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5 R32를 들이기 전 MK5 GTI는 정말 만족스러운 차였습니다.

잔고장 없고 기름 조금먹고 쉬프트 업 할때마다 방방 거리는 재미도 있었구요.

딱 한가지 단점이라면 시내주행을 30분 이상 했을때 

체크엔진 라이트가 항상 들어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라이트도 한나절 주차를 해놓으면 사라졌지만 말이죠.

GTI를 몰며 여러모로 즐거웠지만 입양한지 2년이 안되어서 6만마일을 넘어버린 관계로

새로운 친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2009년 연말, 뉴저지의 한 폭스바겐 딜러에서 골프 R이 곧 나온다는 세일즈맨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바로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기다렸지만 R은 올생각을 안하고 GTI의 마일수는 점점 올라만 갔습니다.

워런티도 없는데 시내주행을 할때마다 체크엔진 라이트는 올라오고...


엔진오일 교환을 위해 들렀던 딜러에서 R32를 만났습니다.

3년동안의 리스가 끝나고 돌아온 차였고 실내의 상태는 더없이 더러웠으나

GTI보다 다부진 브레이크와 황홀한 배기음은 

골프R을 기다리던 저의 마음에 큰 균열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균열을 통해서 R32가 깊히 들어왔습니다.


한동안 R32 매물을 찾던중 브루클린의 신뢰가 가지 않는 딜러에서

지금의 제 R32를 만났습니다.

사기전에는 절대로 테스트드라이브는 없다고 버팅기는 

자메이카에서 온 세일즈맨과 실랑이 끝에 테스트드라이브를 한 후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타고갔던 GTI를 두고 R32를 데리고 왔습니다.

아무문제 없이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했을뿐만 아니라 불미스러운 사고에서도 

저를 지켜주었던 GTI의 쓸쓸한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지만

복잡한 브루클린 번화가에 울려퍼지는 R32의 오로롱 소리를 들으니 

R32와 함께할 새로운 시간들에 대한 기대감만 남았습니다.


R32을 데리고온 다음날 골프R을 부탁했던 딜러에서 오일을 교환하였습니다.

오일교환 도중 오일펜이 손상된것을 발견하여 오일펜 교환,

유리창에 있는 깊은 기스들 때문에 유리창 교환,

다 닳아있던 타이어 교환, DSG 리콜 등

여러 수술들을 받은 후 R32는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게되었습니다.


그리고 몇달을 재미있게 잘 탔습니다.

GTI로는 느낄 수 없었던 묵직한 느낌. 

그리고 사륜구동 덕분인지 강력하게 잡아주는 코너링의 느낌도 

저의 입맛에는 딱 맞았습니다.


하지만 미스파이어링 현상때문에 미치겠습니다.

워런티로 수리를 받은 후 큰 이상은 없는 상태이지만

언제 또 문제가 생길지 몰라서 긴장감만 커집니다.

내년에 젠쿱FL이 나오면 교환할것을 진지하게 고민하였지만

눈녹은 와인딩을 묵직하고도 깔끔하게 클리어하는 R32를 도저히 떠나보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결심하였습니다.


돈이 모이면 VR6 3600cc 로 업그레이드 하고 

할덱스 튠과 흡,배기를 한 후 하체는 정비만 하고 계속 타기로 결심을 하였습니다.

터보 혹은 슈퍼차저를 생각해 보았으나 골프R을 포기하고 R32로 오게된 이유가

자연흡기엔진의 즉각적인 반응때문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각성하였습니다.

여기저기에서 3600 으로의 업그레이드에 관한 자료들을 모았고

작업을 깔끔하고도 믿을 수 있게 해줄만한 샵도 찾았습니다.

다음번 오일교환은 그 샵에서 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엔진마운트 교환을 의뢰해 보고 확신이 들면 그 샵에서 모든것을 해결할 계획입니다.


제 결심에 아무런 흔들림이나 R32를 다치게 할 사고가 없기를 바랄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