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서부에 거주중입니다.

어제 아내가 설 연휴에 맞춰 미국에 들어왔는데 시애틀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와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출발할때 전화가 오더니 비행기가 중국에서 늦게 도착하여 1시간 지연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국내선 구간을 따로 끊어 놓은 상황이라 1시간 지연이 되면 갈아타는 시간이 1시간밖에 없고, 그럴경우 비행기를 놓칠 위험이 있지만 혹시 일찍 도착하는 경우도 있으니 그냥 타고 공항 내려서 최대한 빨리 수속하고 연결편 타보라고 했지요.

 

그리고 저는 잠이 들었고, 아침에 출근해서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확인을 해보니 비행기가 1시간이 아니라 1시간 30분 늦게 출발했고 예상 도착시간이 원래 스케줄보다 1시간 40분 늦게 도착으로 나오더군요.

 

이렇게 되면 20분만에 비행기 내려서 입국수속하고 비행기 갈아타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해 보여 예약한 곳에 전화해서 비행기를 2시로 교체해 달라고 했습니다.

상담원 대기하며 한 30분 이상 소비하고서야 겨우 얻은 비행기가 4시것밖에 없다는 답이었고, 그나마 좌석이 많이 없어 어쩔수 없이 공항 스탠바이가 길어지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되어 4시로 변경해 놓았지요.

 

그런데 이때 물어야 할 penalty가 있을텐데 기상 상황 악화로 변경이 되는걸로 처리되서 별도의 추가비용이 없다는 겁니다.

엥? 이게 뭔소리.

 

이러며 시애틀 지역 날씨를 확인해보니 ice rain이라고 나오더군요.

 

헉~~

 

다시 항공사 홈피에 들어갔더니 시애틀 날씨 관계로 오전 10시까지 출발편은 하와이행 빼고는 모두 취소라고 안내가 나오더군요.

그래서인지 홈피에서 다시 비행기표를 보니 2시에 자리가 있는거였습니다.

잽싸게 운 좋다고 하며 2시로 변경해 놨는데 12시쯤 확인했더니 비행기 운항이 취소되었다는 겁니다.

 

그리고는 다시 이후 비행기 좌석을 확인했더니 모두 만석.

 

그리고는 다시 메일이 오기를 "니 예약은 저녁 8시 15분으로 변경되었다" 라고 연락이 오더군요.

 

제가 있는 곳에서 시애틀까지 차로 3시간 정도. 한국에서 오는 비행기는 1시경 도착,

머리속으로 마구 계산을 두들겼지요.

눈이 온다고 하지만 미국 서부는 그렇게 폭설이 오는 경우는 잘 없으니 지금 차로 가면 3시간이면 도착이고 그러면 3시반쯤 도착해서 다시 내려오면 7시면 오지 않을까 싶더군요.

 

일단 아내와 연락을 취할 방법은 없고, 비행기는 저녁 8시 넘어야 출발한다 하고, 전 아무 생각없이 차로 데리러 가지 하고는 출발했습니다.

 

처음 100마일까지는 비만 오고 길 상태도 양호하여 "역시 잘한 선택이야"라고 속으로 흐믓해하며 갔지요.

 

이때쯤 아내에게 전화가 오더군요.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원래 자기가 예약했던 1시 비행기가 3시 15분 출발이라면서요.

전 당당히 "나 지금 데리러 가는 중이다, 꼼짝말고 기다리고 카운터에 얘기해서 짐이나 찾아놓고 돌아가는 비행기편 예약만 취소되지 않게 해놔"라고 얘기했지요.

 

그런데 출구를 한 50마일 남겨놓고는 비와 눈이 섞이 ice rain이 오며 길에 눈이 조금씩 쌓여있고 30마일 남겨놓고는 군데군데 차들이 옆에 처박혀 있는 거였습니다.

 

길도 빙판이고, 그 위에 갓길로는 눈이 제법 쌓여있구요.

미국차들 중 그나마 4륜들, 트럭들은 좀 빠르게 1차선으로 달리고 나머지 차들은 2,3차로로 서행을 하더군요.

속으로 "미국 서부야 워낙 눈이 적은 동네라 역시 눈이 오면 사람들이 운전에 익숙하지 않구나"하며 자만하며 운전을 해 나갔지요.

 

마음이 조급해져서 그나마 차가 적은 1차선으로 주행을 하는데 갑자기 1차선에 눈이 점점 많이 쌓인곳이 나타나더니 차가 그 속으로 박혀버리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뒤에 오던 차들이 좀 여유를 두고 멈추더군요.

"윽, 이게 뭐냐, 자만하다가 벌 받으거다"라고 생각하면서 일단 눈길 운전 경험을 살려 약간 경사진 쪽으로 후진, 조금 나가면서 차 뒤가 미끄러지더군요. 다시 전진하며 핸들을 2차선쪽으로 돌리는데 차는 안나가고 뒷바퀴만 또 미끄러지더군요.

"헉, 안돼는데. 여기 갇히면"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이 되어버리겠지요.

 

다행히 앞뒤로 조금씩 움직이며 1차선에서 2차선으로 차를 빼내서 달려갈 수 있었습니다.

이 시간이 한 5분이내였던것 같은데 정말 차 안에서는 한 20-30분쯤으로 느껴지더군요.

 

정말 국내에 있을때 몇년전 폭설에서도 4륜구동차 믿고 언덕길, 내리막길 안가리고 다니며 남들 차 놓고 다닐때 차가지고 출퇴근 했는데 눈에 빠져 차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 되니 당황하게 되더군요.

 

이후는 최대한 눈이 적은 2-3차로로 주행하여 예상시간보다 조금 늦게 고속도로를 빠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망할놈의 네비게이션이 빠른 길이라 그런지 큰길이 아니고 언덕길, 좁은길로 안내를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여기서는 다행히 차가 많지 않아 탄력 운전과 제가 아는 모든 눈길 운전 기술을 동원하여 다행히 큰길로 빠져나와 공항에 도착하여 아내를 만났지요.

 

아내 왈 "내가 예약한 비행기 하나만 출발지연되서 뜨는 바람에 짐이 비행기에 실려 내려갔데. 그쪽 공항에 가서 찾아야 한데. 다른 비행기는 다 취소됐다는데"라는 겁니다.

또다시 "헉, 그럼 이 고생하고 온 난 뭐가 돼냐구" 속으로 외쳤지요.

 

하여간 일단 아내와 만나고 나니 이제는 내려갈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적당히 호텔에서 자면 되지 하며 좀 여유가 생기더군요.

 

해가 지기 전에 일단 눈이 내리는 지역을 벗어나자 하고는 부지런히 남쪽으로 달렸습니다.

다행히 내려갈때는 아까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예 눈쌓인 길은 피하고 조금 늦어도 앞에 차를 서서히 따라가다 보니 길 상태가 양호해 지더군요.

 

하지만 이번에는 차가 밥달라고 떼쓰더군요. 이런, 난 아침에 요플레와 바나나 먹고 아직 굶고 있는데.

어쩔수 없이 다시 근처에 주유소를 찾아서 빠져나왔더니, 이런, 주유소 앞 입구가 약간 언덕이 있는데 주유소는 차로 가득하고, 차 한대가 제 앞으로 들어가더니 그 언덕에서 길을 막고 마구 뒷바퀴를 돌리며 미끄러지고 있더군요.

 

"아니 어찌 후륜구동차를 가지고 이 눈길을 나올 생각을 한거지?"라고 속으로 욕을 하면서 한 기다렸다가 다행히 차 옆으로 들어갈 공간이 나오길래 다시 제가 서있던 길에서 주유소르 들어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제차 바퀴가 다시 눈에 파묻혀 앞으로 나가질 않는겁니다.

우~~쒸.

다시 후진, 그리고 탄력을 받아 전진-----.

다행히 언덕을 넘어가고 무사히 주유소 안착.

기름을 넣고 과자 한봉지와 커피를 사들고 나와서 따뜻한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왔지요.

 

물론 오다가 공항에 들려 외톨이가 된 여행가방을 찾아 오구요.

집에 도착하니 9시. 정말 8시간 반을 쉬지 않고 운전을 했더라구요.

 

그냥 모른척하고 아내보고 알아서 오라고 했으면 4시면 공항에 도착했을거고, 그랬으면 30분만 운전하고 공항에 마중나가면 되었을 것을 사서 생고생하며 눈길을 위험하게 운전하고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덕분에 둘이 오붓하게 눈길에 데이트하며 오랜만에 연애하는 기분으로 보냈지요.

 

하여간 이번 일을 계기로 눈길 운전에 좀 더 조심하고 자만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회원 여러분들도 정말 정말 눈길은 운전 조심하세요. 아무리 잘난 차도, 운전자도 소용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긴 지루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