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아 일요일에 아이들과 함께 집 근처 큰 공원에 다녀왔습니다. 몇 시간 동안 있었던 운전 관련 몇 가지 경험들을 적어 봤습니다.

1. 아파트 입구를 빠져나가는데 1차로의 끝 코너에 떡하니 비상등 켜고 서 있는 차 한대.
그 차 덕분에 다른 차들은 위험스럽게 큰 회전 반경을 그리며 우회전.(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을 그렸는데 정말 저대로였습니다)
몇 대의 차가 빠져나가고 제가 빠져나갈 때까지도 그대로길래 우회전하면서 쳐다보니 운전석에 사람이 있습니다!!!
다른 차들이 그렇게 움직이는 걸 보면 처음 정차시 아무 생각없이 없었더라도 어렵고 위험하게 지나가는 다른 차들을 보면 앞으로 빼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몇 미터 앞으로 간다고 큰 일이 날 일은 절대로 없었다고 장담합니다.

2. 공원에 도착해서 어렵사리 사이드 주차를 해놨는데 아직 둘째가 자는 상황이라 아내가 차에 남고 저와 첫째는 자전거를 가지고 먼저 공원에 갔습니다.
30여분이 지났을 때 걸려오는 전화. 교회 차량이 차를 빼다가 집 차를 긁었다고 합니다.
차가 쿵 하며 들썩일 정도라 타고 있던 아내가 바로 내려 이야기를 했는데 운전하시는 분이나 교회 분이나 안 긁었다고 우기고 그냥 무시했다고 합니다. 살짝 흠집만 있어 생활 흠집으로 생각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끝끝내 안 하고 ‘보험 처리 하세요’하고 끝입니다. 사람이 안 타고 있던 것도 아니고 아내랑 둘째가 타고 있었는데 너무합니다. 저도 교회 다니는데 사과하면 어떻게 된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던가요?
목에 핏대 세우고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과연 저 분이 장로라는 직함에 어울리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돌아오는 길에 기름이 얼마 없어 셀프 주유소에 들렀습니다.
주유 중 앞, 앞 차량에서 약간의 소동이 발생.
주유하느라 못 봐서 아내에게 물어보니 이런 상황이었습니다.
아빠가 초등학교 1, 2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딸에게 주유기 손잡이를 들고 있으라고 맡겼는데 아이가 주유기에서 기름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긴가민가한 모양이었나 봅니다.
주유 중에 주유기를 그냥 뽑아서 휘발유가 3초 정도 그대로 뿜어져 나와 말 그대로 차를 세차해버렸습니다. 옆에 있던 남동생이 놀라 소리치니 그제서야 보조석에서 나오는 엄마.(운전자인 아빠분은 화장실에 가셨던건지, 매점에 잠깐 가신건지 조금 있다가 오시고)
아직 어린 애들한테 주유기 맡기고 차에 들어가 있던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전에도 맡겨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부모 중 한 명은 옆에서 봐줘야 되는게 맞지 않을까요?

4. 우회전시 깜빡이 안 켜는 차들과 빵빵거리는 차들.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잘 안 지키는 것 중에 한 가지가 우회전 깜빡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진, 우회전이 모두 가능한 차로에서 우회전 신호를 넣지 않으면 직진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런 상황을 무시하면 직진 차량과 끝 차로의 옆 차로에서 우회전을 시도하는 차량이 바로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이것만 여러 번 목격.
그리고 우회전 전용 차선이 아니고 직진, 우회전 모두 가능한 차로에서 신호에 걸려 직진하려는 차량이 멈춰 서 있으면 우회전 하려는 뒷 차량에서 많은 확률로 경적을 울려댑니다.
심지어 보행자 신호로 멈춰 서 있고 보행자가 엄연히 건너고 있는 상황에서 앞차에게 빵빵거리는 뒷 차량도 목격했습니다. 앞 차량의 상황도 인식 못하면서 어떻게 운전하나 싶었습니다.
캐나다에서 운전시 인상 깊었던 것은 직진, 우회전 동시 가능 차로에서 앞차에게 경적 울려대는 차를 한번도 본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5. 선루프 차량에서 지붕으로 아이가 나온 채 다니는 차들.
이런 사람들 보면 정말 무슨 생각인지 묻고 싶었습니다.
카시트는 둘째치고 그냥 제자리에 앉아 있어도 차량끼리 사고 혹은 급정거만으로도 큰 부상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한술 더 떠 선루프를 열고 아이가 서서 그쪽에 상체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주행 중인 차량들을 목격했습니다. 주, 정차 중에는 이해할 수 있지만 대체 무슨 생각인지? 특히 직진도 아니고 좌회전 중에 그렇게 하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의 황당함이란.

우리나라에는 운전자 면허증 외에 추가로 매너증이나 상식증 발급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