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어제 장착한 룩손보강킷 테스트겸, 이제 입시생이라 아침일찍 보충수업을 위해 등교하는 아들럼을 태워다 주기로 약속했습니다. 평소엔 깜깜한 6시20분에 스쿨버스를 타는데, 차로 댈다줄땐 어둑한 일곱시 십분에 출발, 내부순환로 연희ic 로 올라가 정릉ic로 나가.. 한참 산꼭대기로 올라가면 아들녀석 학교지요.

이늠은 제 속셈에 익숙해, "낼아침 아빠가 댈다줄께~" 그러면, " 뭐 또 테스트할거 있어?" 하고 의례히 물어봅니다.^^  일곱시가 살짝 넘은시간, 눈이 펄펄~내리길래, 고속테스트는 어렵겠구나 하면서 내부순환로에 올라서니 도로가 텅텅비었더군요. 조금 미끄럽긴하지만 그럭저럭 달릴만 해, 정속주행으로 정릉 ic 로 내려갔는데, 문제는.. 학교후문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골목길..ㅋ

그냥 정문앞까지는 조금 넓은도로라 경사져도 통행이 많아 갈만한데, 후문쪽으로 올라가는 길은 평상시에도 중간정차하게 되면, 싸이드를 당겨야 할정도로 가파릅니다. 갈라지는 길에서 잠시 고민하는데 아들럼은.. 정문으로 가면 무려 10층이나 평계단으로 걸어올라가야 하기에 꽤를 부립니다. "뭐~저쪽 일방길에 내려오는 차도 있네~ 걍 올라가도 되겠어." 그러는겁니다. 녀석이 안쓰럽기도 해서 걍~올라가기로 결심..

후문 경사로 오르막은 차 한대가 올라갈수있는 길이라, 중간에 학부모들 차가 밀려 정차하게되면 정말 난감해집니다. 이른시간이라 쌓인 눈 위로, 한두대 지나간 옅은 흔적밖에는 없더군요. 밑에서 저~위를 한번 훑어보니, 올라가거나 내려오는 차가 안보이길래 결연하게 핸들을 감아쥐고는 1단 기어를 넣었습니다. 울트라 초 센서티브 휴먼수동 VDC 를 온시키고 출발..

눈이 쌓인길에선 수동의 경우, 1단 또는 2단상태에서 반클러치를 쓰면 안됩니다. 구동토크가 불규칙해져 이내 슬립이 시작되고, 언덕길의 경우는 한번 휠스핀이 일어남.. 구동그립을 회복하기 어려워지지요. 워낙 경사가 심한곳이라 1단상태로 미끌미끌한 길의 노면을 살피며 신중하고도 일정한 액셀링을 유지하며 3분의 2쯤 올라갔을 무렵, 언덕정상너머 아파트쪽에서 라세티 한대가 머리를 디밀며 꾸물꾸물 우리쪽으로 올라오는게 보입니다.

이쪽방향에선 정상에서 좌회전해야 하는데, 마지막 경사가 정말 심합니다.
상대 라세티도 같은방향으로 우회전해야하는데, 골목길이라 한대밖에 못들어가는 노폭이지요. 라세티가 먼저 머리를 디밀고 진입하는데, 올라가질못하고 버벅거리기 시작하는게 보이네요. 흐.. 남은 거리는 10미터인데, 전..기다리느라 정차하게 되면 도저히 재출발이 어려운 구간. 뒤에는 오피러스 한대가 슬슬 따라올라오고..

아들럼이랑.." 저쉐잌..어차피 버벅거릴거면 서서줌 기다리지.절케 막고있음 어케~"
'제발제발..' 그러면서 운에 맡기고 같은속도를 유지하며 엉금엉금 올라가는데.. 라세티 꽁무니에 다다르기 2,3 미터 전.. 앞에서 버벅거리던 라세티가 끙~하면서 간발의 차이로 올라서네요. 휴.. 간신히 탄력을 안놓치고 뒤에 붙어 언덕정상에 올라섰습니다. 냠..



아들럼을 내려주고, 내려오는 일방길은..더욱가파르고 좁습니다.
브레잌을 진짜 살살풀어주면서 내려가는데도, 양쪽으로 미끈미끈.. 잠깐 실수하면 골목가의 주택대문을 들이받을 태세인데, 저~앞에 뽈뽈거리며 내려가던 구형 아우디 1.8한대가 대각선으로 미끌어지더니 정차., 할수없이 저도 섰지요. 앞차에서 아줌니 한분이 내리더니..날 힐끗보고는 막~걸어 올라옵니다.

이예팬네..그냥 부르면 되지, 창문을 쿵쿵 두들겨 기분이 상했는데..창을 열고 "왜요~" 하니, " 앞에 미끄러져서 못가요~ 저기있는 염화칼슘좀 뿌려주세요~" 이러는겁니다. 참내.. 난 잘 내려가고 있구먼..ㅡ,.ㅡ

싸이드를 채우고 내리려니 이엡이 질질 미끄러지네요. 궁리끝에 시동을 끄고 1단기어를 넣고는 혹시몰라 핸들을 살짝 길가쪽으로 돌려놓고 내렸지요. 아우디옆길에 염화칼슘박스에서 포대기 하나를 꺼내 풀면서 말했습니다. " 아니~ 아우디로 여길 못내려가면 어케요?" 그랬더니 이아줌마.. "헤헤.." 그럼서 멋적게 웃네요. 지차 알아봐준다고 기분은 좋은 듯.. 냠.

암튼 포대기를 풀어 염화칼슘을 타이어라인에 쥘쥘~뿌리면서 50 미터 내려갔다, 다시 50미터 쥘쥘 끌며 올라와 한포대기를 다뿌렸지요.  제 뒤에 오는 차들은, 차를 돌려 옆골목으로 삐질삐질 빼고있는게 보입니다. 아우디 아줌마는 " 헤헤..고맙습니당~" 그러더니 뽈뽈기어 남은 골목을 내려갑디다. ㅋ



집에 돌아와 어제밤 울집서 주무신 장모님을 일산 행신쪽 댁에 모셔드리러 나서는데, 이론..출근길 반대방향인데도 차들이 엉금엉금~ 15분 걸려 가던거리를 줴길..40분 걸려 갔네요. 다시 나오는 길은..무려 한시간 반..흐.. 수색에서 조금만 나오면 울동넨데, 도착해보니 오전시간이 다~ 지나버렸더군요. 그 와중에 세차장 들러 지저분하게 묻어있는 눈녹은 자욱들 깨애끗이 물뿌려주공, 지하주차장에 갖다 놓으면서 마른걸레로 상큼하게 닦아주었습니다. ㅋ

SPT 가 K104 보다 조금더 미끄럽긴 한데, 눈오는날 주행은 어쨌건 즐겁습니다.
빠르지않은 속도에서 극한상황을 쉽게 경험할 수 있어, 타이어 그립과 핸들링을 컨트롤하는 연습이 꽤 되지요. 올겨울에도 눈 펑펑 내릴때 매니아친구들이랑 스노우드라이빙 함 가고싶네요.^^



깜장독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