "은색 차 최고! 내 차는 앞으로도 쭈~~욱 은색이다!", "내 이름으로 된 세 번째 차부터는 수입차를 탈 것이다!" 등등... 지난 몇 년 동안 지인들에게 내놓고 한 얘기들이라 아주 난감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러나 저도 이런 거짓말쟁이가 될 줄은 정말 계약하는 날까지도 생각을 못했습니다. 차는 제 명의이지만 돈은 회사에서 내는 것이기 때문에 저에게는 별다른 결정권이 없었거든요. 제가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색깔' 뿐이었습니다. '색깔'.... 여지 없이 발휘된 삐딱선 정신으로, '이 차는 내 차가 아니다!'라는 의지의 표현을 불사른 탓에 결국 저는 은색이 아닌 빨간색 i30의 오너가 되고 말았습니다.

인수하고 나서도 i30은 추석연휴 전까지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물론 운전석에는 제가 앉았습니다만) 이리저리 종횡무진했습니다. 적산거리 이제 750km 겨우 넘은 상태에 이미 한 차례 엔진오일 교환에 스프링 교체+얼라인먼트, 언더코팅 작업이 휘리릭~ 진행되었습니다. 아마도 다음주쯤에는 또 한 차례 엔진오일 교환이 있을 것이고 다음달 초, 신혼여행을 갔다 오고 나면 휠과 타이어가 바뀌어 있을 것 같습니다. 모르긴 해도 칩튠을 통한 출력향상 작업과 운전석 시트 교체작업도 올해 안에 진행되지 않을까 싶네요. 흐흐. 이 모든 것이 제 의지와는 전혀 상관 없이 진행되는 일들입니다.

하여간, 정신적으로는 '이 차는 내 차가 아니야~'라고 자꾸 거부반응을 보이지만 몸은 슬슬 새차에 익숙해져가고 있습니다. 디젤 특유의 갈갈거리는 소음, 1,500rpm을 넘어가면서 용트림하는 터보의 가속감, 애매한 기어비의 수동변속기 변속타이밍, 아이바흐 스프링으로 좀더 치밀해지고 정교해진 승차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차에 호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저도 노력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테드 스티커를 붙이면 효과가 배가될런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본의 아니게 현대차 오너가 된 트라우마...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는 고민해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