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시간에 사적으로 시간 빼는 것을 싫어 하는 사람입니다.

회사 측에 꼬투리 잡히거나 싫은 소리 듣기 싫어해서 조금은 병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허나..

어제는 마침 업무차 밀양댐에 갈 일이 있어서 혼자 4시쯤 오르게 됩니다.

회사차 제네시스가 출타 중이라 제 차를 사용하기로 합니다.

사이트 서베이라 업무에 관련된 사진들을 찍고 회사 수첩에 가능한 제 눈에 보이는 것들을 모조리 메모를 해 나갑니다. 

 

그렇게 하고 나니 오랜만에 밀양댐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올랐습니다.

 

역시나... 좋습니다.

 

비가 와서 노면이 조금 미끄러운 것도, 귀 밑을 지나 등으로 파고드는 서늘한 바람도 좋고, 몇일 전 도로가 결빙이 되었는지 지저분하게 뿌려진 모래와 흙도 좋습니다.

 

가능한 짧은 시간을 즐기려고 부지런하게 악셀페달과 브레이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도착하니 5시가 거진 다 되어갑니다.

주차를 하고 나니 진눈깨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 하던데, 방금 왔던 도로의 상태를 아는 관계로 조금은 쉬었다 가도 되겠다 싶어 주차를 하고시동을 끕니다.

 

아까 현장에서서 적어온 메모와 사이트 확인한 자료를 뒤적거리면서 한 30여분 보냈을까요..

 

 

 

 

 

어...

 

하늘이 심상치 않네요.

갑자기 컴컴 해지더니 눈송이가 좀 커지고, 가시거리가 상당히 줄어들어 도로 끝 커브가 보여야 하는 곳인데 굽이진 길이 보이지 않네요.

혹시나 싶어 시동을 켜서 계기반 외부온도를 보니 0.5도를 가르킵니다.

바람이 꽤 부는 상황이라 도로가 결빙 될 가능성이 있어서 부랴부랴 내려 가려고 차에 올랐는데, 방금 도착하신 스타렉스 차주분께서 에덴벨리쪽은 가기 힘들다고 말씀해 주십니다. 

 

출발..

 

어...

밀양댐에서 베네사거리 휴게소까지 타임랩을 가끔 재던 곳 까지는 그나마 도로가 조금 결빙이 되어서 괜찮았는데 베네사거리 휴게소를 지나 원동으로 방향을 돌려 오르막길을 점점 오르기 시작하니 난감해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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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까지는 도로 컨디션이 어떤가 싶어서 차를 조금 적극적으로 운행해도 미끄러지지는 않더군요.

 

눈이 조금은 쌓였지만 도로는 얼지 않았고, 가시거리도 꽤 괜찮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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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 슬슬 골치아픈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나마 도로가 완전히 얼지는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위로 오를 수록 외부온도가 급격히 낮아지고 가시거리도 좋지 않습니다.

내리막 길에서 브레이크를 살짝 밟았더니 abs가 자신의 존재를 알립니다. 핸들을 꺾으니 안쪽으로 확실히 파고 들기는 하는데 자세를 회복하는 시점에서 조금 불안합니다. 뒤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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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에서는 브레이크도 악셀도 가능한 사용하지 않고 기존의 탄력을 유지하면서 접지력을 잃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눈쌓인 도로는 한순간이라는 것을 예전에 경험한 바 있어 복잡한 심정은 아직 제게 트라우마로 남아있습니다.

아... 그 날이 생각나기 시작합니다. 자세제어 장치고, abs고 뭐고 다 속수무책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던 상황이 뒷골을 잡고 흔듭니다.

또 드는 생각 한가지..

앞 타이어의 트레드가 상당히 닳았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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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동안 눈길을 달려봤다!' 라는 경험도 있어서 자신 있지만, 예전의 그 사고 한번으로 눈길은 제게 심적으로 많은 부담을 줍니다.

그나마 도로가 완전히 얼지는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내리막 길에서는 불안하게 마주오는 차량이나 평소와는 다른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손에는 땀이 나더군요.

 

날씨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마주오는 3대의 차량들은 전조등은 고사하고 미등도 켜지도 않고 다니더군요.

한번은 커브길에서 마주오는 ef소나타가 중앙선을 넘어서 파고 들어오는 상황을 겪었습니다.

전조등이라도 켜고 왔더라면 제가 오른쪽으로 붙어 회피할 텐데 순식간에 나타나니 어쩔수 없이 브레이크를 세게 밟게 되더군요.

 

' 드드득..!!'

 

순간 살짝살짝 뒤가 미끄러지는데 다시 접지력을 찾기위해 머리속이 부지런해지더군요.

손에 땀이 나서 입고 있던 바지에 손을 스윽 닦아내고 룸 밀러를 살펴 그 차량에 레이져도 쏠 겨를도 없었습니다.

다행이 마을까지 내려오니 진눈깨비는 날리지만 눈이 쌓이지는 않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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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조금만 더 지체 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머리속이 복잡해졌겠지요.

내려오고 나니 드는 생각 한가지...

 

인피니티 g37 한대가 전망좋은 도려 한켠에 시동을 켜고 있던데 어떻게 잘 내려오셨는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