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밤..열시반쯤,
상암경기장 주차장엘 갔습니다. 열시 이후엔 개방되어 있고.. 인적이 끊겨, 녀석의 운전교습을 해주기에 안성맞춤이라서요. 이엡이로 갈까~ 하다가, 이엡의 클러치 페달은 넘 가벼워 클러치 감각에 익숙하는데 방해가 될 듯 하여, 빨간앙마로 갔지요.

고2 인 녀석의 싸이즈는 180 cm 에 95kg 정도인데, 요즘 아이들은 다리가 길어 운전석 포지션을 한참 빼줘야 하더군요. 간단하게 포지션 잡는법을 설명해주고, 녀석의 큰 엉덩이를 빨간앙마 버킷에 구겨 넣었지요. 아주 처음부터 지대로 자세 잡은 듯. ㅋ

그란투리스모등 게임으로 고속에서의 컨트롤과 반자동 운전은 익숙하지만, 실제 수동운전은 처음이라 당연스럽게도 덜컥덜컥~ 시동 꺼뜨리기를 연발.. 슬슬~ 빨간앙마의 클러치가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아이들링 상태에서 클러치만 떼어 스타트 하는법을 일러주고, 논액셀링으로 주차장을 서너바퀴 돌게하고는.. 액셀링을 하면서 스타트하는 방법을 일러 주었습니다.

클러치가 붙는 순간 급작스럽게 놓아주니, 꿀럭꿀럭~ 을 연발.. 일반차 같으면 걱정 별로 없겠는데, 경기용인 빨간앙마여서.. 혹시 경기전에 문제가 생길까봐 조마조마.. 아주 작은 문제만 생겨도, 의외의 결과를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중간에 차를 바꿔올까..하다가, 금방 적응하겠지..하고 그대로 밀고 나갔습니다.

수동 초보의 경우는, 다른것 보다.. 정지/출발을 반복하는 일과,  주차가 제일 힘든일이라, 정차와 출발을 반복하면서 열바퀴를 돌아보라고 했더니, 서너바퀴째쯤 완전히 적응 하더군요. 다음번엔 옆자리에 동승해, 변속을 시도하도록 해 봤습니다. 처음엔 변속하는 동안 핸들을 이리저리 흔들더니, 두어바퀴쯤 돌고부터는 자연스레 해내더군요. ㅋ 녀석에게, 정지와 출발 변속까지 반복해가며 그만하랄때까지 주차장을 돌도록 해놓고, 내려 서서 담배 한대를 피워 물었습니다.




요즘..고3이 다가오며 느끼는 압박감과, 얼마전 제 생일날 무심했던 여자친구땜에 속상해 하던데.. 얼마전 학교대표로 나간, 독일어 낭송대회에서 라이벌 친구녀석에게 본선진출을 빼앗겨 기운이 빠져있던 녀석.. 매주말 밤마다, 녀석에게 작은 즐거움이라도 선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간간이 비추는 가로등빛 아래, 빨간앙마에 올라 타 주차장을 돌고있는 녀석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 스럽네요..

녀석은 뭔가를 배울때.. 시키는 대로 하는 스타일이라 금방 수동운전을 터득할거 같습니다.
다음 주말엔, 주차하는 법을 가르쳐줘야겠어요. 그제 한번 시켜보니, 어쩔줄을 모르고 앞뒤로만 왔다갔다 하더군요. ^^  돌아오는 길.. 녀석의 멘트..

" 아빠.. 세상의 모든 수동운전자가 갑자기 존경스러워 졌어.." ㅋㅋ



깜장독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