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MBC 뉴스데스크에서 통일동산 드래그가 또 이야기 소재가 되었더군요.
통동은 고향동네 부근인데다 지금 사는 동네에서 가깝기도 하고, 시승 때문에
종종 들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그래도 가끔씩 밤에 구경도
가곤 했는데 요즘에도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지는 몰랐습니다. 물론 가끔
퇴근길에 자유로를 달리다 보면 살벌한 스피드로 - 일반 운전자들 시각으로는
저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겠지만 - 추월해 가는 분들을 종종 만나곤 했는데,
자유로 휴게소에서 동호인들과 만나 커피 한 잔 하면서 이야기 하고 드라이빙을
즐기다 돌아가시는 분들이겠거니 했습니다. 실제로 그런 분들도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구요.

저는 천성이 '경쟁심 제로'인 탓에 드래그는 물론이고 컴페티션 성격의 드라이빙
이벤트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컴페티션이 주는 재미와 흥분은 무척
매력적이라는 것은 실감합니다. 축구를 하지 않아도 TV의 축구중계는 무척 즐겨
보는 것처럼, 내가 직접 하지 않아도 구경하는 것 자체로도 얼마든지 재미를 느낄
수 있죠. 누군가는 직접 해야지 나도 구경을 할 수 있으니 가끔씩 현장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곤 합니다.

사실 뉴스를 보면서 심심할 때마다 이런 식으로 한 두 번씩 '고발성' 보도를
내보내는 매체들이 참 답답합니다. 물론 매체만의 문제는 아니겠죠. 통동 드래그가
열리는 곳은 왕래하는 차들이 적은 시간과 장소라 해도 엄연히 공공도로이고,
나름의 규칙에 의해 진행되기는 하지만 최소한의 안전시설도 갖춰지지 않아
참가하고 구경하는 사람들 모두 서로 어느 정도 위험부담을 안기 마련이니까
100% 정당화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만약 이런 이벤트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것이어서 보도를 한다면, 이벤트의 안좋은 점에만 초점을 맞춰 '고발성'으로
내보낼 것이 아니라 원인과 대책에 대한 이야기들도 함께 해 주어야 옳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솔직히 통동 드래그라는 한 가지 소재만으로도 지난 10여 년 동안
각 방송사마다 여러 차례 내보냈던 기억인데, 왜 그 장소에 있는 사람들이
그 시간에 거기 있으며, 왜 그런 방식의 이벤트를 열고 즐기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은 적어도 제 기억에는 없었습니다.

단편적인 예가 되겠지만, 드래그 레이스도 엄연한 모터스포츠의 한 장르입니다.
자동차 문화가 발달하면 당연히 모터스포츠에 대한 수요도 커지기 마련입니다.
수요는 넘쳐나는데 받아들일 공간이 없기 때문에 동호인들은 거리로 나가게 되고,
방식이나 형태가 어떻든 이런 이벤트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범법자가
됩니다. 참 안타까운 일인 것이, 길거리에서 농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지자체나 사회단체에서 주선을 해서라도 동네에 '사회체육시설'이라는 명목으로
농구코트 한 두 개쯤 만들어주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익스트림
스포츠가 인기를 끌면서 요즘에는 한강 둔치 같은 곳에 거의 상설로 운영되는
익스트림 스포츠 공원들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자동차라는 덩치 큰 물건을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니라면, 다른 취미성 스포츠들과 아마추어 모터스포츠가 다를 게 뭐가
있겠습니까. 작은 놀이터 하나 변변치 않은데, 길거리에서 노는 것만 가지고
야단을 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늘상 꿈꾸는 일이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자산이 쌓이고 나면 마음 맞는
지인들과 공동출자해 작은 모터스포츠 놀이터를 하나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F1 경주장 같은 큰 규모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동호인들 놀러와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에, 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들 모두 안전하게 400m 드래그 정도
즐길 수 있고 간단히 핸들링 테스트 할 수 있는 정도 길이의 트랙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직장인들 퇴근하고 들렀다 갈 수 있도록
야간개장도 하고 말이죠. 작은 규모라면 사용료도 그다지 비싸지 않은 수준으로
받을 수 있을테니 생각 있는 사람들이라면 부담 없이 와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봅니다. 그러면 길거리에서 범법자의 누명을 쓰고 위태스런
모터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구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물론 아직은 먼 미래의 꿈입니다만...

요는, 놀이터가 없어서 길에서 노는 애들(진짜 애들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비유입니다)을 무조건 '길바닥에서 놀지마!'라고 야단만 칠 게 아니라, '왜 그럴까'를
한 번이라도 심각하게 생각해 보고 끌어안겠다는 자세를 매체에서 보여주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툭하면 언론이 선정적이라는 얘기가 괜히 나오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