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랜만에 집에 갔더니 자동차 견적서.. 그것도 무려 신차 견적서가 뒹굴고 있었습니다.

(하나도 아닌 현대, 기아... 신형 i30과 포르테더군요)


왈 : 엄마! 저거 뭐에요?


엄마 : 니 아부지 새차 뽑아줄라고 그런다.


그렇습니다. 아버지는 차로 밥벌이는 하셨지만 정작 자기 차는.. 특히 새차로 자기 차를 가지신 적이 없습니다.

원래는 로체 이노베이션 제일 마지막 연식을 사자고 강력히 주장했으나 "새차"라는 명분에서 씨알도 안먹히더군요.


그동안 1톤 화물차만 운전하셔서 본넷이 있는 차를 싫어하시는 경향도 있고.. 경유값이 싸던 시절 산 차라 걍 그레이스 끌고다녔는데 동생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나 장가보내고 싶으면 차 바꿔달라. 이래서 데이트나 하겠냐!! 이런 시위도 했었죠 -_-;;;


i30의 경우는 포르테 보다 조금 더 비싸고 (견적은 다 최고 트림으로 받아오셨;;;) 무릎 에어백 같은 것이 마음에는 들었지만 아버지가 몰기에는 너무 튀는 디자인.. (동생은 좋다고 난리.) 그래서 탈락.


포르테의 경우는 최고 트림에 네비랑 선루프를 뺀 사양입니다. (VDC, 컴포트 시트 옵션 추가)


일부러 영업소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집근처로 갔습니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걸 보험을 통해 이미 몇번 깨달은지라..


동생과 엄마만 가서 견적을 받을 때와 다르게 안전사양 옵션을 채워넣고 네비매립이나 후방 카메라같은 건 됐다. 우린 블랙박스나 언더코팅을 원한다. 라는 변경된(?) 계약 조건을 내밀었습니다.


다행스럽게 차분하고 성실해 보이는 영맨아저씨를 만나서 순조롭게 계약을 진행하고 좋은게 좋은거라고;;; 블랙박스를 앞 뒤로 두 개 달아주는 조건에 언더코팅은 추후에 우리가 비용을 부담할테니 대신 영맨 아저씨가 아는 곳을 소개해줘서 아저씨들 하는 가격에 맞춰달라.. 뭐 이렇게 했습니다.


포르테. 13MY 식이라 그런지 실내고 예쁘고 좋더군요. 감히 준중형이라 생각하기 조금 어려울 정도의 실내 공간(앞뒤는 좁은데 옆은 그럭저럭 괜찮더군요)도 괜찮고 무엇보다 운전할 때 마다 손에 잡히는 부분 (핸들이며 시프트 노브)은 신경을 쓴 흔적도 보이고 K5에 적용된 시프트 노브는 볼 때마다 괜찮더군요.


색상은 티타늄 실버로 했고 재고가 한 대 있는 거 내일 출고된답니다;;.;


그런데 이걸 계약하다보니 몇가지 느낀 게 있습니다.


1. 옵션장난.

일단 VDC. 이게 아반테의 경우는 전트림 기본이더군요. 포르테는 전트림 옵션이며 주문생산이랍니다. 그리고 이걸 해야 후륜 디스크 브레이크가 장착됩니다;;; 지나가다 보이는 포르테를 보며 "왜 요즘 같은 시대에도 아직 후륜 브레이크가 드럼인가??"라는 의심을 가졌는데 그 의심이 해결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컴포트 시트.. 무려 55만원짜리 옵션인데 이걸 장착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액티브 헤드레스트. 아반떼는 역시 이게 기본 같더군요.(아니면 지적부탁드려요) 그러면서 가죽시트, 뒷좌석 6:4 폴딩 등등.. 아반떼 최고 트림에는 다 있는 그런 물건이더군요. 그리고 가격차이는 카달로그 상 70만원.. 그러면 아반떼 사지 뭔 말이 많냐 하실 수도 있는데.. 사실 아직 아반떼의 디자인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는 안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 재밌는 건 이 옵션들이 에코플러스?라는 ISG가 장착된 모델과 해치백 모델엔 기본이더군요 ㅎ;;


2. 트림장난

포르테는 3개 트림으로 되어있던데.. 구성을 보니 중간 옵션은 팔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최고 옵션엔 버튼 시동장치 등등 초호화(?어디까지 우리집 기준) 장치들이 잔뜩 있는데 사실 이런 거 필요없습니다;;; 고장나기 시작하면 말썽도 장난 아니게 부리고... 그래서 중간 트림을 봤더니 타이어가 완전 바보같은 것이 들어가고 16인치를 꼽고 싶으면 이런저런 옵션이 또 한대 어우러진 무슨 패키지 옵션을 선택해야하는데 그걸 선택하면 결국 가격이 최고 트림 가격을 뛰어넘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더군요. 그래서 걍 최고트림으로 갔습니다;;


3. MDPS, GDI, 토션빔

사실 위에서 언급한 로체 이노베이션을 적극 민 이유는 조향장치때문입니다. 요즘 대세라는 MDPS라는 물건이 포르테에 달려있더군요. 로체이노베이션까지는 일반 파워스티어링 같고요.(사진을 보니 엔진에 파워스티어링 펌프가 있어서 추측해봅니다 ㅋ 아니면 말씀 좀;;) 그리고 로체의 서스가 멀티링크라는 점, 엔진이 MPI라는 점. 때문이었죠.


뭐 토션빔이야 우리네(?)처럼 운전을 재미지게 하려는 사람들에게나 불편한(?) 물건이지 걍 일상 조건에서는 상관없으니 걍 넘어갑니다. GDI의 경우 요근래 이슈가 된 흡기에 카본이 쌓이는 증상때문에 좀 걱정스러운데 뭐 제가 탈 차 아니니 패스;;; 


MDPS가 제일 걸리는데.. 저는 이걸 제일 초창기에 경험해본 거 같습니다. 베르나였고 느낌이 지금의 MDPS과 동일한 느낌이었습니다. 뭔가 굉장히 이상하고도 오묘한 느낌.. 이걸 아버지께서 잘 적응하시려나 모르겠습니다. MDPS 얘길 하자 영맨아저씨가 괴변(?)을 늘어놓습니다. 굳이 도로의 상황을 다 훑어가며 운전할 필요있냐, 오히려 기존 파워스티어링은 유압작동방식이라 - 액체를 사용해서 - 더 반응이 느리다. MDPS가 더 반응이 빠르다 등등;;; 좀 멍때리는 순간이었습니다.


휴.. 그래도 뭐 내년 정도에 포르테 단종되고 K3로 넘어간다는 말에 걍 계약했습니다.

새차는 끝물에 사는게 정석이잖아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