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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티마우스 / 사랑이란' 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이 글을 읽어주시면
그날의 풍경과 감정을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
교수도 근로자니 쉬고 싶다는 불굴의 의지를, 학생의 배울 권리가 무참히 꺾어버린
근로자의 날 5월 1일 등하굣길 얘깁니다.
오전엔 어거지로 트랙데이, 오후엔 수업..
모든 일과가 끝나고 간단히 저녁을 먹은 후 하굣길에 올랐습니다.
살랑살랑 밤바람이 너무 좋습니다.
본닛과 트렁크와 주유구를 제외한, 열 수 있는 모든 것을 열어젖힙니다.
CD가 늘어질 만큼(^^) 듣던 누자베스 비공식 추모앨범이 지겨워 107.7을 만났더니
'마이티마우스 / 사랑이란 ♬' 전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JBL 9스피커와 앰프를 통해 이미 실내는 부스트 2.3바 피크를 치고 있습니다.
20시가 넘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차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수많은 인파와 꽉 막힌 도로, 번쩍번쩍한 네온사인 한가운데
정확히, 매우 정확히 이 포인트에서 하이빔 다섯대 정도 광량의 빛이 제게 쏟아졌습니다.
쓰고 있던 모자를 벗었습니다.
제 수줍은 반삭발 앞머리를 그녀에게 살짝 보여줬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빨대를 물고 있던 그녀가 씨익 웃습니다.
볼륨을 줄일 틈도 없이 눈빛을 교환한 그 10초가 정말 길고 달콤했습니다.
- 중략 -
그녀 모습은 그날의 블랙박스 안에 담겨 있겠지만 열어보지 않겠습니다.
내 차보단 훨씬 더 근사한 차량에 어울리는 그녀. 안녕..
오늘 저녁 퇴근길엔 여러분의 한창 잘나가던 그때를 떠올리며 볼륨을 높여주세요.
200마력, 300마력 그깟 잘나가는 의미는 당분간 잊고 살아보렵니다.
시원하십쇼!!
PS. 시커먼 아저씨들이 그득한 남산은 잠시 잊겠습니다. ㅋㅋㅋㅋ
_Soulcity

누구나 가슴 속에 지니고 있던 어쩌면, 가끔 그것의 존재감 조차 잊고 있던 한 부분이 손 쓸틈 없이 떨어져 나간걸까요... ?
가슴 한켠이 휑하니 비어버리고, 그 자리에 먹먹..한 가슴만 남은 듯 하네요...
p.s) 말씀대로 오늘 퇴근 길에는 '김광민- Letter From The Earth' 를 오랜만에 들어볼께요..

누자베스 저도 즐겨듣는 뮤지션 중 하나입니다 ㅋ
창문 열고 달리는 즐거움은 어느것보다 즐거운것 같습니다 ^^ 컨버터블이 부러운 계절이군요

누자베스 추모앨범 저도 usb가 녹아내릴정도로 들었는데...
누가보면 시커먼 아저씨들 그득한 남산을 뒤로하고
수줍은 반삭발로 입대하는 줄 알겠습니다.ㅋㅋ
ㅎㅎ 동욱님 쓰시는 글 매번 참 재밌게 봅니다.