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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디즈니 애니메이션 Cars 2가 미국에서는 지난 6월 24일 개봉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Cars 2는 토이스토리 이후 픽사 애니메이션으로는 두번째로 후속편이 나온 작품이라죠. 감독인 존 라세터(John Lasseter)는 2006년 Cars 가 개봉한 후 홍보행사로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는 동안 Cars 2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특히 일본에서 메이터의 화장실 장면은 그의 직접적인 경험을 희화한 것이라고 어느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죠.
잔잔하던 전편의 스토리라인에 비하면 Cars 2는 다소 전개가 부산하지만 카매니아라면 레이스 장면과 곳곳에 나타난 디테일을 보는 재미가 무척 큰 작품입니다. 전편의 캐릭터들은 닥 허드슨을 제외하면 모두 그대로 나왔고 새 스토리에 맞는 새로운 캐릭터들도 많이 출연했습니다. Cars 2에서 닥 허드슨은 타계한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로 목소리를 맡은 배우 폴 뉴먼이 2008년 세상을 떠났지요. Cars 2는 라이트닝 맥퀸보다 메이터가 스토리를 이끌어나갑니다. 레이스와 함께 스파이물의 액선이 많이 가미되었죠. 레이스 장면에서 각기 다른 종류의 레이스카들이 내는 소리가 잘 반영되었기 때문에 듣는 재미도 있고 다양한 액션장면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미국에서 Cars 2의 평은 그리 좋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Rotten Tomatoes 에서는 별 다섯개중 두개를 받는데 그쳤죠. 영화평론가들의 평도 엇갈립니다. 저는 전편을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하고 보았는데도 실망하지 않았지만 카매니아가 아니라면 그리 재미있지 않았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무튼 영화평은 개개인에 따라 달라질테니 패스하고 Cars 2에서 새로 나온 캐릭터들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영국 스파이로 나오는 핀 맥미사일은 007의 본드카로 잘 알려진 1964년 애스턴 마틴 DB5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픽사에서 창조한 스타일의 자동차입니다.
뒷부분, 특히 테일핀은 1958년 Peerless GT를 참고했다고 하는군요.
Peerless GT는 영국차로는 드물게 테일핀을 가진 차였다고 하죠.
일반적으로 테일핀은 미국차들이 많이 사용하기는 했지만 유럽차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디자인 요소이기도 했습니다.
트라이엄프 TR3의 파워트레인을 탑재했으며 뒷 서스펜션은 드디옹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58년 르망 24시간 레이스에는 워크스팀 출전차량이 16위를 차지하기도 했죠.
핀 맥미사일의 동료인 홀리 스위프트웰은 1990년부터 92년 사이에 50대만 생산된 재규어 XJR-15와 많이 닮았습니다.
실존하는 차를 그대로 재현하지는 않으면서도 실제로 있을법한 스타일의 차를 배역에 알맞는 캐릭터로 창조해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홀리 스위프트웰의 스타일링으로만 보아도 팬 맥미사일보다 한참 젊은 나이의 캐릭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명 레이서들도 목소리 출연을 했습니다.
좌로부터 제프 고베트, 루이스 해밀턴, 라이트닝 맥퀸
제프 고베트는 쉐보레 코베트를 바탕으로 만든 캐릭터이며 나스카 드라이버인 제프 고든이 목소리를 맡았습니다. 얼마전 강남 도산대로의 폭주 코베트는 C5였고 제프 고베트는 C6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루이스 해밀턴도 Cars 2 에 출연했습니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경기운영에서 그다지 스포츠맨쉽이 있어보이지는 않는 드라이버라 개인적으로는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 드라이버이지만 이런 작품속에서 만나는 것은 또 색다른 느낌이더군요.
감독인 존 라세터는 존 라세타이어라는 캐릭터로 까메오 출연을 했습니다. 제프 고베트의 레이스팀 감독으로 출연했죠.
카 2에서 악당으로 나오는 집단은 레몬 일당입니다.
레몬(Lemon)은 고물차를 의미하는 단어로 많이 쓰이기도 하죠. 사전에서 lemon을 찾아보면 :<구어> 불완전한[불만스러운, 무가치한] 것[사람]; 결함 상품, (특히) 결함 차량. 이라는 내용도 나옵니다. 새 차를 샀는데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경우 소비자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한 법을 레몬 법(Lemon Law)라고 하죠.
미국에서는 레몬 24시간이라는 경주도 있습니다. 르망 24시간을 패러디한 레이스인데 $500 이하의 저예산 고물차로 출전하여 겨루는 내구레이스입니다. 저는 이 레이스에 대한 이야기는 2005년 아이언 바텀 모터링 투어라는 클래식카 이벤트에 참여했을때 처음 들었는데 언젠가 한번 출전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얘기가 잠깐 옆으로 샜군요.
레몬 일당의 중간보스인 Z 교수(Professor Z)는 Zündapp Janus라는 마이크로카입니다.
메서슈미트 KR시리즈나 BMW 이세타같은 초경량자동차는 2차 대전 후 유럽에서 많이 만들어졌는데 버블카라고 부르기도 하죠. 야누스는 어디가 앞이고 뒤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디자인과 잘 맞는 이름입니다.
Grem은 AMC Gremlin이라는 차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오렌지색 차가 Grem입니다.
그렘린은 1970년 등장한 소형차였죠. 미국 기준에서는 소형차였지만 엔진 라인업은 대부분 직렬 6기통이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원래부터 소형차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 중형급에서 사이즈가 좀 작은 편이었던 AMC Honet의 길이를 줄여서 만든 차였기 때문입니다.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70년대 들어서기 전까지 소형차시장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소형차는 이윤이 작기 때문이었죠. 당시 미국시장은 큰 차만으로도 충분히 호황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에 소형차 시장은 폭스바겐과 도요타, 닷산이 나눠가져도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소형차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나자 이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 자동차 업체들도 조금씩 대비를 하기 시작했고 그 첫차가 AMC 그렘린이었죠.
Grem의 동료인 Acer는 AMC 의 Pacer라는 차입니다.
길이에 비해 차폭이 넓었을 뿐만 아니라 그린하우스가 대단히 큰 특이한 비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유리면적이 넓어진만큼 개방감은 좋았겠지만 무게도 많이 나갔기 때문에 시내주행 연비가 좋지 못했다고 합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동반석측 도어가 운전석 도어보다 10cm가량 더 긴 비대칭 디자인이었다는 점입니다. 아무튼 여러모로 특이한 차였던 페이서는 1980년까지 생산되었습니다. 다소 괴짜스러운 디자인은 포르쉐 928의 스타일링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빅터 휴고는 자스타바 유고(Zastava Yugo)를 모델로 삼은 캐릭터입니다.
자스타바 유고는 현대 엑셀과 비슷한 시기에 미국시장에 진출한 염가형 승용차였죠. 당시는 일제차들이 미국의 경제적 반일정서등으로 자체적 수출규제를 하면서 가격이 올라서 염가형 엔트리카 공급에 공백이 생길 무렵이었습니다. 때마침 등장한 현대 엑셀과 자스타바 유고는 웬만한 중고차 가격보다 낮은 값으로도 살 수 있는 신차였지요. 그나마 당시의 다른 동급차들에 비해 시대적으로 뒤쳐지지는 않았던 엑셀에 비해 유고는 오래된 피아트 127에 바탕을 두고 있었습니다. 피아트 127은 1971년 처음 등장한 전륜구동 소형차로 이태리에서는 1983년 단종되었습니다. 피아트는 세계 각국의 자동차 제조사에 자사 모델의 생산 라이센스를 제공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아시아 자동차에서 피아트 124를, 기아자동차에서 피아트 132를 생산한 적이 있었죠. 피아트는 특히 동구권 국가들의 자동차 업체들에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자스타바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자스타바 유고는 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너무 구식이었을 뿐만 아니라 품질과 내구성도 떨어져 미국시장에 안착하지 못한데다 유고슬라비아 내전으로 인해 공급도 불안정했습니다. 유고연방이 해체되면서 자스타바는 세르비아 국적의 회사가 되었습니다. 원래부터 자동차보다는 무기제조사였던 자스타바는 세르비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자스타바 자동차는 피아트가 최대주주인 회사로 현재는 푼토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트렁크노프는 ZAZ-968M Zaporozhets 라는 차입니다.
푸른색과 노란색의 차체도색은 ZAZ의 공장이 위치한 우크라이나의 국기와 일치합니다. Zaporozhets는 피아트 600을 바탕으로 만든 초기형인 965, 965A와 후기형인 966, 968, 968M이 있습니다.
지나치는 배경에는 알파로메오 스파이더, 시트로엥 DS, 시트로엥 2CV, 닷산 240, 미니 쿠퍼, 피아트 500, BMW 2002를 비롯해 다양한 차종이 보입니다. 익명캐릭터들 사이에 섞여있는 실존하는 차종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지요.

미국 개봉 첫주 토요일에 4살 아들녀석 - Cars의 광팬 을 데리고 극장에 갔다가 30분만에 나왔습니다.
재미없다고...흑....
아이들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Cars가 최고의 스토리 라인이 아니였나 생각해봅니다.
Cars2의 경우 규혁님의 글대로 차를 좋아하는 성인분들에게 오히려 더 재미있는 애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규혁님 덕분에 더 많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되었습니다.
언제나 유익한 글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Cars 2는 후편에서도 단순히 자동차 이야기를 이어가기 어려웠던 픽사가 첩보 및 폭력 등을 가입시켜 관람객의 수준을 높이 잡은 것이 큰 과오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1편은 순수한 자동차들의 이야기로 꾸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아무나 즐길 수 있었는데 1편을 즐겼던 어린 아이들이 그대로 2편을 즐기기엔 무리가 많아서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거 같고요.
외전격인 메이터의 어드벤쳐였나요. 그 시리즈도 1편과 이야기의 연계성도 너무 없고 관객 연령대를 너무 틀리게 잡아 (메이터의 어드벤쳐는 2편보다 더 폭력적이죠. 2-6세의 아이들 기준으로 봤을 때는요) 아들에게 보여줄 생각조차 안 했는데요, 1편을 처음 접하면서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시리즈가 계속 나오면 좋겠다 싶었는데 좀 많이 실망했습니다.
물론 차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차 하나 하나의 디테일을 관찰하고 파악해나가는 재미는 매우 좋았고요, 규혁님의 설명 덕에 모르던 많은 부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마지막의 레이스카는 DOME의 르망 프로토타입이네요. 이토 다이스케, 타치카와 유우지 같은 토요타 에이스 드라이버가 달렸지만 결과는 처참.
아우디의 미친 디젤 트럭이 우승;;;
1편은 ost까지 포함해서 어른인 저도 다섯살 아들 옆에 끝날 때까지 앉혀 놓는 마력이 있더군요..
덕분에 캐릭터들 거의 다 구입해서 아들과 장난하고,, 책도 몇 권을 샀는지 ㅎ
2편을 보지 못했지만,, 1편만큼의 진한? 여운이 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아들은 벌써부터 열광하고 있습니다..
1편에선 개인적으로 '귀도'의 타이어 도리깡씬을 최고로 칩니다 ㅡㅡ,,

언제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마침, 어제가 아들래미 생일이라 퇴근길에 범블비 스텔스 모드를 사러 들렀는데 개봉일임에도 마트매장에 car2 캐릭터가 벌써 쭉 깔려있더군요..
car2 캐릭터 부스앞에서 핀 맥미사일때문에 한참동안 고민했었더라는....
전문가집단의 영화평이야 둘째치고.......주요 관객층들(?)의 평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저 역시 그렇고요^^
암튼 요번주말 아들과 언능 보러가야 할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1은 정말 재미나게 혼자서 3번보고... 요 근래 만2세 아들들 이랑 2번봤네요.. 2도 나중에 DVD 사서 같이 봐야겠습니다..
전 귀도가 젤 좋아요^^.

차도 영화도 잘 모르지만, 소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재미있네요. :)
이번에는 일본이 배경으로 나오는 모양이던데, 다시 한 번 일본의 위상과 시장으로서의 역할(!?)에 놀랐습니다.
전작 'Cars' 를, 2살짜리 아들 덕분에 한 100번은 본 것 같네요. 덕분에 첫 대사 'Speed, I'm Speed.'부터 중요 대사를 거의 외우게 되었답니다... Cars2도 얼마전에 아들과 같이 봤는데 플롯이 좀 복잡해져서인지 아이들은 잘 집중을 못하더군요. 저야 뭐 신나서 봤지만요.
여담으로 규혁님도 아시는 분들일지 모르겠는데... Cars2를 그린 애니메이터 중에 샌프란시스코 아트 아카데미 출신 한국분들이 몇분 계시더라구요. 그 중에 하나가 제 고등학교 동창이라 더욱 반갑게 봤지요. 저희 학교 alumni중에도 Blizzard같은 회사에 3d 모델러로 진줄한 사람들이 꽤 있어서 듣기론 3d 모델링만으로 거의 애니메이션을 마무리하는 줄 알았더니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는 더 정확한 묘사를 위해 실물 크기의 차를 제작해서 촬영에 이용하더군요. Lightning McQueen의 실물 모형을 보니 하나 가지고 싶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