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딜러.수입사...등..각각의 입장을 잘 표현하는 글 같습니다..
오토타임스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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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업계의 표면적인 원프라이스 정책은 무너질 것인가.

공정거래위원회가 빼든 칼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고개를 숙이면서 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소비자가격을 하나로 통일하는 이른바 원프라이스 정책을 더 이상 고집할 수 없게 돼서다. 수입사는 딜러에 차를 건네는 가격만 정할 뿐 딜러들이 소비자에게 파는 가격은 통제하면 위법이라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그 동안 모든 수입업체들이 이 정책을 내세우면서 딜러 간 가격경쟁을 원천봉쇄하려고 노력해 왔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공식적으로는 원프라이스를 내세울 수 없다. 그렇다고 딜러 간 가격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는 건 시기상조다. 이제 공식적으로는 폐기됐으나 수입사의 강력한 가격통제는 다양한 방법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예상이다. '벤츠사태'를 계기로 원프라이스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살펴 본다.

▲소비자
공정위의 조치를 가장 환영하는 쪽은 소비자들이다. 어쨌든 가격담합구조를 확실히 깨는 조치를 공정위가 내려줬기 때문이다. 가격거품이 가장 많이 끼었다고 소문난 벤츠가 공정위의 첫 제재대상이 된 점도 상징적 의미가 있다.

소비자들은 공정위의 이번 조치가 수입차가격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딜러들의 자유로운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가격은 자연히 내려갈 것으로 봐서다. 일부 업체 영업사원들은 벌써부터 가격흥정에 나서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은 이제 되도록 많은 영업사원과 접촉해 견적을 낸 뒤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이에게 차를 사면 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소비자의 만족도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똑같은 차를 자신보다 낮은 가격에 산 사람이 언제든지 나올 수 있어서다. 가격체계가 무너져 남보다 차를 비싸게 샀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소비자의 만족도를 깎아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도 차를 사는 행위가 자칫하면 피곤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그 동안 수입차업체들이 원프라이스 정책을 내세웠던 이유 중 하나는 소비자보호였다. 언제 어디서 차를 사도 같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하는 게 소비자에게 좋은 일이라는 것. 하지만 이제 이 같은 이유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어졌고, 그에 따른 득실은 소비자의 몫이 됐다.

▲수입차 영업사원
일선 영업사원들은 혼란스럽다. 내놓고 가격을 깎아주자니 회사 눈치가 보이고, 할인을 안하자니 손님을 놓칠 판이다.

한 수입차 영업사원은 “수입사가 알면 불이익을 당할게 뻔해 가격을 할인해주기가 어렵다”며 “가격을 무너뜨렸다가 적발이 누적되면 퇴출을 각오해야 하는 만큼 공정위의 조치가 당장 판매일선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여전히 수입사의 영향력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소비자의 할인요구를 나 몰라라할 수는 없는 게 영업사원들의 고충이다. 많은 영업사원들은 리스 수수료에서 답을 찾고 있다. 리스비용의 3~5%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아 이 중 일부를 고객에게 돌려주면서 '찻값은 그대로 받지만 고객에게 할인도 해주는' 변칙을 구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문제가 많은 방법이다. 리스 수수료라는 게 결국 고객이 내는 돈이어서 고객 입장에서는 내 주머니에서 나간 돈을 돌려받으며 찻값을 할인받는 알쏭달쏭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시장이 왜곡되는 것이다.

▲수입차 딜러
딜러들은 공정위의 이번 조치가 부담스럽다. 어쨌든 그 동안에는 공식적인 가격경쟁없이 영업할 수 있어서였다. 하지만 딜러들은 영업사원과 마찬가지로 가격경쟁을 할 수도, 안할 수도 없는 딜레머에 빠졌다. 원칙적으로 딜러들은 가격경쟁을 피하고 싶어한다. 이는 결국 딜러 자신의 이익을 일정 부분 포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수입사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하다는 것도 큰 이유다. 판매가격을 지키지 않았을 때 구체적인 제재사항을 계약서에 명기하지 않았다고 해도 다양한 방법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것.

“수입사가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딜러 계약해지와 영업사원 퇴출만 있는 건 아니다. 신차 배정, 마케팅 지원, 판촉 지원, 부품 판매, 기술 지원 등 영업활동의 거의 모든 면에서 딜러는 수입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한 수입차 딜러의 말이다. 가격을 내려 팔면 수입사의 제재를 어떤 식으로든 각오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가격경쟁을 피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결국 실적에 쫓기는 딜러와 영업사원들이 가격을 내려 팔기 시작하면 이를 막기 어려워서다. 경쟁이 심해지면 사업권을 반납하고 사업을 포기하는 딜러들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수입사
수입사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섣불리 나서봐야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 동안 공공연히 원프라이스를 외치던 업체들은 하나같이 꼬리를 내렸다.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벤츠는 공정위의 조치를 받아들이며 지적내용을 시정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정부에 맞서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원프라이스는 정책이 아니라 권장사항일 뿐”이라며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정한 가격을 지켜줄 것을 권장하고 바라지만 어겨도 어쩔 수 없다”는 게 공식답변이다. 혼다코리아는 “가격을 할인한다고 딜러를 제재할 수도, 제재할 이유도 없다”고 답변했다. 다른 업체들도 공식적으로 이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벤츠사태 이후 각사는 딜러 사장단 및 마케팅 관계자들의 회의를 소집해 가격과 관련한 딜러들의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공식적으로는 원프라이스가 사라지겠지만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수입사의 강한 가격통제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편, 수입차업계에선 국산차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출범 당시부터 원프라이스정책을 공공연히 밝혀 왔다. 현대·기아, GM대우, 쌍용 등 국산차업체들도 사실상 통일된 가격을 기준으로 차를 팔고 있는데 이는 모른 체하고 벤츠에만 시정명령을 내린 것은 공평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 이후 수입차업계에 가격파괴현상이 나타날 지, 이 조치가 국산차업계에도 적용이 될 지를 모두가 지켜 보고 있다.      




출처: 오토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