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에 제가 사는 곳에서 600km떨어진 슈트트가르트 근처에 소재한 HGP에 방문했습니다. 토요일 새벽 3시에 출발해 Metzingen이라는 동네에 들렀다가 1시간 정도 운전해 HGP에 전화도 없이 그냥 방문해 봤는데, 마침 워크샾이 열려있었고, 스탭들이 식사중이더군요.


멀리서 왔는데, 샾 구경 좀 해도 되겠냐 나도 R32 매니어중에 한사람이다.했더니 지금 바베큐중이라 시간이 없고, 지금 자기들이 유일하게 휴식하는 시간이라 안된다고 나중에 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먹는데 방해하지 않고 그냥 워크샾 구경이라도 좀 하겠다했더니 안된다고 하면서 약간 짜증을 내더군요. 나중에 시간 약속 잡아서 다시 오라고... 한국인의 정서라면 뭐 이런 싸가지 없는 거만덩어리들이 다있나 하겠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독일에서는 시간 약속을 미리하지 않고 어디를 방문하면 퇴짜 맞기 일수이며, 그들의 입장에서 그런 행동이 전혀 무례한 행동이 아닙니다.


제가 워크샾을 구경하다가 뭔가를 훔칠 수도 있고, 혼자서 구경하다가 넘어지거나 해서 다치기라도 하면 엄청난 금액을 보상해줘야 하기 때문에 워크샾을 고객입장에서 혼자 거니는 것은 법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그러니 저에게 그렇게 제재를 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요. 아무튼 궁금한 것이 많았는데 제대로 해소는 하지 못한 아쉬운 방문이었습니다.


HGP는 폭스바겐의 VR6엔진의 전문튜너로 터보튜닝을 위주로 최대 600마력까지 출력을 높입니다. 100km/h까지 3초대에 마크하는 것은 물론 최고시속이 330km/h를 넘는 괴물 골프를 양산하는 굉장한 튜너들이지요. 이들이 튜닝한 트윈터보 R32를 폭스바겐 R&D에 선사해 롱텀 테스트를 해달라고 했을 정도로 배짱도 두둑하고 기술도 아주 대단한 친구들입니다.


워크샾 밖에 서있던 R32 역시 속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터보튜닝이 되어 있지 않나 추측되었고, 한국에도 500마력 DSG사양과 600마력 수동변속기 사양 두대가 들어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퍼카급 성능을 가진 골프를 가지고 싶은 매니어 입장에서 HGP이외에 특별한 대안을 전세계에서 찾을 수 없다는 입장에서 튜너가 고객 눈치를 볼 일이 별로 없을 정도로 전세계 골프 매니어들이 인정하는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부러운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 R32와 같은 엔진을 장착한 아우디 TT 3.2를 주로 튜닝하며 이전에는 2밸브 2.8리터 VR6를 주로 튜닝했었습니다.


인구가 수천명이 될까말까한 아주 조그만 동네에 소재한 이곳에서 전세계의 골프 매니어들이 동경하는 머신을 만든다는 차원에서 봤을 때 그들이 이정도 경지에 이를 때까지 부숴먹은 엔진으로 아마 동산을 만들고도 남지 않았을까 싶네요.

장인이 되기 위해선 정말 하나만 파고드는 끈기와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는 옹고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뭐 적당히 하다가 안되면 접을 수도 있고, 돈되는 장사도 많지만 그런저런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믿는 무언가를 위해 끝없이 정진하다보면 남들보다 분명 나은 기술력을 보유하게 되고 언젠가는 지구 반대편에서 튜닝을 주문하는 날도 오게 되는 것이지요.

전 그날 고객의 한사람으로서 모욕을 느낄 정도의 푸대접을 받았지만 그들을 원망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독일에서 한국식의 유드리나 즉흥적인 뭔가를 기대하는 것자체가 어리석다는 것을 이미 독일에서 살면서 그리고 일하면서 충분히 깨달았기 때문이며, 그들이 창조해내는 기술자체의 독보성과 그들이 그동안 흘렸을 땀방울에 대한 존경심 때문입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